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없이 3500만명 쓰레기 처리···인도 케랄라의 ‘분산형’ 실험[소각 없는 도시에 가다①]

오경민 기자 2026. 5.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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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11일 인도 뉴델리 외곽에서 한 남성이 가정 쓰레기와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운하에서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과 병을 수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구 대국 인도는 쓰레기 문제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는 국가이며, 전국 3100개 쓰레기 매립지에서 상당량의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불법 소각과 무단 투기도 만연하다. 이곳에서 ‘제로 웨이스트’(모든 자원을 재활용·재사용해 폐기물 배출량을 0에 가깝게 만드는 것)를 향한 절실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 남부 케랄라주는 소각장·매립지 중심의 ‘중앙집중형’ 폐기물 관리 시스템의 실패를 인정하고, 발생지에서부터 폐기물을 관리하는 ‘분산형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 3월 소각장 없이 3500만 인구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케랄라주를 찾았다.

대형 쇼핑몰도···1층에 선별장, 지하에 하수처리장
지난 3월9일 인도 케랄라 주도 티루바난타푸람의 대형 쇼핑몰 ‘룰루몰’ 1층에서 직원이 종이 폐기물을 압축하고 있다. 티루바난타푸람 | 오경민 기자

케랄라 주도 티루바난타푸람의 대형 쇼핑센터 ‘룰루몰’ 뒤편에는 조용하지만 분주한 폐기물 처리시설이 있다. 지난 3월9일(현지시간) 룰루몰 1층 선별장에서는 직원들이 쇼핑센터에서 나온 쓰레기를 페트, 유리, 종이 등 재질별로 분류하고 있었다. 선별된 폐기물은 압축해 지역 자원회수시설로 보낸다.

푸드코트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도 현장에서 처리한다. 조리 전 폐기물은 가축 사료로, 조리 후 폐기물은 퇴비로 활용된다. 하루 2t가량의 쓰레기가 배출 당일 현장에서 자원화된다. 주방 폐수와 화장실 오수도 내부 하수처리장에서 정화된다. 케랄라식 분산형 폐기물 관리 시스템의 일부다.

이 같은 시스템은 2011년 빌라필살라의 대형 매립지 폐쇄를 계기로 본격 구축됐다. 당시 매립지 부실 관리로 주변 지역에서 수질 오염과 악취 문제가 심각해졌으며 인근 주민들은 피부병과 호흡기 질환 등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반발이 이어지자 주 정부는 결국 매립지를 폐쇄했다. 쓰레기를 보낼 곳이 사라지자 도시 곳곳에 쓰레기가 쌓였다. 추가 매립지나 소각장 조성도 주민 반대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주 정부는 대규모 폐기물 처리 시설 중심의 모델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알라푸자 등 일부 도시에서 실험적으로 운영하던 제로 웨이스트 방식을 확장해 각 가정과 사업장이 직접 쓰레기를 처리하는 분산형 시스템을 구축했다. 2023년 관내 브라마푸람 매립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24㏊에 달하는 땅이 불타고 독성 매연이 인근 도시를 뒤덮자 정책 전환은 더욱 속도를 냈다.

정책 변화를 이끈 토머스 아이작 전 케랄라주 재무장관은 “높은 인구 밀도로 인해 부지가 부족할 뿐더러 주민 반대로 소각장을 짓기 어려웠다”며 “개개인이 책임을 다해 쓰레기를 줄이고 처리하는 방식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케랄라주는 인도 내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내 쓰레기는 내 책임’이라는 원칙
지난 3월11일 인도 케랄라주의 알라푸자 한 가정집 옥상에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할 수 있는 ‘바이오 키친 빈’이 놓여있다(왼쪽). 다음날 같은 지역 공동체 퇴비화 시설에 한 여성이 집에서 가져온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 기구에 버리고 있다(오른쪽). 알라푸자 | 오경민 기자

케랄라주는 음식물과 고형 폐기물을 구분해 처리한다. 전체 폐기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각 가정이나 마을 공동 시설에서 퇴비화한다.

