명륜당, 야쿠자 '쪼개기' 대부방식...감독망 피해 점주 3중 착취
산업은행 연 3% 자금을 연 18% 재대출
인테리어 단가 2배 부풀려 원금 증액
납품단가에 원리금 얹어 폐점도 막아
공정위·금융위, 4대 대책으로 정조준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명륜진사갈비로 유명한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명륜당이 일본 야쿠자의 ‘쪼개기’ 대부 방식을 통해 국책자금 수백억원을 연 18% 고금리로 가맹점주에 재대출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창업의 꿈을 안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점주들은 폐점도 못한 채 고금리 채무에 시달렸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가맹본부의 가맹점 대상 직ㆍ간접 대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대응방안을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서 고기 무한리필 전문점 명륜진사갈비를 운영하는 명륜당은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에서 연 3~6%로 조달한 국책자금을 대주주가 세운 대부업체 14곳에 넘기고, 대부업체들이 가맹점주에게 연 최고 18%의 고금리로 재대출해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각 대부업체의 총자산은 100억원 미만으로 유지해 금감원의 감독망을 피했다. 대출 집행액은 총 2319억원에 달했다. 세금이 투입된 정책자금이 고리대금의 씨앗 돈으로 쓰인 셈이다.
수사가 시작되자 14개 대부업체는 지난해 12월 일제히 자진 폐업했다. 공정위는 명륜당 대표이사를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가맹사업법 위반 심의도 개시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은 정책자금을 고리대의 레버리지로 쓰는 구조를 원천 차단하는 게 핵심이다. 고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가맹본부에는 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신용보증기금ㆍ기술보증기금의 신규 대출ㆍ보증을 즉시 제한하고 기존 대출 만기 연장도 막는다. 대표이사 자필 사실확인서를 받아 허위 제출 시 조치하는 3단계 확인 절차도 도입된다. 또한 정보공개서에 대출금리ㆍ상환방식 등은 의무 기재 대상으로 바뀐다.
◆ 명륜당, 정부돈으로 가맹점에 '고리 장사'
대부업체 14개 직접 만들어 대출
인테리어 단가 2배 올려 원금 증액
납품가에 원리금 얹어 이탈도 막아
당국, 정책자금 끊고 정보공개 강화

“창업지원 대출이 있으니 걱정 마세요.” 명륜진사갈비 가맹 계약을 앞둔 예비 점주들이 들은 말이다. 하지만 이 한마디 뒤에는 국책자금을 레버리지 삼아 설계한 3중 착취 구조가 숨어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의 합동 실태조사로 민낯이 드러난 명륜당의 수법은 정교하고 치밀했다.
자금 흐름의 시작은 국책은행이었다.
명륜당은 한국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에서 연 3~4%의 저리로 790억원을 조달했다. 이 돈은 곧바로 대주주가 지배하는 육류 도소매 중간법인으로 넘어가 연 4.6%로 재대여됐고, 다시 대주주 측이 세운 대부업체 14곳으로 흘러 들어갔다. 최종 목적지는 가맹점주였다. 4단계를 거친 이 돈은 가맹점주에게 최고 연 18%로 청구됐다. 연 3%짜리 국책자금이 4단계를 거쳐 연 18% 고금리로 둔갑한 셈이다. 총 대출 집행액은 명륜진사갈비 가맹점주에게만 1451억원, 계열 브랜드까지 합산하면 2319억원에 달한다.
감독망을 피한 수법도 치밀했다.
대부업법상 총자산 100억원 이상이면서 대부잔액 50억원을 초과하면 금융위 등록 및 금융감독원 감독 대상이 된다. 명륜당은 이 기준을 피하기 위해 대부업체를 14곳으로 잘게 쪼개 각 업체의 총자산을 100억원 미만으로 유지했다. 대부업체 대표 자리엔 명륜당 전ㆍ현직 직원과 대표이사 아내를 앉혔다. 겉으로는 독립 법인이지만 사실상 명륜당이 100% 지배하는 유령회사였던 셈이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이들은 지난해 12월 일제히 자진 폐업했다.
착취는 대출 구조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인테리어 단가 부풀리기가 또 다른 수익원이었다. 명륜당은 가맹점주가 인테리어 공사 업체와 각종 설비ㆍ집기 업체를 반드시 본사 지정 업체와 거래하도록 사실상 강제했다. 실제로 한 가맹점주는 본사로부터 2억4000만원을 청구받았지만, 시중 다른 업체의 견적은 1억1000만원에 불과했다. 단가를 2배 이상 부풀린 것이다. 부풀어오른 인테리어 비용은 다시 명륜당 대부업체 대출 수요를 키우는 악순환 고리로 작동했다. 창업 비용이 커질수록 고금리 대출을 더 많이 써야 하는 구조였다.
더욱이 대출 원리금 상환 방식도 교묘하게 설계됐다. 가맹점주는 대출 원리금을 직접 갚는 것이 아니라 매달 육류 등 필수품목 납품단가에 원리금을 얹어 본사에 납부했다. 청구서에는 납품대금과 원리금이 한 묶음으로 적혀 나왔다. 가맹점주가 자신의 실제 대출 잔액이나 상환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 방식은 폐점 봉쇄 기능도 겸했다. 대출 잔액이 남아 있는 한 가맹점을 닫으려면 남은 원리금을 일시에 갚아야 했기 때문에 점주들은 손실이 나도 영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정보공개서에는 이 같은 신용제공 내역이 ‘해당사항 없음’으로 허위 기재돼, 예비 창업자들은 계약 전까지 고금리 대부업 계약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공정위ㆍ금융위가 이번에 내놓은 4대 대책은 이 같은 구조가 애초에 작동하지 못하도록 자금 흐름을 끊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고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가맹본부에 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신용보증기금ㆍ기술보증기금의 신규 대출ㆍ보증을 즉시 제한하고, 대출ㆍ보증 심사부터 만기 연장까지 전 과정에서 대표이사 자필 사실확인서를 받아 허위 제출 시 조치하는 3단계 확인 절차를 도입하도록 했다. 가맹사업법 시행령도 개정해 정보공개서에 대출금리ㆍ상환방식ㆍ대부업 등록번호ㆍ가맹본부와의 특수관계까지 의무 기재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가맹점주에게 원리금 상환 현황을 금융사가 직접 통보하도록 지도해 불투명한 간접 상환구조도 손본다. 금감원의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 직권 검사 권한 신설과 총자산한도 규제 확대로 쪼개기 등록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피계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거래정책과장은 “가맹점주가 불합리한 가맹사업 구조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이번에 마련한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며 “실태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후속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법령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히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지희 기자 jh6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