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중동 전쟁에 뜨는 ‘K-공급망 데이터’… 물류 AI로 존재감 키운다

글로벌 해상 물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홍해 항로 불안도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미국 등 글로벌 주요국들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관세 정책 변화, 거시경제 변동성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공급망 관리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선사들의 항로 변경과 항만 혼잡, 입출항 일정 조정 등 변수도 복합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보 대응이 늦어질수록 생산 일정 차질과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화주와 물류 기업들은 공급망 가시성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 기업 트레드링스의 솔루션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내 화물 어디 있나”…트레드링스가 키운 공급망 가시성
글로벌 물류 시장이 요구하는 가시성은 늘 한결같다. “내 화물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 “원래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있는가”, “원래 계획한 시간에 맞춰 항구에 도착할 수 있는가”. 그러나 글로벌 무역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이 기본적인 질문조차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수출입 과정에서 다뤄야 하는 정보의 양은 방대하다. 송하인과 수하인, 본선명, 선적항, 양륙항, 도착지, 컨테이너 번호 등 선하증권(B/L) 한 장에만 수십 개의 항목이 들어간다. FCL(Full Container Load)과 LCL(Less than Container Load)에 따라 관리 포인트가 다시 갈라지고, 회사 내부 정보가 아닌 외부 선사·터미널의 스케줄을 끌어와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난이도는 한층 올라간다. 국내에만 4000여개의 포워더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산업의 데이터가 얼마나 복잡하고 비정형적인지를 보여 준다.
아직 많은 기업의 현장은 아날로그에 가깝다. 여러 선사 사이트와 포워더, 사내 전사적자원관리(ERP)를 일일이 오가며 화물 위치를 확인하고, 엑셀 파일에 수십 개의 셀로 선적의 이동 과정을 기록한다. 항만 혼잡이나 환적, 정책 변화 같은 외부 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그 영향을 직접 가늠해야 하니 리드타임 산정이 어긋나기 일쑤다. 결과적으로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거래처와의 신뢰가 흔들린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 관리 솔루션 도입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트레드링스는 2015년 설립 이후 11년간 해양·항만 데이터를 축적해 온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다. 오픈 데이터 수집과 기업별 API 연동, 위성 사업자와의 협약 등을 통해 데이터 커버리지를 확대해 왔으며,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 가능한 형태로 표준화하는 작업도 지속해 왔다. 현재는 전 세계 해상 데이터의 99% 이상을 커버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산업 전반의 AI 전환(AX)이 가속화되는 흐름 속에서 물류 데이터 품질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북미와 중동 지역의 엔터프라이즈 화주들이 트레드링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류 가시성을 확보하며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같은 데이터 자산은 물류 가시성 솔루션 ‘트래드링스 오션 비저빌리티(Tradlinx Ocean Visibility)’로 연결되고 있다.

◇흩어진 화물 정보, 한 화면에… ‘트레드링스 오션 비저빌리티’
트레드링스의 핵심 솔루션인 Tradlinx Ocean Visibility는 화물 위치와 운항 스케줄, 항만 입출항 정보 등을 한 화면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러 선사 사이트와 포워더, 사내 시스템을 오가며 정보를 확인해야 했던 비효율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사는 전 세계 45개 이상 주요 선사 데이터와 위성•지상 기반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데이터, 입출항 정보(ATD/ATA) 등을 결합해 화물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선사의 98% 수준까지 데이터 커버리지를 확보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업들은 B/L 번호나 컨테이너 번호 등을 기반으로 화물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잠재적 지연 발생 시 ‘선제적 지연 알림(Proactive Delay Alerts)’도 제공해 공급망 차질 대응 속도를 높였다. 별도 URL 기반 ‘트래킹 공유(Tracking Share)’ 기능을 통해 한 번의 클릭으로 화물 진행 상황을 볼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포워더를 위한 실시간 트래킹 위젯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별도 개발 없이 자사 홈페이지에 실시간 화물 추적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으며, 화이트라벨 기능을 통해 자체 브랜드 형태로 디지털 서비스 운영도 가능하다. 중소형 포워더들도 별도 인프라 구축 없이 디지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통로가 열리는 셈이다.
최근에는 ‘항만 혼잡 API(Port Congestion API)’도 솔루션에 통합했다. 평균 접안 지연 시간(Avg. Berth Delay)과 대기 선박 수(Vessels Waiting) 등 주요 항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AIS 데이터와 항만 입항(port-call)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교차 검증해 데이터 정확도를 높였다.

