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수술해서 훈련 빠질게요"… 군 장병 성형수술에 간부 고민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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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육군 전방 부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 중인 김모 중위는 올해 초 코 성형 수술을 받고 휴가 복귀한 상병을 혹한기 훈련에서 제외했다.
최근 휴가 중 미용 목적의 성형 수술을 받고 복귀하는 군 장병이 늘면서 일선 부대 간부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군 장병 성형 수술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지난 4일 논현동 성형외과에서 만난 최모(22) 상병은 "눈매 교정 수술을 위해 군마트(PX) 이용도 참아가며 월급 120만 원을 몇 달간 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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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전화해 "빼달라"는 경우도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까 두려워"

수도권 육군 전방 부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 중인 김모 중위는 올해 초 코 성형 수술을 받고 휴가 복귀한 상병을 혹한기 훈련에서 제외했다. 부기가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훈련에 투입했다가 자칫 부작용이라도 생길까 걱정해 내린 조치였다. 김 중위는 "훈련이 코앞인데 말도 없이 수술을 하고 돌아와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최근 휴가 중 미용 목적의 성형 수술을 받고 복귀하는 군 장병이 늘면서 일선 부대 간부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회복 기간 내 임무 수행 차질은 물론, '업무 열외' 등 수술 장병의 공백을 동료가 메우면서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군 장병 성형 수술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주로 말년 병장들이 긴 휴가 기간을 이용해 수술대에 오르곤 했다. 부대 측도 사회 복귀 준비라는 점에서 이들의 선택을 최대한 용인해주곤 했다.

성형 수술을 받은 장병을 집계한 구체적 통계는 따로 없다. 다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뚜렷하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성형외과 상담실장 최모(38)씨는 "눈이나 코 상담을 받으러 오는 현역 군인이 일주일에 두세 명은 꾸준히 있다"고 설명했다. 유명 성형외과 홈페이지 상담 게시판에는 회복 기간이나 견적을 묻는 군인들의 글이 끊이지 않는다.
배경으로는 과거보다 유연해진 병영 문화와 장병 급여 인상이 꼽힌다. 수술비 마련에 여유가 생긴 데다 외모 관리에 관심이 많은 MZ세대 특성까지 맞물리면서 '성형 바람'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일 논현동 성형외과에서 만난 최모(22) 상병은 "눈매 교정 수술을 위해 군마트(PX) 이용도 참아가며 월급 120만 원을 몇 달간 모았다"고 말했다.
성형외과의 공격적 마케팅도 이를 부추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군인 특별 할인 광고가 넘쳐나고, 일부 병원은 실손보험 적용 방법까지 안내하며 장병들을 유혹한다. 본보 기자가 직접 강남구 역삼동의 성형외과을 찾아 현역 군인이라며 상담을 요청하자 "최대 40%까지 할인해주겠다"며 적극적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수술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이로 인해 병력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일선 부대 간부들은 토로한다. 최근 쌍꺼풀 수술을 한 대원을 경계 근무에서 제외했다는 충청권 부대의 B소위는 "퉁퉁 부은 눈으로 야간 경계를 서겠다는데 안전을 고려해 뺄 수밖에 없었다"며 "결국 다른 병력들로 다시 근무 조를 조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부모가 지휘관에게 전화를 걸어 편의를 요구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 강원도의 한 육군 전방 부대 중대장 박모 대위는 지난 3월 중대원 어머니로부터 "아들이 눈매 교정을 하고 왔는데 상처가 덜 아물었으니 진지 공사를 빼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박 대위는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어 무조건 배려해주기도 어렵지만, 이상이 생기면 간부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어 난감했다"며 "누군가의 자리를 메워야 하는 장병들의 불만도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군 안팎에서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군인복무기본법이나 부대관리훈령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 제재하거나 관리할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수술 후유증으로 훈련이나 부대 일정 참여가 떨어지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며 "변화하는 세대의 가치관을 고려하면서도 군 본연의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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