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방미 미스터리…국익 대신 쿠팡 배송했다

2026. 5. 1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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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일정을 마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월 2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차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지선이고 당이고 국가고 다 관심이 없고, 오로지 그냥 대권주자 되는 거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방미에 관해 묻자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제1야당 대표의 외교 성적표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중간에 누가 장난쳐서 사기를 쳤거나 로비를 당했거나” 하는 의혹이 제기될 만큼 장 대표의 미국 일정은 통상 정치인들과는 달랐다.

굵직한 외교 쟁점이 부상하는 시기, 의원 외교는 경직된 정부 외교의 숨통을 틔우고 주요국과의 관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왔다. 여당보다 정부 입장에서 자유로운 야당 대표는 과거 초당적인 접근으로 국가 간 긴장을 해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극우향 하는 장 대표에게는 애초에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국익보다는 개인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방미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소위 ‘스펙 쌓기’를 근절하기 위해 의원 외교가 보다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초당 외교”하겠다더니…달랐던 행보

장 대표의 방미 직전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한국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른 시기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병 압박은 갈수록 거세졌고, 외교 당국은 그가 지렛대 삼는 주한미군 재배치, 관세 등 통상 현안에 촉각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우릴 돕지 않았다”고 지적한 4월 6일(현지시간)엔 정치적 부담이 절정에 달했다.

장 대표의 방미는 이 같은 시점에 결정됐다. 4월 8일 일정이 처음 알려질 당시만 해도 국민의힘은 국익 우선을 표방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4월 9일 기자들과 만나 “국익을 최우선으로 책임 있는 야당 모습 보여드리고자 한다”며 “여야를 떠나 초당적 입장에서 야당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엄포 관련 “트럼프 측 인사들이 우리 정부에 갖는 한국관을 확인하고 다양한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미 결과 도출된 뚜렷한 외교적 해법은 없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폴라 화이트 목사 등 만남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명단만 화려했다. 급하게 변경한 일정들이 기대를 모았지만 누굴 만나 무슨 대화를 했는지 현재까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장 대표가 면담했다는 사진 속 ‘미 국무부 차관보’가 실은 ‘국무부 차관의 비서실장’이었다는 논란은 비공개로 일정을 진행한 후과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사흘간 미국 체류 일정을 연장한 이후인 4월 16일(현지시간)에 진행한 일정 관련 사진을 이날 출입기자단에 배포했다. 사진은 파일명에 ‘4월 16일 미국 국무부 차관보 면담 모습’이라고 적혔다. 국민의힘 제공

대신 장 대표는 방미를 통해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국제공화연구소(IRI)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현재 서울(현 정부)이 북한에 대해 취하고 있는 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현 정부는) 국방력을 약화하고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규모를 축소하며 동맹의 신뢰 기반을 약화하는 방식으로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을 추진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중대한 시험대 위에 서 있다”며 국내 정치적 상황을 위기에 처한 것으로 묘사했다.

유력 인사 면담은 실패 “망신만 당했다”

때문에 장 대표의 방미를 두고 애초에 ‘외교’를 위해 간 것이 아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사례와 비교해보면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야당(한나라당) 대표로 미국을 찾아 전향적인 대북 인식과 북핵 해법을 밝혀 실제로 ‘초당 외교’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외교적 부담을 가중한 이번 방미와 달리 미국 설득에 어려움을 겪던 정부의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그렇다고 보수 진영의 미국 인맥을 다지는 네트워킹 측면에서 성과를 낸 것도 아니다. 한 전직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가 깊지 않아서 접촉이 쉽지 않다”며 “그럴 때일수록 보수 진영에서 유력 인사를 만났어야 하는데 장 대표가 못 만났다는 건 굉장한 수치”라고 꼬집었다. 보수 네트워킹의 연속성을 중시하는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망신만 당하고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의 해석은 더 냉소적이다. 유력 정치인들이 해외 거물급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입지를 다지려다가 고꾸라졌다는 것이다. 2017년 야당 대표로 방미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4월 23일 페이스북에서 “보수 진영에서는 방미를 자신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로 삼는다”며 장 대표의 방미 이유를 추측했다. 당대표로서의 ‘외교’보다는 정치적 스펙 쌓기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국익보다 ‘선명성’… 강성 지지층 결집용이었나

일각에서는 한국 내 극우층이 소구하는 ‘트럼프 메시아론’에 부응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메시아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구하러 한국에 올 것’이라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부정선거를 수사할 것’이라는 현실 부정에서 기반한 음모론이다. 한·미 간 정상외교를 통해 그것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점이 드러났지만 극우층에서는 여전히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장 대표는 방미 일정 중 MAGA, 부정선거, 반중 등 ‘윤 어게인’이 환영할 만한 성향을 가진 인물을 주로 만났다. 대표적인 인물이 장 대표가 4월 13일 만난 ‘친트럼프’ 조 그루터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이다. 장 대표와 동행한 김민수 최고위원은 그와의 면담 결과에 대해 “그루터스 의장은 ‘투표 참여는 더 많이, 부정투표는 더 적게(vote more, cheat less)’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적었다. 극우 진영에서 ‘반중 인사’로 추앙하는 빌 해거티 상원 의원과 만남에 대해 “대한민국 보수가 워싱턴의 핵심 권력과 실질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월 13일(현지시간) 조 그루터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을 만나고 있다. 김민수 최고위원 페이스북 갈무리

트럼프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 불리는 화이트 목사와의 면담은 이 기획의 하이라이트였다지만 실패했다. 화이트 목사는 4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을 예수그리스도에 비유해 논란을 산 인물이지만 지난 3월 김민석 국무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을 성사시킬 정도로 영향력이 확실한 인물이다. 윤 어게인의 한 축인 국내 교계 인맥도 동원됐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극우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 쪽 관계자랑 관계가 있다고 해서 기대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일견 실패로 보이는 장 대표의 방미를 극우층에서는 성과로 포장하는 이유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극우 쪽에서 호응은 확실히 있다. 이번 방미로 친미와 반미를 확실하게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이번 방미를 통해 강성 지지층 집결은 성공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놨다.

