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發 인플레 자극에…주요국 중앙은행 긴축 기류 확산
[대한경제=김봉정 기자]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정 기대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이어지며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기조로 기울고 있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충격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통화당국에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5.42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전 거래일인 지난 2월 27일(67.02달러) 대비 42.4% 급등한 수준이다. 브렌트유 역시 같은 기간 배럴당 72.48달러에서 101.29달러로 39.7% 상승하며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섰다.
중동 리스크 장기화가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중앙은행들도 최근 통화정책 회의와 공개 발언 등을 통해 고유가발 물가 리스크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실제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지난 7일 기준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2023년 12월 이후 처음인 이번 금리 인상은 중동 전쟁 이후 서유럽 국가 가운데 첫 긴축 조치로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주중앙은행(RBA)도 지난 5일 기준금리를 연 4.35%로 0.25%p 인상했다. 세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이다. RBA는 중동 분쟁에 따른 원유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미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도 매파적 경계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3일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변수가 통화정책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봉쇄 장기화 시 연준의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도 매파적 기류가 감지된다. 요아힘 나겔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중동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ECB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행(BOJ) 역시 물가 상승 압력을 경계하고 있다. BOJ는 휘발유·전기·가스 보조금 정책이 일부 물가 부담을 완충하고 있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월 통화정책회의에서는 3명의 위원이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을 제시했으며 시장에서는 BOJ가 6월 이후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은행 역시 기존의 인하 기대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최근 “외부 충격과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인하 사이클보다는 인상 사이클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한편,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소매판매 지표는 중동발 고유가 충격이 실제 물가와 소비에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유로존·영국 국내총생산(GDP), 중국 CPI·PPI 결과 역시 주요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 전환 여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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