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백인수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 | "3년 뒤 IPO? 우린 10년 뒤 '페인 킬러'에 건다"

“2~3년 뒤 엑시트 가능성만 따지면 세상을 바꿀 진짜 기술에는 돈이 안 갑니다.”
벤처캐피털(VC)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의 새 지휘봉을 잡은 백인수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회사의 최우선 개선 과제로 ‘단기 성과주의’를 꼽았다. 백 대표는 그러면서 “10년 뒤에 살아남을 기술이라면 지금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그는 2011년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에 입사, 심사역으로 변신했다.
이후 15년간 초기 스타트업 발굴과 대형 펀드 결성, 기업공개(IPO) 회수 등 투자 과정을 주도한 후 지난 4월 신임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에 올랐다.
백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장기 투자 기반 마련을 추진하고 나섰다. 회사 내 ‘투자전략실’ 신설을 추진하는 동시에 600억원 규모 역외 펀드 결성을 마쳤다. 유행을 좇는 투자 대신 미래 유망 기술을 선점하고, 미국 투자도 늘린다는 목표다.
“우리나라는 현재 반도체 말고는 미래가 안 보일 정도로 위기다. 이 위기를 돌파할 ‘페인 킬러(Painkiller·진통제)’ 기술을 찾는 것이 내 임무”라는 백 대표와 최근 서울 시 강남구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표 취임 후 언론과 첫 인터뷰이다.
"비타민은 필요 없다… AI 한계 뚫을 페인 킬러 기술 집중"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투자1본부장을 거친 백 대표의 투자 철학은 명확하다. 주 영양소가 아닌 따로 챙기면 좋은 ‘비타민’ 같은 서비스가 아니라, 기존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페인 킬러’ 기술을 집중적으로 발굴해 투자하는 것이다.
백 대표는 최근 산업 전반을 강타한 인공지능(AI) 열풍에도 동일한 투자 철학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거대 언어 모델(LLM) 싸움은 이미 자본력 있는 빅테크(대행 정보기술 기업)의 몫이 됐다”면서 “우리가 주목하는 건 AI의 치명적 약점인 전력 소모와 연산 효율을 해결해 줄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로 한정하면 생성 AI의 토큰 남발을 줄이거나 AI의 기억력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이 대표적인 투자처”라면서 “남들이 2~3년 뒤 엑시트 가능성을 보고 유행을 좇을 때 우리는 산업 인프라가 될 기술을 선점하려 한다”고 했다.
당장 백 대표는 투자전략실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전략실은 10년 뒤 기술 지도를 그리는 내부 별동대 역할을 맡는다. 양자 컴퓨터, 핵융합 등 당장은 돈이 안 될 것 같은 기술도 10년 뒤 반드시 올 기술이라면 초기 단계부터 투자한다는 계산이다.
백 대표는 “심사역은 눈앞의 딜(deal)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탓에, 아예 별도의 전담팀을 꾸려 미래 기술을 망라해 보려 한다”면서 “좋은 기업도 함께 찾아 10년 뒤 기술은 초기 투자팀이, 5년 뒤는 벤처팀이 적극적으로 살필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투자1본부장을 거친 백 대표의 투자 철학은 명확하다. 주 영양소가 아닌 따로 챙기면 좋은 비타민 같은 서비스가 아니라, 기존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페인 킬러’ 기술을 집중적으로 발굴해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 법인 단기 적자 감수… 그룹사와 '인내 자본' 추진"
백 대표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의 미국 진출에도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미국 법인을 설립, 미국 영상 제작 AI 자동화 기술 기업 힉스필드에 투자하기도 했다. 올해는 모기업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자금을 활용, 600억원 규모 역외 펀드도 결성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미국 진출은 업계에서도 파격으로 통한다. 국내 주요 VC가 이미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가 현지 안착에 실패하며 규모를 축소하는 상황에서 새롭게 진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안착까지의 초기 적자는 버틴다는 계획이다.
