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녹색 반도체' 경쟁력 [기고]

2026. 5. 1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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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혼란스러운 국제정세 속에서도 한국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이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견인하며, 한국을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렸다.

즉 우리의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감축이 필수가 되었지만, 이는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 전반이 함께 힘을 모으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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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혼란스러운 국제정세 속에서도 한국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이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견인하며, 한국을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렸다. 코스피 역시 7,000선을 넘어서며 이러한 산업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한 기술 우위를 넘어 청정에너지원 확보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 및 글로벌 시장이 요구하는 기준을 얼마나 충족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기준 중 하나가 바로 탄소 배출 관리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203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범위를 공급망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선언적 목표를 넘어 실제 거래 조건으로 작동한다. 특히 이들 기업의 전체 탄소 배출량 중 상당 부분이 반도체를 비롯한 하드웨어 부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조 파트너들에 대한 감축 요구는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요구는 산업의 경쟁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제는 고성능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관리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입지는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탄소 감축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는 많은 전력이 소비되고, 육불화황(SF6), 삼불화질소(NF3)와 같은 고온난화지수 물질이 사용된다. 또한 지식재산권(IP) 보호의 필요성 때문에, 핵심 첨단 공정을 국내에 둘 수밖에 없는 사정은 탄소 배출 부담을 국내에 집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즉 우리의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감축이 필수가 되었지만, 이는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 전반이 함께 힘을 모으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과제이다. 특히 공급망 내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탄소 저감 설비 도입과 공정 개선을 위한 상당한 비용을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 반면 성능과 탄소중립 모두를 요구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환경은 중소·중견 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를 두지 않는다. 공급망 전부가 시장의 요구에 부흥하지 못하면 우리 반도체 경쟁력은 유지되기가 어렵다.

이러한 구조를 고려할 때, 산업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자율적 공동혁신 펀드'와 같은 협력 모델이 검토되어야 한다. 전환 비용을 분담하고 기술 도입을 촉진함으로써 공급망 전반의 탄소 대응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세제 지원, 보조금, 정책금융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기업의 전환 비용을 완화하고, 저탄소 기술에 대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이미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는 이러한 변화를 기회로 삼아 제도적, 금융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환경 대응을 넘어 산업 경쟁력 확보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반도체 호황은 일시적 사이클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환의 신호다. 이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함께 지속가능성까지 확보해야 한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뿐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달려 있다. 녹색 반도체로의 빠른 전환이 결국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현준원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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