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ACE ON RAILS
[여행]


Rovos Rail | 아프리카 기차여행은 현지인들도 고개를 저을 정도로 위험한 게 사실이지만 ‘아프리카의 자존심(The Pride of Africa)’이라 불리는 ‘로보스 레일’이라면 한 번쯤 부려도 좋을 사치임이 분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기차’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 정도다. 1989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기업가 로한 보스는 남아공 전역에 보물처럼 흩어져 있던 빅토리아·에드워드 시대의 빈티지 객차들을 하나하나 사들여 장인들을 통해 수공으로 수리한 뒤, 대영제국 시절 호화열차의 화려함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그 자체로 뮤지엄 피스나 다름없는 짙은 녹색 열차는 에드워드 양식의 고풍스러운 가구와 짙은 광택의 목재 패널로 마감되어 마치 19세기 귀족의 저택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압권은 열차 맨 끝에 위치한 전망 칸이다. 발코니가 마련돼 있어 아프리카의 거친 바람을 맞으며 광활한 평원을 가로지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최대 72명만 탑승할 수 있는 열차는 승객들이 머무르는 객실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사교의 장이 되어주는 라운지 등으로 구성되었는데, 전 객실에 24시간 전담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 노선은 프리토리아에서 케이프타운까지 3박 4일을 달리는 구간. 광활한 카루 사막과 남아프리카의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운이 좋으면 아프리카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 @rovosrail


Britannic Explorer | 가장 영국적인 숙소를 찾는다면 이제 이 기차 티켓을 예매하는 게 좋겠다. 지난해 7월, LVMH 소속의 벨몬드 그룹이 ‘브리타닉 익스플로러’를 선보인 것. 영국 본토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 럭셔리 슬리퍼 열차는 런던 빅토리아역을 출발해 콘월의 거친 해안과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고요한 호수, 웨일스의 산야를 3박 4일에 걸쳐 순환하며 차창 밖으로 가장 영국적인 그림을 담아낸다. 인테리어는 런던 기반 디자인 스튜디오 알비온 노르드(Albion Nord)의 손에서 탄생했다. 영국의 자연 풍경에서 영감 받은 차분한 색조와 천연 소재를 활용해 마치 영국 시골 저택의 거실에 들어온 듯한 아늑함을 자아낸다. 객실은 단 18개. 그중 단 3개 뿐인 그랜드 스위트는 더블 침대와 대리석 욕실, 전용 다이닝 테이블을 갖춘 완벽히 독립된 공간을 제공한다. 미식의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미쉐린 스타 도합 9개를 보유한 셰프 사이먼 로건(Simon Rogan)이 영국 각 지역의 제철 식재료로 구성한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빅토리아 시대 약재상에서 착안한 바(bar)에서는 엄선된 칵테일과 위스키를 즐길 수 있다. 신상 열차답게 웰니스를 위한 전용 칸까지 갖췄는데, 이곳에서는 영국 웰니스 브랜드 ‘와일드스미스’와 협업한 보태니컬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belmondbritannicexplorer


Venice Simplon-Orient-Express | 19세기 프랑스 파리와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잇던 호화 열차에 뿌리를 둔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VSOE)’는 럭셔리 레일크루즈의 원조이자 상징이다. 왕족과 외교관,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이동하는 궁전’으로 명성을 쌓아왔으며,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모티프가 된 곳으로 유명하다. 열차 내부는 1920~1930년대를 떠오르게 하는 예술 양식과 디테일이 가득하다. 나뭇잎 무늬를 섬세하게 새겨 넣은 상감세공 벽면과 고풍스러운 벽난로가 있는 히든 티룸, 800여 권의 장서를 품은 서가는 시공간을 초월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미식 경험 또한 압도적이다. 미쉐린 스타 셰프 장 임베르(Jean Imbert)가 총괄하는 주방에서는 페리고르의 트러플과 베니스산 사프란, 헝가리 오리 요리 등 유럽 각지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최상급 만찬을 선보인다. 유럽 전역을 오가는 다양한 노선을 운영하지만, 백미는 역시 파리에서 베니스까지 꼬박 하루를 달리는 구간이다. 프랑스의 평온한 전원마을과 알프스의 장엄한 설산, 그리고 아드리아해의 에메랄드빛 해안선이 24시간 내내 그림처럼 이어진다. 객실은 트윈 캐빈과 캐빈 스위트, 그랜드 스위트로 나뉜다. 그중 단 6개뿐인 그랜드 스위트에는 유리공예로 만든 세면대와 황동 샤워기를 갖춘 전용 욕실이 구비되어 있으며, 24시간 전담 버틀러 서비스와 무제한 샴페인, 캐비아 서비스, 프라이빗 다이닝 등을 제공한다. @vsoetrain


Seven Stars in Kyushu | 유럽이나 아프리카가 부담스럽다면 가까운 일본에서도 럭셔리 레일크루즈를 만날 수 있다. 후쿠오카 하카타역을 출발해 규슈 전역을 순환하는 ‘세븐 스타즈 인 규슈’다. 이 열차는 꿈의 열차라 불린다. 그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서다. 티켓은 사는 게 아니라 추첨을 통해 탑승 자격을 얻어야 하는데, 평균 경쟁률이 수십 대 일에 육박한다. 독특한 이름의 비밀은 규슈의 7개 현과 7가지 매력을 상징한 것. 1박 2일부터 3박 4일까지 다양한 코스가 준비되어 있는데, 도예 마을 탐방과 온천 여정, 규슈의 식문화 체험 등 ‘오프 트레인 프로그램’도 촘촘하게 짜여 있다. 열차는 한마디로 호화롭다. 일본 디자인계의 거장 미토오카 에이지가 설계한 내부는 서양의 클래식한 분위기에 일본 전통 공예를 섬세하게 얹은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벽면은 못을 사용하지 않는 전통 격자 세공 기법인 ‘구미코’로 장식하고, 열차 내 라운지 바 ‘블루문’과 다이닝 공간 ‘주피터’에는 가키에몬 가마에서 구운 아리타 도자기 등을 비치해 규슈의 매력을 더욱 다채롭게 보여준다. 총 7량의 객차 중 승객이 머무는 객실은 단 10개. 한 회차당 최대 20명만 탑승할 수 있으며, 차내에서는 엄격한 드레스 코드가 적용된다. @sevenstars_in_kyushu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