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AI는 일자리를 없애지 않는다, 다시 설계한다

2026. 5. 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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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BCG코리아 대표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인가.”

AI를 둘러싼 논의에서 가장 반복되는 질문이다. 기술로 인해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체감할수록 불안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변화를 단순히 일자리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관점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AI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일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AI는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 재설계한다’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AI로 완전히 대체되는 일자리는 10~15% 수준에 그치지만, 절반 이상의 일자리는 재설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망을 넘어 실제 기업 현장에서 관찰되는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AI는 사람의 역할을 줄이는 수단이 아니라 더 많은 실험과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하는 방식은 물론 조직에 요구되는 역량 또한 함께 변하고 있다.

 일은 줄어들지 않는다, 구조가 바뀐다

기술 발전이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예측은 과거에도 있었다. 컴퓨터 도입 초기 단순 계산과 기록 업무 자동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기업은 데이터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의사결정을 내리기 시작했고 분석·기획 영역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했다. 인터넷 역시 마찬가지다. 정보 접근 비용이 낮아지면서 일부 업무는 사라졌지만, 온라인 마케팅과 플랫폼 운영 같은 새로운 직업과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AI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BCG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AI가 ‘대체’하기보다 역량을 ‘증폭’시키는 대표 영역으로 본다. AI가 코딩과 데이터 분석을 보완하면서 개발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 부담은 낮아지자, 기업은 기존 시스템 유지·보수를 넘어 신규 서비스 출시와 기능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기 시작했다. 과거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실험적 아이디어가 빠르게 검토되면서 기업이 도전할 수 있는 영역 자체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컨설팅 프로젝트의 진행 방식도 달라졌다. 분석과 문서화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가설을 설정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동시에 검토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하나의 방향을 정교하게 검증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여러 가능성을 빠르게 실험하고 비교하며 최적의 선택지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운영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결국 AI가 만들어내는 변화의 핵심은 일자리 감소보다 일하는 방식을 재편하는 데 있다.

 중요한 것은 ‘판단’과 ‘협업’이다

AI가 반복 업무를 대체할수록 개인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실행 중심의 업무는 줄어드는 반면, 문제를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며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의 판단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개인은 단순 실행 역량보다, 어떤 문제가 중요한지 정의하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더 나은 결과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설계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또한 AI 기술로 코딩·개발·분석 등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자신의 역할을 특정 직무 안에 한정하기보다 다양한 직무와 유기적으로 협업하며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마인드셋 역시 필수로 갖춰야 한다.

조직 내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기능별 조직 안에서 각자의 업무만 처리하는 사일로 구조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 AI가 내재화된 조직에서는 문제 정의 단계부터 다양한 기능의 팀이 함께 밑그림을 그리고 동시에 움직이는 부서 간 유기적 협업(Cross-functional)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분석·기획·실행의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어떤 업무를 자동화할지보다, 어느 영역에서 더 빠르고 다양한 실험과 의사결정이 가능할지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변화하는 역할에 맞춰 인력을 지속해서 업스킬링하고, 기능 중심 조직에서 문제 해결 중심의 유연한 협업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결국 AI는 일의 수와 역할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재조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특정 기능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보다, 변화하는 문제를 빠르게 정의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해낼 수 있는지에 가까워질 것이다.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일을 다시 설계하게 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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