주 정부는 가정용 퇴비화 용기인 ‘바이오 키친 빈’을 보급했다. 알라푸자에서만 2만개 이상이 사용되고 있다. 일부 가정은 소규모 바이오가스 설비를 설치해 음식물 쓰레기로 조리용 연료를 생산하기도 한다. 이런 기구를 집에 둘 수 없는 경우 마을에 설치된 공동 퇴비화 시설에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다 버릴 수도 있다.

플라스틱, 유리 같은 고형 폐기물은 방문 수거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지정일에 배출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방문 수거원을 ‘하리타 카르마 세나’(녹색 전사)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세척되지 않은 폐기물을 수거하길 거부하거나 배출 가정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깨끗한 폐기물은 지역 및 광역 자원회수시설에서 재분류한다. 이 과정에서 거의 모든 쓰레기가 자원화된다. 일부 오염된 비닐 등은 시멘트 공장 연료로 쓰인다. 소각장으로 가는 쓰레기는 의료폐기물뿐이다.

이 시스템은 ‘내 쓰레기는 내 책임’이라는 원칙에 기반한다.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내가 세척하고 관리한다. 우리 지역 쓰레기를 다른 지역에 떠넘기지 않는다. 환경단체들은 대규모 폐기물 처리시설 중심의 중앙집중형 시스템 아래에서 다이옥신·미세먼지·중금속 등 환경 피해가 저소득층과 정치적 영향력이 약한 지역에 전가되는 일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현지 환경단체 ‘타날’의 자야쿠마르 대표는 “도시의 쓰레기를 시골로 보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그 방법은 환경 정의에 어긋나며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인도 케랄라주 알라푸자에 사는 라힘 쿠피씨(왼쪽)와 쉴라 쿠피씨(오른쪽) 가족이 가정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해 키운 정원에서 웃고 있다. 알라푸자 | 오경민 기자
쓰레기산에서 ‘제로 웨이스트’ 도시로
인도 케랄라주 주도인 티루바난타푸람의 칼라디무검 지역 광역 단위 자원회수시설에서 노동자들이 수거된 비닐쓰레기를 선별하고 있다. 한국 선별장에서와는 달리 깨끗이 씻어 말린 비닐들이 대부분이다. 티루바난타푸람 | 오경민 기자

티루바난타푸람의 칼라디무검 광역 자원순환시설에선 악취가 거의 나지 않는다. 가정에서 세척한 상태의 폐기물이 반입되기 때문이다. 약 1만2000가구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이 시설은 단층에 4면이 뚫려있는 구조다. 이곳을 관리하는 비슈누씨는 “바로 옆이 주택가지만 민원이 하나도 없다”며 “발생지에서부터 쓰레기를 책임감 있게 관리한 덕분에 시설 노동자도 악취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상황은 분산형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의 케랄라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 공공 소각장의 처리 용량을 넘는 폐기물이 매일 새롭게 버려진다. 서울시는 넘쳐나는 쓰레기를 인천 수도권 매립지로 보내 ‘직매립(쓰레기를 봉투째로 묻는 방식)’ 해왔지만 지난해부터 직매립이 금지됐다. 수도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남은 쓰레기는 충청·강원권의 민간 시설로 가고 있다. 시는 하루빨리 공공 처리시설을 확충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쓰레기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십여년 동안 건설하지 못한 신규 소각장을 언제 지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게다가 운영 중인 공공 소각장들은 올해 대대적인 정비를 차례로 앞두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는 정비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쓰레기 직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매립지, 소각장, 민간 처리시설 사이에 ‘쓰레기 돌려막기’가 반복되고 있다.

반면 케랄라주는 과감한 전환과 투자로 지속 가능한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는 집요한 설득으로 넘었다. 주 정부는 이동식 선별장을 설치한 뒤 ‘냄새가 나면 도로 가져가겠다’고 주민들을 안심시켰고, 자원순환시설 앞에 어린이 운동장을 조성해 주민들이 처리시설 운영 방식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시부 나이어 세계소각대안연맹 활동가는“쓰레기처럼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는 문제를 자꾸 숨기면 안 된다”며 “잘 보이는 곳, 사람들 바로 옆에 둬야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토머스 아이작 전 인도 케랄라주 재무장관이 지난 3월10일(현지시간) 케랄라주 티루바난타푸람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서 제로 웨이스트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티루바난타푸람 | 오경민 기자

티루바난타푸람 |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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