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中에 대놓고 중동 중재 요구, 대만과 맞바꾸나
트럼프 14~15일 방중, 美증시 최대 변곡점
‘관세→이란’ 초점 전환...중국은 대만 부각
習, 중동 빌미로 ‘독립 반대’ 요구할 가능성
美 ‘내년 침공설’ 부담...김정은 접촉도 관심
CPI, 연준 의장 교체도 주목...‘AI 랠리’ 관건

이번주 뉴욕 증시는 오는 14~1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최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미중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을 3월 31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로 잡았을 때만 해도 방중의 최대 목적을 무역 갈등 해소로 봤다. 그러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미중 정상회담의 초점이 이란과 대만 등 지정학적 문제에 쏠릴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12일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13일 나올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증시에 영향을 줄 경제지표다. 또 15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의장직 퇴임을 앞두고 케빈 워시 차기 의장 후보자가 정상적으로 취임할지도 관심거리다. 파월 의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이사직을 유지하느냐 여부도 추후 기준금리 방향성을 가늠할 관건이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미국 재무부가 8일에도 이란의 무기·드론 생산 지원에 관여한 중국과 홍콩 기업·개인 등 10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제재 대상에는 이란의 중국산 무기 구매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유시타 상하이 인터내셔널 트레이드, 탄도미사일에 사용되는 소재를 공급한 혐의를 받는 히텍스 인슐레이션 등이 포함됐다. 중국 상무부는 2일 미국의 제재가 부당한 역외 적용이라며 이를 인정·집행·준수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령을 내렸다. 이후 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NFRA)는 은행들에 헝리석유화학정유유한회사 등 미국 제재 대상 정유사 5곳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지 말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 정상회담이 가까워지자 대응 수위를 조절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방중을 앞두고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중국의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화상 통화를 나누기도 했다. 같은 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외교부장 겸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도 전화 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경우 이는 2017년 11월 이후 9년 만의 미국 지도자 방중 사례가 된다. 당시에도 미국의 수반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집권 직후 중국을 방문해 대중 무역적자를 해소하려 했으나, 큰 소득이 없자 이듬해 3월부터 1차 미중 무역전쟁을 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는 것은 지난해 10월 30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부산에서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 이후 6개월 만이다. 당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57%에서 47%로 10%포인트나 낮추는 대신 올 11월 10일까지 희토류를 공급받고 미국산 대두를 수출하기로 했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감안한 사실상의 임시 휴전이었다.
이에 따라 애초 월가와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중 기간에도 미국산 대두 구매 확대와 석유·가스 구입을 중국에 요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대중국 관세 인하를 카드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개선과 추가 시장 개방 요구, 희토류 등 핵심 전략 광물의 추가 수출 통제 해제 등을 주문할 것으로 봤다. 이는 지난해 정상회담 때 의제와 유사한 것들이다. 월가와 외교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내밀 협상 카드로는 반미 국가 에너지 차단, 미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 등을 꼽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합성 마약 펜타닐 관세 무효 판결에 따라 3월 11일부터 시작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법 301조 조사도 협상의 지렛대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그사이 중동 전쟁이 글로벌 무역과 금융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됐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어느새 희토류, 대두, AI 칩 문제보다 중동 정세 안정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더 중요한 사안이 됐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90%가량을 구매할 정도로 이란에 전통적으로 우호적인 국가로 분류된다.

나아가 베선트 장관은 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작전 지원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이 외교적 노력으로 이란이 해협을 개방하도록 할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중재 기대를 드러내놓고 요구하는 셈이다. 루비오 장관도 5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중국에도 해를 끼친다”며 “중국이 이란에 ‘당신들은 악당이며 글로벌 경제를 인질로 잡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란의 아라그치 장관은 이튿날인 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부장과 회동했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은 2021년 왕이 부장의 테헤란 방문을 계기로 이란과 ‘25년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약 4000억 달러(약 583조원)를 현지에 투자하는 대가로 이란산 원유를 저렴하게 공급받기로 했다.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인 4.5~5.0% 달성도 위태로워진다. 9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4월 원유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한 3847만 톤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7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가스 수입도 약 13% 감소한 842만 톤으로 집계됐다.
