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다카이치의 대만 발언 없었다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 발언이 없었다면,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달라졌을까? 최근 일본의 30년 차 중견 기자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그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발언 시점이 안 좋긴 했지만(경주 APEC에서 시진핑 주석과 인사 직후), 새로운 내용도 아니었고 현재 양국 갈등은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서태평양에 항공모함을 보내고, 연간 수차례 대규모 대만 상륙 훈련을 벌이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국에만 의존하지 말라”는 미국의 태도 변화는 일본의 자체 무장을 재촉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선 갈등 발생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려는 일본의 안보 전략은 아베 정권 때부터 이어져 왔다. 다른 것이 있다면 다카이치는 더 빠르고 과감하다는 점이다. 일본은 장거리 미사일과 드론 등 첨단 무기 확보에 나서는 한편,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을 ‘동지국(同志國)’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이 군사적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억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동지국의 핵심은 ‘호주’와 ‘필리핀’으로, 두 나라와는 이미 준동맹국 관계가 됐다. 상호 군대가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어 합동 군사훈련이 용이해졌다. 자위대 호위함도 수출해 공동 해상 작전을 쉽게 할 예정이다. 원래 중국과 가까운 베트남·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일본은 2차 대전 때 다수 동남아 국가를 군사 점령했던 나라다. 그런데도 동남아 지식인들은 해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나라’를 묻는 조사에서 EU·미국·중국을 제치고 일본을 꼽고 있다. “도와줬으니 내 말 들으라”고 강압하는 중국과 달리, ‘법과 자유’를 원칙으로 해마다 20조원대 공적원조(ODA)의 80%를 아시아에 집중한 결과다.
중국의 군사 전략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미군의 동아시아 접근을 멀리서부터 차단한다는 목표로, 남중국해(제1도련선)를 넘어 서태평양인 필리핀해(제2도련선)로 함대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 항모 ‘산둥’ ‘랴오닝’에 이어 최첨단 ‘푸젠’까지 수시로 나타나 서태평양을 앞마당으로 만드는 중이다. 서해로도 지난해만 8번 넘어왔다. 중국은 “미국이 일본을 위탁 거점으로 삼아 아시아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대응 수위를 높여갈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이토록 급변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한국의 적극적 관여 움직임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 공백 우려가 짙어지는 상황에서 일본이 주도한 연대에 훗날 숟가락을 얹는 것으론, 우리가 원하는 실질적 안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조만간 다카이치 총리가 한일 셔틀 외교 일환으로 경북 안동을 방문한다고 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오로지 국익만 바라보고 한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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