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과 급락 사이…코스닥 투자 체크 포인트
[커버스토리]

최근 금융당국이 코스닥 체질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현저히 낮은 기업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코스닥 시장을 2개 리그 체계로 재편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3월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이 같은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저PBR 기업에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 shaming: 이름 붙여 망신 주기)’ 방식으로 시장 압박을 가하고, 자산 재평가 공시를 도입해 숨겨진 기업 가치를 드러내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성숙한 혁신 기업(프리미엄 시장)’과 ‘성장 중인 기업(스탠다드 시장)’으로 구분해 승강제를 도입하고,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해 일반주주 피해를 줄이기로 했다. 이는 코스닥을 단순한 변동성 시장이 아닌 구조적 개편이 필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대가 밀어 올리는 주가
코스닥은 오랫동안 ‘기회의 시장’으로 불려 왔다. 벤처·기술 중심 기업이 모여 있어 초기 성장 단계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기대수익을 제공하는 시장으로 인식돼 왔다. 실제로 특정 시기에는 코스피를 크게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개인투자자 자금을 대거 끌어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코스닥은 반복적인 급등과 급락을 겪으며 동시에 ‘고위험 시장’이라는 평가도 받아 왔다. 테마 중심의 과열과 붕괴,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대, 정보 비대칭 속 투자 판단 오류는 코스닥을 ‘리스크 프리미엄 시장’으로 만든다. 강력한 서사를 기반으로 한 기대가 단기간에 가격을 밀어 올린 뒤, 불확실성이 확인되는 순간 급격히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된다.
이 구조는 최근 ‘삼천당제약 사태’에서도 드러난다. 삼천당제약은 올해 초 경구용 당뇨·비만 치료제 기대감으로 주가가 석 달 만에 5배 이상 급등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까지 올랐다. 한때 120만 원을 넘는 ‘황제주’였지만 이후 급락했다.
상승 배경은 ‘먹는 비만약’ 서사였다. 회사는 미국 파트너와의 대규모 계약을 내세워 높은 수익 전망을 제시했지만, 상대방 비공개, 추정 매출 중심, 적은 초기 마일스톤 등으로 ‘부풀리기’ 논란이 제기됐다. 핵심 기술 ‘S-PASS’도 임상·특허 정보 부족으로 신뢰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시도까지 겹치며 투자 심리가 급랭했고, 4월 한 달에만 약 40% 하락하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가 불확실성으로 붕괴되는 전형적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과거에도 이 같은 사례는 반복됐다. 신라젠은 임상 기대감으로 급등했다가 실패 소식과 함께 주가가 붕괴됐고, 헬릭스미스 역시 임상 데이터 논란 이후 신뢰가 무너지며 급락을 경험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패턴이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P2E(Play to Earn: 플레이로 돈 벌기) 열풍 속 급등했다가 토큰 논란으로 급락했고, 2차전지 관련 종목 역시 개인 자금이 몰리며 급등한 뒤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됐다. 메타버스, 인공지능(AI)과 같은 신산업 테마에서도 기대가 가격을 선반영한 뒤, 실체가 확인되는 과정에서 급격한 조정이 반복됐다.

