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조 요구' 삼전 노조가 놓친 것은?… '올바른' 성과급의 4가지 조건

홍인택 2026. 5. 1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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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짚은 적정 성과급 조건
①개별 성과 측정·평가 우선 돼야
②미확정 이익 사전 확정도 부적절
③법인세 안 뗀 영업이익 기준 안 돼
④현금보다 주식 보상 확대가 정답
삼성전자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에 대한 정부의 중재(사후조정)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에서 본격 촉발된 영업이익 기준 거액 성과 배분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퍼지면서 적정 성과 보상제 방향에 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재에 나선 정부가 보상액 수치 조정에 그치기보다는 타당한 성과 보상제를 위한 시사점을 남겨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온다. 삼성전자 사례가 제조 등 산업계 전반에 '표준'이 될 영향을 감안해 성과급 재원의 잣대와 지급 방식 등을 따져볼 시점이란 얘기다.


"집단 보상에만 치중하면 인재 뺏긴다"

삼성전자 성과급 분쟁을 계기로 임직원 개별 보상과 일괄 보상 중 어떤 방식이 성과급 제도 본질에 부합하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노사 교섭은 반도체(DS) 부문 중 메모리 사업부 소속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몰아 지급하는 방향을 놓고 주로 이뤄졌다. 메모리 사업부 내에서 누가 유례없는 호실적에 크게 기여했는지는 성과급 의제에서 부각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개인 성과 △팀이나 사업부 단위 성과 △전사적 성과 등 여러 측면을 고루 반영해 성과급이 지급되는 게 합리적인데, 삼성전자 노사 협상은 특정 사업부에 대한 집단 보상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개인에 대한 보상이 대부분이어야 하고, 집단 보상은 일부가 돼야 하는데 삼전 상황은 반대로 흘렀다"며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최고 성과를 내는 개발자가 연봉 1,000만 달러를 받는 시대다. 집단 보상에 매몰되면 인재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개별 보상 확대의 전제는 성과 측정에 대한 노사 간 신뢰 형성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엔지니어와 연구자, 관리 부문 직원 간 개별 성과급은 기여에 따라 달라야 하지만 노조나 직원들의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확정 이익 미리 배분하는 건 맞지 않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전에 성과급 재원으로 확정하려는 노조의 요구 역시 따져봐야 할 지점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업이익을 어떻게 분배하고 사용할지는 원칙적으로 경영진의 의사결정 영역이다. 경영진이 연구개발에 얼마나 투자하고, 주주에게는 얼마나 배당할지 등을 결정하고 경영상 책임을 지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했다.

성과급 재원의 적정 비율을 사전에 정하기도 어려운 데다 글로벌 대외 환경 등에 따라 영업이익이 갑자기 축소될 상황에선 도리어 노사 간 분란의 불씨만 더 커질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업황이 좋을 때 근로계약서보다 더 많이 받는다면, 나중에 업황이 악화됐을 때 보상이 삭감될 수도 있어야 맞다. 지금 논의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아 투자자들은 '손실은 우리가 보고 이익은 직원이 본다'고 문제 삼는 것"이라고 했다.


"이자비용, 법인세 안 뗀 영업이익이 모수? 틀렸다"

영업이익을 성과급 재원의 잣대로 삼는 게 적정하지 않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이자비용과 법인세가 빠져나가지 않은 영업이익 단계에서 직원들 성과 배분을 우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다. 김광윤 아주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영업이익은 기업의 손익계산서에서 다른 영업외비용을 빼기 전의 중간단계"라며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 국가에 낼 법인세를 낸 뒤 남은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 배분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거둔 성과의 바탕에는 정부의 전폭 지원이 있었다는 점에서도 법인세를 떼지 않은 영업이익이 성과급 재원이 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도체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한 조세 특례를 담은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삼성전자가 40조 원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면 10조 원대 세금 부담을 덜었을 것"이라며 "정책적 수혜를 뒤로하고 성과급으로 (노조가) 먼저 영업이익을 선취하려는 건 문제"라고 짚었다.


"대안은 주식보상 확대"

보상 수단도 산업계가 점검해야 할 과제다. 노조가 요구하는 거액의 현금성 보상보다 미국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일반적인 주식 보상을 제도화하는 편이 회사와 주주, 노동자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김광윤 교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나 스톡옵션이 배분되면 직원과 회사가 같은 배를 탄 셈이 되기에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고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삼성전자 성과급 사태는 주식보상 제도화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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