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된 토스, 왜 고민이 커졌나

“감시 빡세져서 조심들 하라고 교육도 받았어요.”
“소개팅 나가면 이제 대기업이라고 얘기해요.”
송금 앱으로 시작한 서비스가 이제 증권·보험·은행·PG를 품은 금융 대기업이 됐다. 모바일 기반 금융회사 토스 얘기다.
토스는 2026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공식 지정됐다. 재계 94위다. 2013년 창립 이후 약 13년 만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스타트업 꼬리표를 떼고 제도권 안의 대형 금융그룹으로 편입된 셈이지만 규제 대응을 위한 비용은 물론 공시 의무에 따른 부담도 함께 커졌다.
◆블랙홀 ‘슈퍼앱’
“송금할 일이 없으면 앱을 켤 이유가 있을까.”
금융 플랫폼의 고질적인 과제는 낮은 접속 빈도다. 토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체류 시간 확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모임을 유도하는 ‘포인트 받기’나 게임 요소를 접목한 ‘고양이 키우기’ 등 재미 요소와 혜택을 결합한 서비스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금융 거래가 없어도 앱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공동구매 서비스 역시 4050세대 이용자 확대에 기여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앱인토스(Apps in Toss)’는 외부 파트너사가 토스 앱 내에서 미니앱 형태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토스는 결제와 광고를 중개하며 수수료를 확보하는 플랫폼 모델을 구축했다. 현재 입점한 미니앱은 2000개를 넘어섰다. 쇼핑, 운세, 건강 관리 등 금융 외적인 영역까지 앱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이용자 체류 시간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다.
토스의 핵심 전략은 ‘슈퍼앱’이다. 송금, 뱅킹, 증권, 결제뿐 아니라 생활형 서비스까지 결합해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고 서비스 이용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토스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2500만 명이 됐다. 1인당 평균 사용 시간도 100분을 넘어섰다. 사용자 체류 시간 증가는 곧 수익화 기반이 됐다. 2024년 토스는 처음으로 연간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수년간 이어진 연간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에서 벗어난 것이다. 연결 매출이 처음 1조원을 넘어선 지 2년 만이자 토스 앱이 나온 지 10년 만이다.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수익(매출)은 2조6983억원, 영업이익은 3360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37.9%, 270.4% 급증했다.
◆일등 공신 토스증권
이용자의 가파른 증가는 토스증권의 성장세와 시너지를 내며 그룹의 수익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토스가 빠르게 적자 구조를 벗어난 핵심 배경에는 토스증권이 있다.
현재 토스는 비바리퍼블리카를 정점으로 토스뱅크, 토스증권, 토스페이먼츠 등 22개 종속회사를 거느린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뱅크와 증권이 금융의 양 축을 담당한다면 토스페이먼츠(온라인 결제)와 토스플레이스(오프라인 결제) 등은 비금융 사업 영역을 지탱한다.
주목할 점은 지분율이다. 은행법(은산분리) 규제로 토스뱅크 지분율이 20%대에 머무는 반면 토스증권은 비바리퍼블리카가 94.2%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 사업의 성과가 그룹 실적에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다. 실제 금융 부문 수익성 개선 역시 상당 부분 토스증권이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토스증권의 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106.8% 증가한 882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99.5% 성장한 4458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그룹 전체 영업이익(336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사실상 토스증권이 전체 흑자 구조를 견인한 셈이다.
증권 부문 영업이익률은 50.5%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10~20% 수준에 머무는 대형 증권사들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로 토스증권의 수익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토스증권은 해외주식 시장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토스증권의 2025년 연간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 수익은 4494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4318억원)과 키움증권(3205억원) 등 전통 강자를 제친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 중인 ‘국내 주식 수수료 0원’ 정책은 0.01%대 수수료를 유지하던 기존 대형 증권사 고객들을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다. MZ세대를 넘어 40대 이상 중장년층까지 고객층이 넓어졌다는 평가다.
성장세는 수치로 나타난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토스증권의 국내 주식 거래대금은 약 244조원으로 전년 동기(35조원) 대비 7배 급증했다. 이를 일평균 거래대금(약 4조원대)으로 환산해 지난 4월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약 34조원)과 비교하면 국내 주식 거래의 약 10~12%를 토스증권이 점유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잦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전산 장애는 지속 성장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3월까지 토스증권에서 발생한 MTS 오류는 총 42건으로 주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 전산 장애가 발생했으며 상당수가 미국 증시 개장 시간대인 야간 거래 시간에 집중됐다. 업계에서는 해외주식 거래 증가 속도를 시스템 인프라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 구조가 위탁매매 수수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 역시 한계다. 자기자본 투자나 자산운용 등 수익원이 다양한 전통 대형 증권사들과 달리 거래대금 증가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증시 거래가 활발한 시기에는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지만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약세장에서는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처럼 증권 부문이 그룹 전체 실적을 떠받치는 구조에서는 증권업의 변동성이 곧 토스 전체의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토스는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지만 업계 전반으로 유사한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차별성은 점차 희석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플랫폼과 비금융 계열사의 자체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토스의 다음 과제로 꼽힌다.

◆‘대기업 규제’ 받는 토스
대기업집단 지정 이후 강화되는 규제 대응 능력 역시 중요한 과제다. 스타트업 특유의 기동성 뒤에 가려졌던 내부 지표들이 이제 시장의 감시 아래 놓이게 된다. 우선 공시 의무가 대폭 강화된다. 계열사 간 자금 거래와 내부거래는 이전보다 엄격한 공시와 규제를 받게 된다.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규제도 본격 적용된다. 총수(동일인) 일가의 지분이 집중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부를 편법으로 이전하는 행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이승건 대표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그룹 차원의 법적·윤리적 책임 역시 한층 무거워지게 됐다. 계열사 간 자금 대여나 채무 보증에도 제약이 생긴다.
업계에서는 토스 특유의 조직문화와 성장 방식 역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토스는 강한 성과 중심 문화로 성장해왔지만 대기업 반열에 오른 만큼 고용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잣대는 한층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전통 시중은행들이 요구받아온 ‘상생 금융’이나 소비자 보호와 같은 공적 역할에 대한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지정은 토스가 제도권 금융의 주류로 인정받았다는 영광인 동시에 규제 비용 증가와 사회적 감시라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된 변곡점인 셈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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