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기 전엔 못 나가"…동아리 탈퇴하려다 7시간 갇힌 대학생
경찰 "물리력·협박 없어 무혐의"

[파이낸셜뉴스] 대학 동아리에서 하차하겠다는 학생을 7시간 넘게 막아서고 이른바 '탈퇴비'를 받아낸 팀원들이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취업난 속 스펙 쌓기 용도로 변질된 대학가 동아리의 각박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공동감금 및 공동공갈 혐의로 고소당한 서울 모 대학교 앱 개발 동아리 팀원들에 대해 최근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대학교 스터디룸에서 발생했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던 팀원 A씨가 "해외여행을 가야 해서 동아리를 탈퇴하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에 프로젝트 차질을 우려한 팀원들은 스터디룸 출입문을 가로막고 나섰다. 이들은 A씨에게 "사전에 합의한 탈퇴 규칙대로 대체자를 구하고 인수인계를 마치거나, 탈퇴비 30만원을 입금하라"며 퇴실을 제지했다.
양측의 거친 언쟁과 대치는 A씨가 결국 탈퇴비를 입금할 때까지 무려 7시간 30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이후 A씨는 "팀원들이 자신을 강제로 가두고 돈을 갈취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사건을 면밀히 살핀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은 당시 제지 과정에서 물리력이 오가지 않았으며, 스터디룸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심리적 장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해 감금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쟁점이 된 '탈퇴비 30만 원'에 대해서도 A씨가 사전에 인지하고 동의했던 동아리 규칙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돈을 내는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 등 강압적인 수단이 동원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갈죄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팍팍해진 대학가 문화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취업 준비나 스펙 쌓기 성격이 강한 학회나 동아리일수록, 팀원들의 무책임한 이탈을 막기 위해 깐깐한 벌금이나 탈퇴비 규칙을 두는 곳이 늘고 있다.
과거 선후배 간의 정과 낭만이 넘치던 동아리 문화가 극심한 취업난과 진로 불안감 속에 이익과 계약으로 묶인 삭막한 관계로 변질되고 있다는 씁쓸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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