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만 잘 보면 된다? 이제 학생부도 챙겨야

김민기 기자 2026. 5. 1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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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입시 제도에 부담 커진 고2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간판. /뉴스1

대학들이 현재 고2가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 학생 뽑는 방식을 다양화하며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능,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내신, 논술 등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반영하는 전형이 대폭 늘었다. 입시 업계에선 “2008학년도 대학들이 내신, 수능, 논술 등을 입시에 모두 반영하며 학생들을 극심한 스트레스로 내몬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부활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시대에 뒤떨어진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자는 취지이지만, 학생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들은 최근 ‘2028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 시행 계획’을 공지했다. 고2는 내신 9등급제가 5등급제로 바뀌고 고교 학점제가 전면 적용된 첫 세대로, 그에 따른 대학별 선발 방식이 공개된 것이다. 선발 방식이 복잡해진 게 가장 큰 변화다.

우선 정시 모집에서 학생부 반영 비율을 늘린 대학이 많아졌다. 수능만 잘 봐선 원하는 대학에 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예컨대, 중앙대는 수능 점수 100%로 뽑던 ‘수능 일반’ 전형을 둘로 나눴다. ‘수능89′ 전형은 수능 89%와 출결 11%를 반영하고, ‘수능67′은 수능 67%와 서류(학생부 등) 33%로 선발한다. 이화여대도 수능 85%, 서류 15%로 선발하는 전형을 도입했다. 서울 주요 대학 11곳이 2028학년도 정시 모집 인원 1만3174명 중 7273명(55.2%)을 학생부를 반영해 뽑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모집을 노리던 학생들은 스트레스가 큰 상황이다. ‘내신 5등급제’가 되면서 1등급이 기존 ‘상위 4%’에서 ‘상위 10%’로 넓어져 1등급을 몇 번만 놓쳐도 수시로 주요 대학에 못 간다는 위기감이 크다. 이런 경우 과거엔 수능에 집중했는데, 이젠 이런 전략이 안 통하기 때문이다. 고2 자녀를 둔 김모씨는 “아이가 1등급을 몇 번 놓쳐 수능에 집중하자고 위로했는데, 이젠 정시도 학생부를 챙겨야 한다니 절망적”이라면서 “1학년부터 내신도 조금도 떨어지면 안 되고 수능도 잘 쳐야 한다는 건데 아이들에게 가혹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수시 모집도 변화가 크다. 수시는 내신 성적 위주로 뽑는 ‘학생부 교과’ 전형과 교과 성적과 각종 활동을 함께 보는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나뉜다. 그런데 학생부 교과 전형도 내신뿐 아니라 다른 활동을 함께 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예컨대, 한양대는 학생부 교과 전형의 내신 반영 비율을 90%에서 60%로 낮추고, 나머지 40%는 비교과 활동을 본다. 심지어 논술 전형에서도 내신 성적과 출결을 보는 대학이 늘어났다.

신호철 마포고 교사는 “지금까지 학생들이 내신, 수능, 논술 가운데 자신 있는 하나만 집중했다면, 이젠 학생부까지 챙겨야 한다”면서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고 동아리 활동도 충실히 하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짜는 데도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입시에 여러 요소를 반영하는 것은 ‘5등급제’로 내신의 변별력이 약해졌고, 수능도 통합형으로 바뀌면서 내신이나 수능 하나로는 우수한 학생을 못 뽑는다는 인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입시가 복잡해져서 사교육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정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런 흐름은 정시는 수능, 수시는 학생부 위주로 선발하도록 한 정부의 ‘대입 전형 간소화 정책’과 안 맞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의 영향력은 줄이고, 다양한 학교 생활을 반영해야 고교 교육이 정상화된다는 취지로 고교학점제가 도입됐고 대학들도 이에 공감해 대입 방식을 바꾼 것”이라면서 “수험생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시 정보 제공을 더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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