◇제조·식품업계로 확산된 공급망 관리 솔루션
트레드링스 솔루션은 국내 제조·식품업계를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대규모 글로벌 공급망을 운영하는 기업일수록 화물 위치와 운항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로지텍과 HD현대인프라코어, 이랜드 등은 Tradlinx Ocean Visibility를 활용해 여러 선사 사이트를 오가며 정보를 확인해야 했던 비효율을 줄이고 공급망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도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 ‘K-푸드’ 수출 확대와 함께 공급망 관리 중요성이 커지면서다. 빙그레는 솔루션 도입 이후 수출 화물 모니터링 업무를 한 화면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됐고, 해외 거래처에 보다 정확한 도착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삼양식품과 오뚜기, 하림펫푸드, SPC GFS, 대상 등도 공급망 관리 효율화를 위해 솔루션을 도입했다.
포워딩 업계에서도 디지털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화주 기업들이 물류사를 선정할 때 실시간 트래킹 시스템 구축 여부를 중요하게 보기 시작하면서다. 디지털 서비스 제공 여부가 수주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S종합물류의 경우 솔루션 도입 이후 고객 문의 응답 시간이 평균 70% 줄었고, 고객 만족도도 약 3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포워더들은 고객 문의량 감소와 업무 처리 시간 단축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트레드링스는 2023부터 2024년까지 48억건 이상의 해상 물류 데이터를 분석해 솔루션 신뢰성을 검증했다. 회사에 따르면 B/L 기반 추적 정확도는 평균 99.5% 수준이며, 정보 갱신 속도는 경쟁 솔루션 대비 최대 12배 빠르고, 데이터 정확도 역시 38%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미·중동 시장서 입지 넓히는 ‘K-물류 SW'
트레드링스는 북미와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고객사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에프엔에스(FNSUSA), 유닛 인터내셔널(Unit International), 페이지 인터내셔널(Page International) 등 현지 물류 기업과 글로벌 조명 브랜드 힝클리(Hinkley) 등 대형 화주 기업이 솔루션을 도입했다. 회사 측은 미국 시장에서 K-물류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라는 설명이다.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도 고객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 트레드링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식품•스낵 제조사 내셔널 푸드 인더스트리스 컴퍼니 리미티드(National Food Industries Company Limited)와 UAE F&B 기업 사랴 홀딩스(Sarya Holdings) 등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했다. 견과류 트레이딩 기업 로열넛츠(Royal Nuts)도 Tradlinx Ocean Visibility 도입을 확정했다.
중동·아프리카 지역 포워더 네트워크 마그넷(Magnet Tech Logistics Hub)과의 공식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트레드링스는 아부다비에서 열린 ‘아디펙(ADIPEC) 2025’에 참가해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회사 애드녹(ADNOC), AD 포트 그룹(AD Ports Group) 등과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트레드링스는 현지 에이전시나 리셀러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시장을 개척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 왔다. 박민규 트레드링스 대표는 “중동과 아프리카는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핵심 전략 시장”이라면서 “기술력을 앞세운 직접 진출로 현지 기업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구조적 성장은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트레드링스의 글로벌 시장 연간 구독 반복 매출(ARR)은 올해 1분기 기준 전분기 대비 120% 급증했다. 해외 매출 비중도 글로벌 진출 1년 만에 전체 매출의 20%를 넘어섰다. Tradlinx Ocean Visibility의 글로벌 도입 기업 역시 3000개사를 돌파했다.
또 현재까지 159개 국가 기업들이 솔루션 도입을 검토했으며, 미국·남미·인도 시장 사용자는 전년 대비 45%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는 ‘2024 가트너 디지털 마켓 어워즈(Gartner Digital Markets Awards)’에서 기능성과 사용 편의성, 고객 지원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

◇실시간 추적 넘어 예측까지… AI 기업으로의 진화
시장 요구도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기존에는 화물 위치와 도착 예정 시점을 파악하는 수준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지연 원인과 대안까지 함께 제시하는 공급망 관리 수요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위치 추적을 넘어 공급망 리스크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 전략까지 제시할 수 있는 서비스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레드링스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AI 기반 공급망 관리 기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년간 축적한 해상 물류 데이터를 기반으로 화물 위치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발생 가능한 리스크와 지연 원인까지 분석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회사는 특히 ‘설명 가능한 AI(XAI·Explainable AI)’를 핵심 기술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지연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변수들이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함께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항만 혼잡과 환적 지연, 운임 변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 변수를 AI 기반으로 분석해 공급망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트레드링스는 현재 항만 혼잡 데이터 AI 검증 기능을 솔루션에 적용하고 있으며, 도착 시점 예측과 지연 원인 분석, 대안 경로 제안 기능 등을 개발 중이다. 부산대학교 SCSC 연구센터와 카이스트(KAIST) 경영공학부 AIBA 연구실과 협력해 인과 기반 예측 모델 개발 등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부터 AI 기반 물류 서비스를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한 위치 추적 서비스를 넘어 공급망 리스크와 대응 전략까지 제시하는 ‘AI 물류 솔루션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미래의 물류 플랫폼은 방대한 데이터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고 검증된 데이터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트레드링스는 AI 기술 고도화와 산학 협력을 통해 전 세계 공급망 플레이어를 연결하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재인 기자 yj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