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두 달간 잠 거의 못 자고 계속 일해” 내란전담 지정이 판사 죽음 불렀나

김병권 기자 2026. 5.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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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119 신고 녹취록’ 보니
서울고법 주요 사건들 넘겨받아
극단선택 당일 어린이날도 출근
업무 급증, 과로에 시달린 정황
김건희 전 코바나 대표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 항소심을 담당한 재판장 신종오 부장판사가 새벽에 숨진채 발견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건희 여사가 기소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장을 맡았던 고(故) 신종오 서울고법 판사의 유족이 “(신 판사가) 한두 달 동안 잠을 거의 못 자고 계속 일을 했다”고 소방 당국에 진술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소방청이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에 제출한 119 신고 녹취록을 보면, 신 판사의 딸은 지난 6일 오전 12시 13분쯤 “아빠(신 판사)가 원래 그러시는 분이 아닌데 연락이 너무 안 되고 집에 안 들어오신다”며 “현재 위치라도 알 수 있겠느냐”고 신고했다. 이에 소방 관계자는 “자살 우려가 있는 거냐? 아니면 무슨 사유가 있는 거냐?”고 물었고, 전화를 넘겨받은 신 판사의 아내는 “남편이 지난주 000 항소심 재판장이어서 계속 한두 달 동안 잠을 거의 못 자고 일을 했다”고 답했다. 유족이 언급한 ‘000′은 김건희 여사로 추정된다. 유족 측은 또 “오늘(어린이날)도 밀린 일이 많아 아침에 택시 타고 출근했다”고도 했다.

신 판사는 가족 신고 1시간이 안 된 6일 오전 1시쯤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청사 5층 야외 테라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신 판사가 전날(5일) 오후 5시 5분 이후 옥상에 올라갔고, 이후 추락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판사가 사망 당시 입고 있던 옷에서는 유서도 나왔다. 유서에는 “죄송하다. 스스로 떠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신 판사의 유족은 신고 당시 “(신 판사가) 항상 하루에 2~3시간 단위로 꼭 연락을 했는데, 5시 이후부터 아예 카톡 확인을 안 한다”며 “아침에 택시 타고 내린 이후로 카드 사용 내역도 없다”고 했다. 당시 법원 당직 직원들도 신 판사 사무실 등을 수색했지만, 고인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법원 안팎에선 신 판사가 최근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들을 맡으면서 과로에 시달렸다는 말이 나온다. 신 판사는 지난 2월 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고법 형사15-2부 재판장으로 부임했다. 같은 달 서울고법 형사1부가 내란전담재판부로 지정되면서 형사15부는 형사1부가 재판 중이던 다른 사건을 모두 넘겨받았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도 형사1부가 맡았던 사건이다.

신 판사는 지난달 28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 등을 받는 김건희 여사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의 징역 1년 8개월보다 2년 4개월 늘어난 형이었다.

신 판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정의용씨와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서훈씨 등이 피고인인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재판도 맡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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