“당무감사감” 쏟아지는 비판

일련의 행보의 의미에 대해 국민의힘 내 일각에서는 대권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오로지 대권주자 되는 거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며 “너무 맞지 않는 모자(당대표직)를 쓰고 있어서 자신도 감당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결과는 정부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 29일 국민의힘을 제외한 야당 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다른 나라 사례를 보더라도 대외 문제에서 자해적 행위를 하는 경우는 찾기 쉽지 않다”면서 “아쉽게도 우리 안에는 그런 요소가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의 방미 중 발언, 외교 문제로 비화한 쿠팡에 대한 옹호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스펙 쌓기로 변질하는 의원 외교의 폐해는 정치적 부담에 그치지 않는다. 현직 의원들의 국외 일정은 국회 예산 혹은 당비로 소화한다. 비용만큼 성과가 나온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당장 당내에서조차 당무감사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을 역임한 배현진 의원은 4월 27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당무감사감”이라며 “당직을 해본 경험상 추정이지만 방미 일정에 억 단위로 돈이 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원 외교에 매년 200억원…1인당 7200만원 투입

의원 외교에 투입되는 국회 예산 역시 비용 대비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경향신문이 최근 3년간 국가 예산 중 국회 의원 외교 예산을 분석한 결과 2024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2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배정됐다. 사업 내용은 ‘의원 외교, 국제회의 및 의원연맹 지원’이다. 예산은 갈수록 늘어 올해만 217억원에 달한다. 의원 1인당 연간 7200만원씩의 비용이 외교 활동에 투입되는 셈이다. 한 전직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 외교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사치성이 짙거나 외유성인 활동도 많다”며 “200억원이나 투입되는 건 너무 많다.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 외교 결과는 보고서로 작성해야 하지만 세부 지출 내역은 알기 어렵다. 3월 23일부터 29일까지 한미의원연맹 대표단의 미국 방문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여야 의원 6명과 보좌 직원 2명이 5박7일 동안 사용한 예산은 1억3912만원으로, 전체 예산의 약 78%는 항공료와 숙박비에 쓰였다. 국외 항공료 6322만원, 숙박비 3418만원의 세부 내역은 기재되지 않았다. 보고서 내 단위도 천원으로 오기될 만큼 허술했다.

의원들이 직무상 실시하는 국외 활동도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제22대 국회의원 직무상 국외 활동’ 내역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인 2024년 7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총 85건의 국외 활동 중 55건의 결과보고서가 미제출(65%) 상태다.

서울 여의도 서울의달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야경. 정지윤 선임기자
‘불투명’ 의원 외교, 투명한 감시체계 도입 시급

미국에서는 해외 출장 관련 지출 보고서에 지출 항목을 일자·항목·해당국 통화별로 나눠 기록한다. 숙박비와 식비 등은 정부가 정한 범위 내에서 통제되고 항공권 역시 민간 항공권을 이용했는지 등을 구분하기도 한다. 비용 역시 의원단 전체 지출로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1인당 지출로 상세하게 적는 점도 특징이다. 이해충돌방지를 위해 민간 지원을 별도로 기록한다. 이 같은 내용은 미국 연방의회 사이트(congress.gov)에 게재돼 누구나 볼 수 있다.

독립적인 감시기구를 만드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영국의 의회윤리청(IPSA) 사례가 대표적이다. IPSA는 국회의원들이 의정 활동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사전 승인을 받아야 이를 보상해주는 시스템을 갖췄다. IPSA에 따르면 출장 비용은 원칙적으로 이코노미석 요율로 환급된다. 또 엑셀처럼 시민들이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형태로 게재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국익 외교 관점에서 의원 외교의 규범과 원칙을 정립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23년 ‘국제질서 전환기 의회 외교’ 보고서에서 유럽의회가 2014년 채택한 ‘유럽연합 대외임무와 대표행위를 통제하는 실행조항’을 참고사례로 제시했다. 해당 조항은 의원들의 순방 시 준수해야 할 원칙을 규정하고, 대표단의 일원이 개인적 입장이나 자신의 정치집단을 위해 입장을 표명하거나, 언급한 경우 유럽의회의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의원 외교의 자율성은 인정하되 그 결과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통화에서 “의회는 행정, 사법, 입법 등 3대 권력 중 가장 자유로운 곳”이라며 “상호 간의 유대관계를 다지거나 때로는 정부보다 좀더 센 이야기, 불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의회 외교”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걸 좀 투명하게 하면 된다”며 “장 대표의 미국 방문도 ‘누구를 만났어야 한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뭔가 대단한 걸 한 것처럼 과장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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