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전기 만들어도 보낼 수 없다"…속 타는 전력 인프라
[편집자주] '바다 위 무한 에너지'으로 불리는 해상풍력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핵심 전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해상풍력특별법 등 성장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각종 규제 장벽과 인프라 부족 등 해결해야할 과제 또한 산적한 상태다. 해상풍력을 핵심 전원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해법과 K 해상풍력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을 짚어봤다.

정부는 2035년까지 해상풍력을 누적 25GW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해 기준 상업 운전 규모는 0.35GW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매년 2GW 안팎의 신규 설비가 추가돼야 하지만 사업 초기 단계라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큰 병목은 전력 계통이다. 해상풍력은 바다에 터빈을 세워 전기를 생산한 뒤 육상으로 옮기는 게 핵심이다. 이 과정서 터빈 사이를 연결하는 내부망 해저케이블, 전력을 모아 승압하는 해상변전소, 육지 변전소까지 이어지는 외부망 해저케이블과 이를 기존 송전망에 연결하는 접속설비까지 필요하다. 시공부터 설비 가동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이해관계자 갈등, 환경, 인허가 문제 등으로 일정 지연이 잦고 비용 부담도 크다. 설비용량 기준 원전 1기의 절반 수준인 532MW 규모 안마해상풍력 사업은 내·외부 해저케이블 설치 계약 규모만 4500여억원에 달했다.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낼 인프라도 부족하다. 국내 해상풍력 단지는 주로 서남해안에 있지만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려면 송전선로가 필요하지만 현재 345kV 이상의 송전선로가 부족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정부가 11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기도 하다.

김종화 영인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전용 선박만 해도 3000억~6000억원이 들어가는 등 해상풍력 관련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정부의 명확한 로드맵 없인 민간에서 섣불리 참여할 수 없다"며 "투자 이후 사업이 지연되면 손해가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목표연도에 몇 GW를 보급하고 사업이 지연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건지 등 세부 로드맵이 제시돼야 민간도 투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별 사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동접속설비 확대도 요구된다. 해당 설비는 여러 해상풍력 단지가 함께 쓰는 계통 접속 선로다. 각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해저케이블과 변전설비를 구축하면 비용이 커지고 설비가 중복될 수 있지만 공동접속설비는 여러 단지의 전력을 한꺼번에 모아 연결하기에 초기 투자 부담과 계통 난개발을 줄일 수 있다.
'선건설·후정산' 제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단 의견도 제기된다. 해당 제도는 한국전력이 공동접속설비를 우선 건설하고 사업자가 설비 이용 기간 동안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발전단지 투자와 계통 접속 비용을 동시에 부담해야 하는 사업자 부담을 낮추고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사업자별 개발 속도와 단지 용량이 달라 실제 집행 단계에선 각 사업자가 이용할 수 있는 송전 용량과 비용, 역할 분담 기준을 구체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아일랜드' 구축도 장기 대안으로 거론된다. 에너지 아일랜드는 여러 해상풍력 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인공섬·무인도 등 해상 거점에 모아 육상 전력망이나 수도권 등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개별 단지마다 해저케이블을 따로 설치해 전기를 육상까지 끌어오는 방식보다 케이블과 변전설비 중복을 줄이고 송전 효율을 높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김 사장은 "해상풍력에서 생산된 전기를 모두 육상으로 끌어오는 방식엔 한계가 있다"며 "한국은 섬이 3000개나 있는 만큼 무인도를 활용한 덴마크식 에너지 아일랜드 모델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석 제주대 풍력공학부 교수는 "선두 주자인 영국도 처음부터 순탄하게 해상풍력을 키운 건 아니다"라며 "이해관계자 조율과 제도 정비, 보급 확대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산업을 발전시켰다"고 했다. 그는 "해상풍력 선진국들이 걸었던 길을 우리 상황에 맞게 적용하며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성원 기자 choice1@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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