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g 아기 몸, 진단명만 46개…마음으로 듣는 “엄마 사랑해”
‘초미숙아’로 태어난 4살 지민이

‘아동이 열이 나서 급히 입원했다고 합니다. 내일 인터뷰는 미뤄야 할 듯합니다.’ 지난달 27일 저녁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충남 천안에서 지민(가명·4)이와 엄마(41)를 만나기로 한 전날이었다. 갑작스럽게 40도까지 치솟은 지민이의 열은 해열제를 먹어도 떨어지지 않았다. 엄마는 곧장 지민이를 안고 서울로 향했다. 오후 5시께 충남 천안의 집을 나선 모자가 꽉 막힌 도로를 뚫고 응급실에서 대기했다. 병실에 작은 몸을 누인 것은 이튿날 새벽 3시가 다 돼서였다.
“뇌 손상이 심한 아이들이 갑자기 열이 잘 나요. 체온 조절이 잘 안되거든요. 항생제 맞고 치료하면서 지금은 열이 많이 내렸어요.”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엄마 신아무개씨가 상황을 설명하는 목소리는 차분했다. 초미숙아로 태어난 지민이는 여러 차례 큰 수술을 거치고도 뇌병변과 심한 청각장애, 신생아호흡곤란증후군 등을 가지고 있다. 조금만 열이 나도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천안 집에서 서울 병원까지 약 100㎞, 모자는 한달에 4∼5번꼴로 먼 길을 오간다.
아기 몸에 46개 진단명
인큐베이터에서 1년9개월을 지내는 동안 지민이는 10시간이 걸린 수두증 션트 수술(뇌척수액을 배출해 뇌압을 줄이는 수술)을 포함해 개복 수술, 눈 수술 등을 받았다. 기적처럼 생존했다. 다만 여전히 스스로 숨을 쉴 수 없다. 24시간 내내 산소호흡줄을 코에 달고 있다. 산소공급기는 물론 산소포화도와 맥박을 측정하는 기기도 몸에서 떼놓을 수 없다.
숨 쉬기 위한 장비로 가득한 유아차는 지민이가 타지 않아도 무게가 40㎏에 이른다.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집 천안과 병원이 있는 서울을 오가는 생활을 한다. 무게뿐이 아니다. 엄마는 어디에 가든 산소공급기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 위치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이동하던 도중 기차 안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산소공급기 전원이 끊길 뻔한 아찔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엄마의 하루 일과는 지민이 돌봄으로 빽빽하다. 새벽 5시, 눈을 뜬 뒤 가장 먼저 하는 건 호흡기 치료다. 약물을 안개처럼 뿌려주는 네뷸라이저(흡입용 분무기)를 이용한 호흡기 치료를 하고 나면 어느덧 아침 7시가 된다. 음식물을 직접 섭취할 수 없는 지민이에게 콧줄을 통해 유동식을 먹이는 데 다시 1∼2시간이 걸린다. 일주일에 세번 있는 재활 치료와 이어지는 네뷸라이저 호흡기 치료, 유동식 먹이기를 반복하다 보면 자정이 가까워진다. 새벽에도 편히 잠들 수는 없다. 가래 때문에 지민이가 잠에서 깰 때면 곧장 석션(빨아들여 제거)을 해주는 것도 엄마의 몫이다. 이날 대화 도중에도 엄마는 칭얼대는 지민이에게 밥을 먹이고 수시로 산소포화도를 확인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재활치료 하며 시작된 옹알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엄마가 한 일 중 하나는 지민이를 받아줄 재활병원을 찾는 것이었다. 충남 지역에 병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산소호흡줄 없이는 30분도 채 버티기 어려운 중증 아동을 받겠다고 나서는 곳을 찾기 쉽지 않았다. “제가 항상 산소통 갖고 다니면서 대기하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엄청 설득했어요.” 3년 가까운 기다림 끝에 다행히 ‘해보자’고 말해주는 병원이 나타났다.
