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뚫고 날아온 ‘봄 편지’…울산이 낳은 민족의 노래
(1)울산 최초의 등단 문인 서덕출
1906년 울산 교동서 태어나
어린시절 사고로 장애 입어
고통과 식민지 억압 속에도
어린이·나라 사랑 노래하며
민족에 희망의 메시지 전해
경상일보는 5월부터 새로운 기획시리즈 '울산 현대문학 100년, 울산문학관 건립을 위한 '울산문학 아카이브'를 매월 한 차례 연재합니다.
울산의 현대문학 역사가 100년이 넘은 가운데, 울산 문학 사료들의 체계적인 정리 및 보존 등을 위해 울산문학관 건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울산 근현대문학 중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울산의 주요 문인들과 그들의 작품을 통해 울산문학관 건립의 당위성을 살펴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봄 편지의 시인 신월 서덕출(1906~1940), 그는 동요를 통해 자신의 한계와 부자유에서 해방을 얻었고 세상과 교류했으며 조국의 불행과 비극을 희망과 낙관적 미래로 바꾸어 놓은 문인이다.
서덕출은 19세가 되던 1925년 개벽사에서 방정환 주관으로 발행하던 <어린이>지 4월호에 '봄 편지'가 1석으로 뽑혀 문단에 첫발을 내디뎠으며 이 작품은 울산 최초의 등단 문인으로 자리매김한다.
'봄 편지' 전문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 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대한 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옵니다.

나라를 잃은 일제하의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준 환상적 시귀의 '봄 편지'는 뛰어난 예술성과 '독립'이라는 민족적 희망을 봄과 제비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동시사를 살펴보면 서덕출의 '봄 편지'가 발표되던 1925년까지 이렇게 깊이 있는 예술성을 갖춘 시로 희망을 안겨준 동요 동시가 없었다.
더욱이 이 '봄 편지'는 일본의 운율 7.5조를 극복하고 우리 전통의 운율 4.3조에 복귀했으며 연을 두지 않는 아동자유시 기법인 동시로 발전된 뛰어난 작품이다.
하지만 '봄 편지'의 시인 서덕출은 평생 불구의 몸으로 아픔과 씨름하며 평생을 살았다.
서덕출은 1906년 11월24일 경상남도 울산읍 교동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이 되던 1912년 학산동으로 이사한 서덕출은 집 마루에서 베개를 가지고 놀다 미끄러져 왼쪽 다리를 다친다. 시인의 아버지는 부산의 일본인 양의를 일주일에 한 번씩 불러 치료에 나설 만큼 정성을 보였지만 염증이 척추로까지 번지며 등이 굽은 채 영영 불구의 몸이 되고 만다.
하지만 서덕출은 비통과 고독 속에서도 정원의 화초, 연당의 풍경, 독서, 수 놓기 등을 벗 삼으며 시심을 키워 '봄 편지' '봉선화' '여름' 등을 발표한다. 1926년 11월에는 <어린이> 제4권 11월호에 '안병소씨에게' 라는 편지글을 발표해 산문에도 재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서덕출의 '봄 편지'는 1927년 윤극영에 의해 작곡되어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윤석중, 신고송, 윤복진, 정인섭 등과 교유하게 된다.
그리고 윤석중 주도의 어린이 독서회 '기쁨사' 동인이 되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였고 1927년 <색동회> 주관의 첫 동요회에서 '봄 편지'가 김영복의 독창으로 발표되었다.
이 당시 내용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보도되어 시인의 이름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된다. 이후 '허제비' '촌집 장독' 등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던 서덕출은 1930년대에도 '눈 오는 날의 생각' 등을 발표한다.
1934년 전필남과 혼인하고 약제사 시험에도 합격한 서덕출은 신약방 애성당을 열고 작품활동을 병행했지만 32세가 되던 1938년 가을부터 척추의 신경통이 극심해져 자리에 눕게 된다.
이 이후 생산된 동요는 한편도 없으며 1940년 34세의 일기로 타계하고 말았다. 시신은 백양사에 안치되었다가 현재 경북 영천 만불사, 시인의 가족 납골 묘역에 재안치 되었다.
서덕출의 동요 '봄 편지'는 광복 후 국민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60년대 초까지 어린이들에게 가르침을 주었고 윤극영 작곡 '봄 편지'는 음악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노래로 불린 서덕출의 동요시로는 박재훈 곡의 '눈꽃 송이'가 더 널리 애창되었다.
'눈꽃 송이' 전문
송이송이 눈꽃 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피어 오는
하얀 꽃송이
나무에나 뜰 위에나
동구 밖에나
골고루 나부끼니
보기도 좋네
송이송이 눈꽃 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피어 오는
하얀 꽃송이
크고 작은 오막 집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나부끼니
보기도 좋네
'눈꽃 송이'는 탁월한 음악성과 자연에 대한 관찰을 통한 평등한 사상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자연스레 흥얼거리게 된다.
서덕출의 작품집 <봄 편지>는 사후 12년이 지난 1952년에 부산 자유문화사에서 출간한다. 이 동요집에는 그의 유고 동요시 33편이 실려있다. 서덕출의 아우인 서수인의 머리말 '봄 편지를 엮으면서' 기명일을 보면 1949년에 출판 계획을 하였으나 책은 1952년 7월에 출간되었으며 삽화는 월북작가 정현웅이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덕출 선생의 작품은 고 안성길 시인과 김지은 등 여러 연구자가 연구, 발굴해 <봄 편지>에 수록된 동시 33편과 함께 총 69편이 발표되었다.
또한 서덕출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한 활동이 우리 울산에 자리 잡게 되는데 먼저 서덕출의 사후 28년, 1968년 10월 3일에 '새싹회' 윤석중 회장의 주선으로 '신시新詩 60돌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울산시 학성공원에 '봄 편지 노래비'가 건립되었고 그 기념으로 제 1회 한글 백일장이 1969년 10월9일 열렸으며 해마다 백일장이 개최되고 있다.
2006년 울산작가회의에서 개최한 서덕출 탄생 100주년 기념 제1회 '서덕출문학제'를 기점으로 서덕출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기차게 전개되었고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정일근, 안성길 시인이 엮고 울산작가회의에서 출간한 서덕출 탄생 100주년 기념 <봄 편지>를 복간해 그 뜻을 더하게 되었다.
2007년부터 '서덕출 문학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하고, '서덕출 동요제'도 해마다 운영되고 있다. 또한 2011년에는 기존 복산공원을 서덕출공원으로 새롭게 조성해 서덕출 관련 자료와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그 뜻을 기리고 있다.

아동문학 태동기인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동요 작가 서덕출은 '봄 편지'와 '눈꽃 송이' 등 주옥같은 작품으로 우리 겨레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었다. 비록 현실이 참담하고 절망적이라 하더라도 그 희망을 함께 꿈꾸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동시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특히 서덕출의 동시는 불구로 인한 장애와 고통을 넘어 심혈과 혼을 다해 어린이와 나라 사랑을 담아낸 노래라 더 빛난다. 서덕출의 동요는 나라를 잃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우리 민족이 고통과 억압 속에서도 희망과 빛을 찾아 나선 민족의 울림이었으며, 그 정신을 함께 기리는 일이 우리의 숙제로 남아있다.
글·사진=김시민 시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