외교가에서는 중동 사태에 대한 중국의 역할 확대가 자연히 대만 문제 논의와 연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 주석이 종전 협력, 미국산 원유·대두 수입 확대, 희토류 수출 보장안을 들고 대만에 대한 미국의 불개입 원칙을 더 강하게 요구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세부적으로는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선언을 넘어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할 수 있다. 아울러 대만에 미국산 무기를 팔지 말라는 협상안도 내밀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에서는 대만 문제가 양국의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물론 시 주석이 3연임 마지막 해인 내년, 4연임을 위한 성과물로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를 호락호락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루비오 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대만이나 인도·태평양의 어느 지역과 관련해서도 안정을 해치는 사건이 일어나기를 원치 않는다”며 “이것이 미중 모두에 이익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는 8일에도 대만 의회가 최근 국방 예산안을 대폭 삭감한 것과 관련해 “중국 공산당에 양보한 것과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대만 정부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약 400억 달러(약 58조 5000억 원) 규모의 특별 국방예산안을 편성했다가 여소야대 국면에 막혀 요청액의 약 3분의 2만 통과된 점을 거론한 발언이었다.
외교가와 월가에서는 미중 간 전통적 주제인 AI와 희토류 등에 관해서는 양국이 이번에 상대적으로 큰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정학적 사안만 다루기에도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까닭이다. 양국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화한 서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특히 AI와 관련해서는 두 나라가 경쟁 우위 확보에 주력하면서 보안 위협에 대해서는 맞손을 잡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국과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AI를 정상회담 의제로 넣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AI의 예기치 않은 오작동, 인간의 개입 없는 자율 무기 시스템, AI 무료(오픈소스) 도구를 이용한 공격, AI 관련 양국 공식 대화 채널 신설 등이 예상 의제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워싱턴DC 백악관 행사에서 “우리가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며 “매우 우호적인 경쟁자”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중국계 AI 스타트업 ‘마누스’ 인수에 제동을 걸며 이미 진행된 거래는 철회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중에서 양국 합의안 외에 눈길을 끌 대목은 시 주석의 답방 일정이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연내 미국을 방문하길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전쟁을 포함한 미중 정상회담 논의 외에 이번주 시장을 움직일 재료는 12일 나올 4월 CPI다. 월가는 4월 CPI가 3월보다 0.6%,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씩 상승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3월에 비해 0.4% 올랐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3월 CPI의 경우는 2월보다 0.9%, 지난해 3월보다는 3.3% 오른 바 있다. 이는 각각 2022년 6월, 2024년 5월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이었다. 에너지 비용이 빠진 3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2.6%, 전월 대비 0.2% 오르는 데 그쳤다.
13일 발표될 4월 PPI도 주시할 지표다. 도매 물가 격인 PPI는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CPI의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시장은 지난달 PPI가 3월보다 0.4%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월 PPI의 경우는 2월 대비 0.5%만 올라 전문가 전망치 1.1%를 크게 밑돈 바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도 4.0%로 2월 상승률(3.4%)보다는 높았지만 시장 전망치인 4.6%에는 크게 못 미쳤다. 미국 상무부가 14일에 발표하는 4월 소매 판매도 눈여겨봐야 한다.
15일까지 워시 후보자가 상원 전체회의 표결을 통과해 연준 의장으로 제때 취임할지 여부도 관건이다. 워시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은 지난달 29일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 문턱을 넘어선 상태다. 현 연방 상원은 공화당 53석, 범민주당(야당 성향 무소속 4명 포함) 47석 등 총 100석으로 구성돼 있다. 공화당에서 4명만 이탈하지 않으면 인준은 최종 가결된다. 공화당에서 3명이 이탈해 50 대 50으로 동수가 돼도 워시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은 통과될 확률이 높다. 본회의에서는 당연직 상원의장인 JD 밴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까닭이다.
파월 의장이 의장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이사직을 유지할 가능성도 지켜봐야 한다. 파월 의장은 같은 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다음달 15일 의장 임기가 종료된 뒤에도 당분간 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연준과 나를 향한 미국 법무부의) 수사가 투명하고도 최종적이고 완벽하게 종결될 때까지 이사회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사직 임기는 2028년 1월 31일까지다. 파월 의장이 연준에 계속 남을 경우 이는 1948년 2월 매리너 에클스 전 의장 이후 78년 만에 첫 사례가 된다. 파월 의장이 잔류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금리 인하에 대한 반대 의견은 연준 내에서도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번주도 증시의 대형 이벤트가 즐비한 탓에 주식시장의 변동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8일에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가 다시 한번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만큼 AI 투자에 기대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도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이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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