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호프', 봉준호 이후 7년 만에 황금종려상 거머쥘까
한국 영화 '호프' 4년 만에 경쟁부문 진출
연상호 '군체', 정주리 '도라'도 영화제서 첫선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프랑스 칸영화제가 12일(현지시간) 막을 올리며 12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79회째인 올해 영화제에선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경쟁부문에 초청돼 21편의 영화와 경쟁한다.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것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4년 만인 데다 ‘호프’는 한국 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라 여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나 감독으로선 이 영화제의 경쟁부문 진출이 처음인데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두 번째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할지도 관심사다.
SF 스릴러를 표방하는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동네 청년들에게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 영화에 대해 “장르를 계속 바꿔가며 이전에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7일 처음 공개될 ‘호프’는 나 감독의 전작인 ‘곡성’(2시간 36분)만큼 긴 2시간 40분의 대작으로 7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황정민 외에 마을 청년 성기 역의 조인성, 순경 성애 역의 정호연이 출연하고, 외계인 캐릭터를 연기한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도 만날 수 있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을 맡았던 네온이 ‘호프’의 배급을 맡았는데 이 배급사의 영화는 팬데믹으로 열리지 않은 2020년을 제외하고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황금종려상을 독식한 바 있어 기대를 높인다.
올해는 특히 박찬욱 감독이 한국 영화인 사상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돼 ‘호프’ 수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프레모 위원장이 “우리 시대의 위대한 대가”라고 극찬한 박 감독은 할리우드 스타 드미 무어, 중국계 미국 감독 클로이 자오, 스웨덴 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 8인의 심사위원과 수상작을 결정해 23일 시상한다.
지난해 공식·비공식 부문에 단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던 아쉬움을 털어내듯, 올해는 ‘호프’가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 외에 ‘좀비 마스터’ 연상호 감독의 ‘군체’가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한국 영화 중 가장 빠른 16일에 처음 상영된다.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에 갇힌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게 맞서는 영화다. 전지현 구교환 고수 지창욱 신현빈 등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정주리 감독의 ‘도라’도 비공식 부문인 감독주간을 통해 칸에서 첫선을 보인다. 서울을 떠나 가족과 함께 바닷가 별장에 머물던 소녀 도라(김도연)가 알 수 없는 병을 앓던 중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되며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일본의 유명 배우 안도 사쿠라를 비롯해 송새벽, 최원영 등이 출연했다.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재학생인 최원정 감독의 6분짜리 3D 애니메이션 ‘새의 랩소디’도 학생 단편 경쟁부문인 ‘라 시네프’에 진출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배우 박지민은 이 부문에 초청된 19편과 공식 단편 경쟁부문에 선정된 10편을 심사하는 5명의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활약한다.
올해 영화제 경쟁부문은 칸의 단골 손님인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이란의 아스가르 파르하디, 미국의 제임스 그레이,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같은 거장은 물론 비교적 젊은 감독들이 대거 포진해 눈길을 끈다. 처음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감독의 작품만 22편 중 11편이다. 일본 영화가 강세인 점도 특징인데 경쟁 부문에만 고레에다 감독의 ‘상자 속의 양’,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갑자기 병세가 악화된다’, 후카다 고지 감독의 ‘나기 노트’ 등 3편이 올랐다. 또 다른 경쟁부문인 주목할만한시선에도 ‘모두 한밤중의 연인들’(소데 유키코 감독)이 초청됐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흑뢰성’은 칸 프리미어 부문으로 상영된다.

공식 초청작 가운데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화제작이 보이지 않고, 경쟁부문에선 미국 영화가 약세를 보인 점도 올해 영화제의 특징이다. 프레모 위원장은 최근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블록버스터와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가 예전에 비해 줄었다”고 진단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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