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직 검사 230여 명 “판사 되겠다”… 검찰 엑소더스, 이번엔 법원행

박혜연 기자 2026. 5.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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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지원 시험 응시 ‘역대 최대’
지난 7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2026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신임검사들이 임명장을 수여받고 있다. /뉴스1

올해 신임 법관 모집에 현직 검사가 230여 명 지원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수치다. 검사 정원은 2292명이다. 검사 10명 중 1명이 검찰을 떠나 법원으로 가겠다고 지원한 셈이다. 검사들 사이에선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전환을 앞두고 검사들의 본격적인 탈출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왔다.

대법원은 1년에 한 번, 결원 상황에 따라 110~160명 정도를 신임 법관으로 임용한다. 지원 자격은 5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법조인이다. 통상 재판연구원이나 변호사, 검사 등이 지원하는데, 검사는 5~10년 경력의 평검사들이 주로 지원한다.

법관 임용에 응시한 사람은 필기시험 격인 ‘법률서면 작성 평가’를 먼저 치른다. 법률서면 작성 평가는 민사 또는 형사 소송 기록을 검토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험으로, 지난 3월 7~8일에 시행했다. 검찰은 여기에 응시한 검사가 230여 명에 달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대법원은 여기에서 합격한 사람에 한해 정식 지원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법률서면 작성 평가에 통과해 정식 임용 신청을 한 검사는 70~8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서면 작성 평가 지원자도, 정식 임용 신청자도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법률서면 작성 평가에 합격해 정식으로 법관 모집 지원서를 내고 임용 절차를 거친 검사는 2021년 26명, 2022년 32명, 2023년 28명, 2024년 25명, 2025년 48명이었다. 이 가운데 최종 합격자는 2021년 11명, 2022년 19명, 2023년 13명, 2024년 14명, 2025년 32명이었다. 40~60% 정도 합격률을 보였다. 법원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검사 출신 지원자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작년에도 검사 지원율과 임용 숫자가 역대 최대였는데 올해 이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래픽=송윤헤

법관 임용에 검사가 대거 지원한 배경과 관련해 “오는 10월로 예정된 검찰청 폐지 등 검찰 조직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대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서 수사를 주로 하던 검사 직무가 기소와 공소 유지로 재편된다. 그렇다 보니 신분이 보장되고 직업 안정성이 높은 법관으로 전환하려는 검사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평검사는 “검사 경력과 상관없이 법관이 되면 1년 차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지만 ‘곧 문 닫을 검찰보다는 법원이 낫지 않겠냐’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법관 임용에 지원한 한 검사는 “공직을 떠나기에는 미련이 남아 판사로 전직하려고 한다”고 했다.

평검사들이 옷을 벗고 곧바로 변호사 시장에 뛰어들기가 녹록지 않은 것도 법관 지원율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수사 주도권을 쥐면서 대형 로펌의 검찰 출신 변호사 채용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변호사 시장에 검찰 전관(前官) 변호사가 포화 상태”라며 “평검사들로선 법원으로 가는 길이 안정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검사 엑소더스(대탈출)’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퇴직한 검사는 총 6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퇴직한 검사까지 합하면 검찰을 떠난 검사는 244명이나 된다. 올해 1~3월 휴직한 검사도 57명으로 지난해 전체 휴직자(132명)의 절반 수준이다. 차장검사를 둔 지방검찰청 10곳의 근무 검사 인원은 지난 3월 기준 정원의 55%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특검에만 67명의 검사가 파견됐고, 민주당이 추진 중인 ‘조작 기소 특검’까지 현실화할 경우 검사 30명이 추가로 특검에 파견될 가능성이 있다. 한 차장검사는 “옷을 벗는 검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특검까지 발동되면 검찰 업무가 혼란을 넘어 완전 마비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한창 일해야 할 5~10년 차 검사들이 빠져나가면 사건 처리는 더 지연되고, 인력 부족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요즘은 조직이 이렇게 망해 가는구나 하는 걸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법관 임용에 지원한 검사들의 정확한 숫자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실제 지원자 수는 알려진 것만큼 많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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