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중동천일야화] 걸프의 틀을 깬 UAE, 담대한가 무모한가
이스라엘 방공망도 들여오자 이란 분노, 小國의 도박 성공할까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5월 1일부로 석유수출국기구(오펙·OPEC)를 탈퇴했다. 홀로서기를 통해 석유를 양껏 팔겠다는 의지다. 연 500억달러 내외의 추가 수입이 예상된다.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벌어 재정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돈이 오펙 탈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지정학 전략 변화가 핵심이다. 사우디의 품을 떠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탈(脫)걸프 노선’으로 읽힌다. 석유 카르텔을 약화시켜 유가의 하방 안정을 원하는 미국에 준 큰 선물이기도 하다.
사우디와 UAE는 걸프협력이사회(GCC) 내에서 막역했다. 그러나 최근 점차 멀어졌다. 빈살만의 사우디가 UAE의 성장 전략과 겹치는 비전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부터다. UAE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금융, 물류 및 관광 거점 모델과 사우디의 야심 찬 ‘비전 2030’ 프로젝트는 적잖게 겹친다. 경쟁 관계다. 사우디는 아부다비나 두바이 소재 외국 기업의 지역 본부를 리야드로 옮기라 압박 중이다. UAE에 사우디는 친근한 이웃 국가에서 거친 경쟁국으로 바뀌어 갔다. 여기에 이란은 늘 골칫거리다. 국가 안보에 실존적 위협이자 부담이다.
역내 강국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서 낀 국가의 한계는 분명했다. UAE 모하메드 대통령은 ‘걸프 국가’를 벗어나 ‘인도양 국가’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홍해-동아프리카-아라비아해로 이어지는 해상 거점을 곳곳에 만들면서 인도양 네트워크 국가를 꿈꾸고 있다. 지정학에서 이야기하는 ‘레벤스라움’ 즉 생존 공간의 확대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UAE는 예멘, 소말리아, 수단 등에 대리 세력 네트워크를 구축, 주로 반정부 세력과 연대하며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이곳에서 중앙정부를 지지하는 사우디와 갈등은 필연적이었다. 특히 예멘에서 첨예하게 충돌했다. UAE가 예멘 남부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하자, 수니파 중앙정부를 편드는 사우디는 분노했고 예멘 남부 UAE 거점 항구를 공습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UAE의 오펙 탈퇴는 충돌의 또 다른 단면이다. 균열은 더 커지는 중이다.

아랍의 맹주이자 이슬람의 종주국을 자임하는 사우디와 척을 지는 선택은 현명한 것일까? 강대국과 접경하는 중견국 또는 약소국엔 늘 고민이 있다. 이웃 강대국 힘의 자기장에 휘말리기 쉽기에 바깥에서 협력할 파트너를 찾아내야 하는 부담이다. UAE는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 이스라엘과의 밀착이었다. 급변침은 아니었다. 2020년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을 통한 안보 협력, 그리고 2022년 인도·이스라엘·미국과 함께 구축한 국제경제협력포럼, 즉 각국 머리글자를 딴 I2U2 간 경제 협력의 큰 그림은 이미 그려왔다. UAE는 인도양 국가를 꿈꾸면서, 안보는 물론, AI·신재생에너지·바이오 등 미래 신기술의 주력 기반을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추기로 결단했다.
아브라함 협정 이후 UAE는 이스라엘의 걸프 전진 기지로 보였다. 이스라엘과 UAE 간 하루 10여 차례 내외의 항공편이 오갔으며, 많을 때는 이스라엘발 편도만 14편에 달했다. 양국은 경제, 안보, 정보 및 인적 교류 등에서 역내 어떤 나라들보다 서로 가까워졌다. 사우디 역시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많았다. 실제로 2023년 양국 수교 가능성은 무르익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미국도 공을 들였다. 그러나 그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과 이에 따른 이스라엘의 보복 응징으로 인한 가자 사태로 뒤틀렸다. 아랍의 맏형 사우디로서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 혐의를 받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와 도저히 협력할 수 없었다. 빈살만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이전까지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아예 못을 박았다. 반면 UAE는 아랍 및 국제사회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거침없이 확대해 왔다.
이란은 아연 긴장했다. 바다 건너편에 적국 이스라엘이 밀고 들어와 이란 턱밑에 진을 친 형국이었기 때문이다. 그간 이란은 시아 벨트 끝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와,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앞세워 이스라엘을 위협해 왔다. 이른바 전략 심도(strategic depth)의 우위다. 그러나 아브라함 협정으로 판도가 바뀌었다. 테헤란은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 모사드 비밀 요원들이 이란 정보를 캐며 암약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부담을 가졌다. 이란의 눈에 UAE는 이스라엘의 전위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집중 공격을 받은 UAE는 한 발 더 나갔다. 아예 이스라엘의 방공망 아이언돔을 들여왔다. 이스라엘 군복을 입은 정규군이 아랍에서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가자 사태로 이스라엘이 아랍권의 분노를 사는 와중에 UAE가 이스라엘과 손잡고 군사협력에 나선 장면은 놀랍고도 상징적이다. 국가 이익의 계산은 한없이 차갑다. 통념과 역사적 맥락은 물론 민족 정서를 뛰어넘는다. 안보 우려와 미래에 대한 절박함은 UAE의 거침없는 선택을 이끌어냈다.
본래 UAE는 걸프 왕정 국가 중에 가장 중용의 외교를 펼친다는 평을 받아온 나라다. 그러나 이번 전쟁을 거치면서 중간지대 외교를 버리고, 미국, 특히 이스라엘과 아예 동맹처럼 밀착하는 중이다. 확전을 막기 위해 거중 조정에 나선 사우디의 움직임과는 사뭇 다르다. 담대하다는 평가와 무모한 선택이라는 평이 엇갈린다. UAE가 마주할 위험 요인이 여기저기 보인다. 사우디와의 관계는 빨리 추스르지 않으면 두고두고 부담일 것이다. 이스라엘군을 끌어들였기에 향후 이란의 공격 목표가 될 가능성을 훨씬 높인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중동을 떠나면 UAE는 어떻게 될까? 위험 요소가 담긴 가정과 추론이 이어진다. 그러나 심모원려의 중동 최고 전략가라 불리는 UAE 모함메드 대통령의 결단이기에 그의 의중이 궁금하다. 아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국면이지만, 중간지대를 버리고 확고히 한 편을 선택한 UAE의 미래에 자꾸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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