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이란 그 얼마나 사악한 악마인가! [강준만 칼럼]


강준만 | 전북대 명예교수
인간 윤석열에 대해 쏟아져 나온 수많은 글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칼럼니스트 김도훈이 2024년 12월22일 한겨레에 쓴 칼럼이다. 지난해 6월 이 지면에 소개했었지만, 이번엔 좀 다른 관점에서 더 거론하고 싶다. 오늘의 주제인 ‘야망’과 잘 맞아떨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김도훈은 그 칼럼에서 윤석열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했다는 조언을 소개했다. “너는 검사 때려치우면 변호사 하지 말고 식당이나 해라.” 김도훈은 “그 조언이야말로 부모가 자식을 가장 정확하고 명확하고 적확하게 판단한 순간이었을 것이다”라며 “나는 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윤석열이 용산 삼각지 근처에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서울에서 제일 잘하는 식당을 차려 성공한 대체역사를 상상하는 중이다”라고 썼다.
그랬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김도훈은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 변호사 후배들이 찾아와 “역시 석열이 형은 법보다는 밥이야”라고 이를 쑤시며 감탄을 내놓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모두가 행복했을 것이다. 모두가 즐거웠을 것이다. 모두가 밥은 잘 먹고 다녔을 것이다.” 아니, 모두가 다 행복하지 않고 즐거워하지 않아도 좋다. 윤석열 때문에 감옥에 갇혀 있고 앞으로도 오랜 세월 갇혀 있어야 할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그들이 느끼고 있을 고통과 패가망신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체역사의 가치는 충분할 게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길래 그런 비극이 일어난 걸까? 문제는 야망이다. 물론 야망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다. “야망이 욕심을 만나면 탐욕으로 변하고, 열망을 만나면 위대함이 꽃핀다”는 말이 있듯이, 어떤 야망이냐가 중요하다. 좋은 야망과 나쁜 야망을 판별하는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책임감이 아닐까. 피와 땀과 눈물이라는 대가를 치를 각오가 돼 있는 야망이 있는가 하면,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요행이나 좋은 기회만 노리는 야망도 있다. 영국 철학자 앤서니 그레일링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차이를 익숙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면 ‘작가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글을 쓰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전자는 칵테일파티에서 돋보이고자 하는 태도이고, 후자는 책상에서 홀로 긴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한 태도다. 또한 전자는 지위를, 후자는 과정을 원한다. 어떤 사람이 되려는 것이 전자라면 어떤 일을 하려는 것이 후자인 것이다.”
이젠 모든 게 다 드러났지만, 윤석열의 야망은 아내인 김건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김건희는 ‘매관매직’을 하면서도 그게 왜 문제인지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로 공적 의식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그 야망이 엉겁결에 실현된 건 두 사람에겐 재앙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야망이란 그 얼마나 사악한 악마인가!” 에이브러햄 링컨의 국무장관 윌리엄 수어드가 30대의 젊은 시절 뉴욕 주지사 선거에서 패배해 좌절하면서 한 말이다. 이는 재기에 성공한 수어드보다는 현재 감옥에 갇혀 있는 윤석열 부부에게 더 잘 어울리는 말이다.
윤석열에게 권력 행사를 탐하는 야망이 없었다면, 그는 감옥에 갈 일도 없었거니와 요리사나 식당 주인으로 성공해 모두를 다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니, 야망이란 그 얼마나 사악한 악마인가! 나는 최근 호된 고난과 시련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 대표 장동혁을 볼 때마다 그가 제2의 윤석열이 되려는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장동혁은 2022년 6월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처음 달았을 때부터 ‘용꿈 꿀 사람’으로 알려진 야심가였다. 그는 12·3 계엄 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 한명이었지만, 이후 180도 변신해 계엄을 적극 옹호했으며, 금배지를 단 지 겨우 3년2개월 만인 8·26 전당대회에서 ‘윤 어게인’ 선동가인 전한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제1야당의 대표로 선출되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다른 경쟁자들이 전한길의 지원을 받으면 유리하다는 걸 모른 게 아니다. 발목이 잡혀 ‘윤 어게인’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둔 것이다. 그런데 장동혁은 ‘윤 어게인’을 뜨겁게 껴안음으로써 초고속으로 당대표가 되는 야망은 실현했을망정 국민의힘을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그럼에도 장동혁은 ‘윤 어게인’ 노선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자신의 모든 인생을 다 걸 것인가? 그렇다면, 야망이란 그 얼마나 사악한 악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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