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운명의 사후조정’ 돌입…내부 분열·실적 악화 ‘가시밭길’ 예고

심화영 2026. 5. 1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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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대한경제

정부 중재로 45일 만에 대화 재개…성과급 산정방식 두고 노사 간극 여전
초기업노조 vs 전삼노·DX부문 내분 격화…‘전사 공통재원’ 안건 제외에 반발
JP모건 “노조안 수용 시 영업익 12% 하락”…‘귀족노조’ 비판 등 여론도 변수


[대한경제=심화영 기자]삼성전자 노사가 정부 중재 아래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지난 3월 말 집중 교섭 결렬 이후 45일 만의 재회지만, 핵심 쟁점인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노사 간 평행선에 ‘노노(勞勞) 갈등’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며 협상 동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오는 11~12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한다. 이번 교섭 재개는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와 사측 경영진의 대화 의지가 맞물린 결과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삼성전자의 성과는 협력사와 지역사회 등 모두의 노력”이라며 대승적 합의를 촉구했고, 지난 8일 김도형 경기지방고용노동청장 주재로 열린 노사정 면담에서 사후조정 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이번 사안을 단순 기업 노사분규를 넘어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김영훈 장관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너의 젊음이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벌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올리며 세대·이해관계 간 대립을 넘어선 타협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과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사장) 등 경영진도 사내 게시판을 통해 “미래 경쟁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열린 자세로 협의하겠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후조정은 강제성은 없지만, 중노위가 제시하는 조정안 제시를 통해 노사 모두에 ‘명분 있는 퇴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대화의 물꼬는 텄지만, 핵심 쟁점인 성과급을 둘러싼 간극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이하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 폐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할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부문에도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흑자를 낸 메모리사업부에 한해 ‘영업이익 10%’ 수준의 보상을 제시하며, 적자 사업부와 DX부문(가전·모바일) 간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삼성전자가 짊어질 경제적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노조 요구안을 수용할 경우,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노동 비용 증가로 인해 7~12%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 제이 권 연구원은 “기본급 5% 인상과 영업이익의 10~15% 성과급 지급 시 기존 추정치 대비 약 21조~39조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이라며, 실제 파업이 강행될 경우 18일간의 생산 차질로 인한 매출 손실만 4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 재원을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협상의 또 다른 큰 변수는 노조 내부의 극심한 분열이다. 이번 사후조정의 노측 대표인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전사 공통재원 확보’ 안건을 거부하면서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및 DX부문 조합원들과 정면충돌하고 있다.

전삼노와 DX부문 조합원들은 실적이 악화한 사업부를 포함해 전 임직원이 성과급을 고르게 나눌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으나, 전체 조합원의 80%가 반도체(DS) 부문인 초기업노조가 이를 묵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내 커뮤니티에서는 “초기업노조의 교섭권 위임을 회수하고 위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미 3대 노조인 ‘동행노조’가 공동투쟁본부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전삼노 측은 최 위원장의 협박성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등 노조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진 상태다.

노동계 안팎에선 이번 사태가 삼성전자 노조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규직·반도체 중심 요구에 치우친 데다 사업부 간 이해관계 조율 없이 강경 투쟁 기조부터 앞세우면서 공감대를 넓히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귀족노조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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