백 대표는 “미국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폐쇄적인 시장인데, 국내 대부분 VC가 3년 정도 성과만 보고 철수를 결정했다”면서 “3년 내 안착은 욕심이다. 무엇보다 그룹사에서 단기 성과 대신 ‘제대로 뿌리 내리라’며 공감대를 형성해 줬다”고 설명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단순히 네트워크 확장을 넘어 글로벌 기술 중심지인 미국과 역동적인 아시아 시장 사이의 ‘실무적인 가교’가 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법인 설립과 함께 미국 현지 VC 세 곳에 출자해 딜 소싱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했다.
백 대표는 “미국의 혁신 기업이 아시아에서 실질적인 매출을 일으키도록 돕고, 한국의 유망한 창업가가 북미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현지 거점을 통한 양방향 지원을 강화하려고 한다”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의 미국 진출 지원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렌지 플래닛부터 PE까지… 투자 전 주기 가치 사슬 구축"
백 대표가 그리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의 미래는 ‘유망 기술 기업의 전 주기 파트너’다. 그룹 창업 재단인 ‘오렌지 플래닛’ 에서 싹을 틔운 기업을 초기 투자팀이 받고, 다시 본 펀드가 스케일업을 지원한 뒤, 마지막엔 PE(사모펀드)가 그로스 투자를 이어가는 구조다. 백 대표는 “우리는 운용 자산 약 1조5000억원의 대형사지만, 연간 70억원씩 들여 초기 창업팀 50곳을 무상으로 키우는 인프라가 있다”면서 “창업 재단과 연계를 강화해 초기 성장 지원부터 스케일업까지, 투자 지원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백 대표는 대표적인 ‘저평가 섹터’로 이차전지를 꼽았다. 그는 “로보틱스나 위성에 열광하고 있는데, 그 모든 기기를 움직이게 할 핵심 에너지원이 이차전지”라면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나 전용 반도체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VC의 진정한 리스크 관리는 원금 손실을 막는 게 아니라, 100배 성장할 유망 기업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며 “운용 자산을 2조원가량으로 키워 세상을 더 좋게 바꾸려 도전하는 기업가에게 힘을 보탤 것” 이라고 했다.
Plus Point
백인수號 스마일게이트인베,
신규 벤처 펀드 조성 착수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백인수 신임 대표 체제 출범과 함께 신규 벤처 투자 펀드 조성을 본격 착수했다. 새 수장이 취임과 동시에 신규 펀딩 전면에 나선 것으로 공격적 투자 행보를 예고했다.
VC 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최대 4000억원이 배정된 국민연금의 벤처 펀드 출자 사업에 도전했다. 백 대표가 대표 펀드 매니저를 맡아 펀드 운용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결성 총액 3000억원 이상 대형 벤처 투자 펀드 조성을 목표로 정했다. 특히 2024년 1월 2650억원 규모 스마일게이트혁신성장펀드를 결성한 이후 약 2년여 만에 펀딩 시장에 다시 나왔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올해 본격 가동되는 국민성장펀드 간접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에도 도전한다. 산업은행이 주관 기관으로, 두 곳 운용사 선정에 총 2160억원을 배정한 ‘AI·반도체 중형’ 분야 지원을 예정했다.
대형 벤처 투자 펀드 결성 추진과 동시에 초기 창업 기업을 미리 발굴해 투자하는 창업 초기 펀드 결성도 추진한다. 모태 펀드 1차 정시 출자 사업 창업 초기 일반 분야에 지원해 이미 1차 심사를 통과했다.
펀드 결성 완료 시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의 운용 자산은 1조원 후반대로 훌쩍 올라설 것으로 관측된다. 2021년 운용 자산 1조원을 넘어선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의 운용 자산은 현재 약 1조5000억원으로 집계된다.
투자 집행도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투자 규모를 크게 확장했다. 2023년 시작된 벤처 투자 시장 위축 국면이 지났다는 판단으로 지난해 투자 규모는 173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8%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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