그 간절한 마음이 지민이에게도 전해졌을까. 올해 본격적인 재활을 시작하면서 지민이는 나아지고 있다. 아직 혼자 힘으로 앉아 있기는 어렵지만 엄마의 품에 안길 때 엄마를 잡는 손에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망막박리(망막이 안구 안쪽 벽에서 떨어진 상태)가 있어 얼굴을 알아보지는 못하지만 엄마에게 ‘눈을 맞춰준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눈의 움직임도 좋아졌다. 재활치료와 함께 늦게 시작된 옹알이도 ‘엄마’를 부르는 소리에 가까워졌다. “확실히 재활을 시작하고 좋아졌어요. 원래는 개구리처럼 누워서 뻗어 있었는데 이제는 저를 잡아요. 저를 쳐다보는 건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름을 부르면 웃어주고, 제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이제 소리를 내서 울더라고요. 힘들지만 재활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기적처럼 잘 버텨줬으니까
원체 아이를 좋아하는 엄마는 지민이가 태어나기 전 6년 동안 어린이집에서 일했다. 직장 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며 20대 후반에 대학을 졸업해 어린이집 교사가 됐다. 자녀와 함께 어린이집으로 출근하는 게 엄마의 오래된 ‘로망’ 중 하나였다. 지금 엄마의 로망은 조금 다른 모습이 됐다. 그저 지민이가 잘 먹고 잘 자는 것. 산소공급기와 고열 걱정 없이 집과 병원이 아닌 곳으로 지민이와 놀러 가 보는 것.
“우선 본인 입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키도 좀 자라고 체력도 키워야 그다음 단계 치료를 할 수가 있더라고요. 그러려면 답은 재활밖에 없어서 진짜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엄마의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던 지난 3월, 지민이네는 다행히 기초생활 수급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매달 나가는 고정 의료비가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한시도 떼놓을 수 없는 콧줄, 유동식을 먹일 때 쓰는 피딩백 등 소모품 비용도 적잖은 부담이다. 해야 할 치료는 많은데 지민이의 체력도, 엄마의 사정도 따라주지 않는다.
그래도 엄마는 지민이를 포기하지 않는다. “교수님들이 살아남은 게 기적이라고 할 만큼 잘 버텨줬거든요. 제가 덜 먹고 덜 쓰면 지민이한테 하나라도 더 해주면서 키울 수 있겠죠.”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담담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하는 엄마의 손길을 찾아 지민이가 칭얼댔다. 엄마는 금세 지민이를 품에 끌어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 “매일 이렇게 뽀뽀해주면서 ‘엄마 사랑해 해줘’ 하거든요. 아마 지민이도 마음으로는 해주고 있지 않을까요?” 마치 그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크고 또렷한 눈을 끔벅이며 지민이가 예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캠페인에 참여하시려면
지민이네 가족에게 도움을 주시려는 분은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기업은행 035-100411-01-456, 예금주: 사회복지법인어린이재단). 다른 방식의 지원을 원하시면 초록우산(1588-1940)으로 문의해주십시오. 후원에 참여한 뒤 초록우산으로 연락 주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금 목표액은 2천만원입니다. 후원금은 1년간 지민이의 병원비(1천만원), 재활치료비(500만원), 언어치료비(500만원) 등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보도 이후
한겨레와 밀알복지재단이 함께한 ‘나눔꽃 캠페인’을 통해 엠마뉴엘 증후군을 앓고 있는 9살 미지의 사연이 소개된 뒤 219분께서 “미지 어머니 존경합니다”, “미지야 힘내” 등 따뜻한 메시지와 함께 1222만428원(5월3일 기준)의 정성을 모아주셨습니다.
밀알복지재단은 “미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따뜻한 응원을 보내준 모든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전해주신 소중한 마음은 미지네 가정에 잘 전달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후원금은 미지의 재활치료비, 의료 소모품비, 긴급생계비 등으로 사용됩니다. 모금 목표액인 1500만원을 초과한 금액은 미지처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장애아동에게 지원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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