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는 브랜드보다 레시피”… 화장품 ODM기업들 ‘만개’
인디 브랜드 성장 뒤엔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ODM 기술력
국내 ODM업체 레시피 개발•보유해 제조사 교체 쉽지 않아

K-뷰티 산업의 무게중심이 브랜드에서 제조사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중국 소비를 기반으로 성장했던 화장품 시장이 이제 미국·유럽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발빠른 글로벌 진출을 가능하게 해주는 국내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BNK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K-뷰티 글로벌 확장의 핵심은 더 이상 브랜드 자체가 아니라 이를 빠르게 제품화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ODM 역량”이라며 “한국 화장품 ODM 산업이 단순 제조를 넘어 글로벌 뷰티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재평가되는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 화장품 수출 구조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21년 62%에 달했던 중국·중화권 비중은 2025년 26.7%까지 하락한 반면, 미국 비중은 8.1%에서 18.6%로 확대됐다.
유럽 비중 역시 같은 기간 2.4%에서 8.7%로 급증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유럽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76.2%, 미국은 39.9%를 기록했지만 중화권은 역성장했다.
시장 변화의 중심에는 인디 브랜드가 있다. 구다이글로벌(조선미녀), APR(메디큐브), 달바 등은 SNS와 글로벌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틱톡·인스타그램·유튜브 등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 소비자를 직접 확보하고, 한국 ODM의 빠른 제품 개발 능력을 활용해 히트 상품을 만들어낸다.
특히 ODM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 생산이 아닌 ‘처방권’에 있다는 분석이다. OEM(주문자위탁생산) 방식과 달리 ODM은 제조사가 직접 레시피를 개발·보유하기 때문에 브랜드사가 제조사를 쉽게 바꾸기 어렵다. 화장품은 제형이나 효능이 조금만 달라져도 소비자 반응이 달라질 수 있어, 히트 제품일수록 제조사 교체 리스크가 커진다.

이 같은 구조는 한국 ODM 업체들의 높은 연구개발(R&D)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매출의 5~6% 수준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들의 평균 연구개발투자 비율(3% 내외)을 크게 웃돈다.
실제로 코스맥스는 연간 8000개 이상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콜마 역시 선케어·스킨케어 등 전문 연구소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의 움직임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스킨케어 분야를 자체 생산해왔던 다국적 뷰티 브랜드들이 비용 효율화와 제품 개발 속도를 이유로 한국 ODM 활용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은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ODM에 스킨케어 생산을 맡기기 시작한 것은 국내 제조 기술력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현재 K-뷰티는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온라인 중심 판매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ULTA·세포라 등 세계적인 오프라인 뷰티 유통 채널 입점이 확대되면 초도 물량과 안전재고 확보를 위한 대규모 선주문이 ODM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화장품 ODM 업종의 성장성이 유효하다”며 “한국콜마의 경우 선케어에 이어 스킨케어 히트 상품 연쇄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코스맥스는 미국 법인 손익분기점(BEP) 달성과 태국 생산능력 확대가 추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ea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