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첫날, 서울 매물 1500건 줄어

정순우 기자 2026. 5. 1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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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매물 잠김’ 현실화 우려에
비거주 1주택자 규제 완화 검토
9일 토요일 오전 9시쯤 서울 강서구청 부동산정보과 앞에 민원인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양도세 중과 유예를 적용받을 수 있는 마지막날인 이날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하기 위한 민원인들이 오전 일찍부터 구청을 찾았다. /이정구 기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 첫날인 10일 서울 아파트 매물이 하루 만에 1500건 넘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집을 내놨던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매물 잠김’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6914건으로 전날의 6만8495건 대비 1581건(2.3%) 감소했다. 성북구(-4.6%), 강서구(-3.6%), 노원구(-3%) 등지의 감소 폭이 컸고, 서울 25구 중 매물이 늘어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서울 전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계약에서 허가까지 하루 만에 완결돼 매물 목록에서 빠질 수 있는 물건은 드물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매물 급감은 거래 완료가 아니라 매도 의사를 철회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린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꼭 팔아야 했던 다주택자는 급매로 이미 팔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처분을 마쳤다”며 “이제 매도 유인이 사라진 만큼 당분간 매물 잠김 현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 매물 유도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에 올린 ‘매물잠김 부작용 우려에 대하여: 국민주권정부는 다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비거주 1주택자 등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예외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다주택자에 한해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를 세입자 퇴거 시점까지 유예해줬는데, 이를 비거주 1주택자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양도세 절세 막차 오픈런… “팔 사람은 다 팔아, 이제 문제는 공급”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강서구청. 업무 시작 전이라 민원실 셔터가 내려져 있었지만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대열에 서 있던 한 부동산 중개인은 “7일 매수자가 집을 보고 8일 저녁 거래 약정서를 썼다”며 “혹시 모를 서류 미비 등을 고려해 구청 문이 열리기 전부터 대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9일은 시청·구청이 쉬는 토요일이지만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일인 만큼, 서울시와 경기도 12개 시청·구청은 토지 거래 허가 접수 업무만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픽=백형선

◇5월 거래 허가 신청 76% 급증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총 3273건의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접수됐다. 신청 접수가 가능한 평일 기준 하루 평균 818건으로, 하루 평균 464건이 접수된 지난달보다 76% 급증한 수치다. 3월 하루 평균(413건)과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한다.

중과세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 재개로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기 전에 집을 처분하려는 매도자와, 중과 이후 매물 잠김으로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매수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 같은 ‘급매물’마저 사라지면서 이제 거래 절벽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실제로 중과 재개 당일인 10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하루 새 1581건이 증발했다. 이를 전날 거래가 무더기로 이뤄진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서울 전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이 경우 매매 계약서 작성 전 구청의 거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금조달 내역서를 포함한 여러 서류가 필요해 하루에 이를 끝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말인 9일까지 서울 각 구청이 문을 열고 거래 허가 신청을 받긴 했지만 직전 평일에 비하면 한산했던 편”이라며 “조건이 맞는 매수인을 찾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포기하고 월세 세입자를 찾는 등 버티기에 돌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주택자 매물 압박에 한동안 약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가격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15% 상승했다. 서울 25개 구 중 강남구를 뺀 24곳 가격이 올랐다.

정부도 매물 잠김 우려를 의식해 추가 대책을 예고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SNS를 통해 “근본적 제도 개혁을 앞두고 매도 기회의 형평성 관점에서 비거주 1주택자 등에 대한 토지거래 허가 예외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일까지 다주택자에게 허용했던 것처럼 비거주 1주택자가 가진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도 매수자의 전입 의무를 유예해 세 낀 집을 처분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과에 따른 매물 잠김을 완화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1주택자 규제는 효과 제한적”

이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비거주 1주택자는 집을 팔더라도 다른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 매물이 순증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현재 거론되는 고가주택 보유세 강화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폐지 등도 같은 이유로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규 공급 없이 매물을 짜내는 정책이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신규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출·세금 정책이 모두 매물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비거주 1주택자 매물 유도만으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책 기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서울 주택 시장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는 가장 큰 전·월세 공급자”라며 “이들을 모두 투기 세력으로 보고 규제한다면 결국 전·월세 공급이 줄어 서민층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순기능도 인정하고 매매 시장과 전·월세 시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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