금리·유동성·신뢰 ‘삼중 압박’
코스닥에서는 ‘강한 서사 → 자금 쏠림 → 기대 과잉 → 작은 균열 → 급락’이라는 구조적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코스닥은 실물 경기보다 유동성과 투자 심리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이다. 금리상승기에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되며 낙폭이 확대되고, 반대로 유동성이 풍부한 국면에서는 기대가 과도하게 선반영되며 급등이 나타난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은 바이오와 2차전지 비중이 높은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특히 바이오 업종은 미래 기대수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구조상 금리에 매우 민감하다”며 “금리상승기에는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빠르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이란 전쟁 이후 후유증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며 “물가 불확실성이 높아질 경우 금리 경로 역시 상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코스닥과 같은 성장주 중심 시장에는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수급 구조 역시 시장 변동성을 더욱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이 80%를 웃도는 상황에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가계 자금이 금융투자 상품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며 “일부 가계는 은행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활용해 투자에 나서고, 코스닥 투자 과정에서 레버리지까지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향후 이자 부담이 커질 경우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상황만으로도 반대매매가 촉발될 수 있다”며 “빚을 내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강제 청산에 직면하면 손실이 급격히 확대되고, 이는 시장 전반의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변동성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코스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단순한 저평가 문제가 아니라 기업 경영 방식과 시장 구조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로 해석된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자금조달 수단이 아닌 엑시트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상장 이후 주가 관리와 주주 가치 제고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보가 없으면 기대만 남는다
투자자와의 소통 부족과 불성실 공시 역시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키며 시장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로 인해 코스닥은 기대 중심 투자와 높은 변동성이 반복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좋은 기업’과 ‘충분한 정보 제공’에 있다”며 “기업이 투자자에게 사업 내용과 향후 전략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해외 사례와 비교하며 국내 기업설명회(IR) 관행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의 경우 대부분 상장사가 분기마다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실적과 향후 계획, 사업 전망을 상세히 설명한다”며 “반면 국내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공시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정보 비대칭이 큰 구조에서는 투자자 신뢰가 형성되기 어렵고, 시장 변동성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IR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배경도 짚었다. 그는 “기업들이 IR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투자자에게 설명할 만한 내용이 부족한 경우, 둘째는 전담 인력과 비용 등 현실적인 부담 때문”이라며 “IR 역량을 보완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마련된다면 기업의 약점이 개선되고 시장 전반의 신뢰도 역시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정보 제공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제도 개선과 정보 투명성 확대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는 이러한 시장 구조 속에서 어떤 기준과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까.
‘현금화 가능한 기업’을 찾아
금융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에 대해 밸류에이션을 보다 보수적인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코스피에서는 일반적으로 저PER, 저PBR이 저평가 신호로 해석되지만, 코스닥에서는 이익 자체가 안정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구조가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
매출 성장만으로는 기업 가치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고, 실제 이익 창출 능력과 현금흐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높은 밸류에이션은 언제든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성장의 속도가 아니라, 그 성장이 얼마나 빠르게 ‘현금화’될 수 있는지다.

따라서 이러한 기준을 실제 투자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데이터 기반의 필터링이 필요하다. 이효섭 실장은 “코스닥 기업 중에서는 매출이 증가하거나 수익성이 개선되는 종목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반대로 매출이 감소하고 적자가 지속되는 기업은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분기나 반기 동안 리서치 보고서가 단 한 건도 발간되지 않은 기업은 시장의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가 사실상 없는 종목 역시 정보 비대칭과 유동성 리스크 측면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코스피는 이익의 절대 수준이 주가를 좌우하는 반면, 코스닥은 현재 실적보다 이익 성장의 방향성과 속도, 그리고 산업 내 포지셔닝에 대한 기대가 가격 형성의 핵심 변수”라며 “다만 실적 가시성이 낮은 만큼 재무 안정성과 수익 전망의 합리성에 대한 선별적 검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코스닥 투자는 ‘좋은 기업을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장의 유동성 흐름, 투자 심리, 그리고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함께 읽어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종목 선택을 넘어 시장 전체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영역이다.
정책은 변화의 시작일 뿐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저PBR 기업 공개, 코스닥 리그제 개편, 중복상장 제한 등의 정책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분명하다. 다만 기대 중심의 투자 문화와 정보 비대칭 구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
이효섭 실장은 “이번 정부 정책이 좀비기업을 솎아내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본다”며, “퇴출 요건이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만큼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시장은 좀비기업 비중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이들이 정리될 경우 오히려 코스닥 지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전반적으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시장을 변화시키는 정책과는 별개로, 투자자는 스스로의 기준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코스닥은 여전히 기회의 시장이지만, 그 기회는 언제나 높은 변동성을 동반한다. 중요한 것은 기대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그 기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일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