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선] 삼성전자 파업 위기, 긴급조정을 검토할 때다
사후조정 결렬 ‘긴급조정’ 요건
정부, 노사 자율교섭 존중하되
‘공정한 조정자’로 개입 나서야
대한민국 경제의 상징이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핵심축인 삼성전자가 파업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노사가 아직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자율적 타결을 기대해야 하지만, 현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는 우려를 넘어 깊은 위기감이 서려 있다.

다행히 삼성전자 노사는 노동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11일과 12일 집중 사후 조정에 들어간다. 안타깝게도 사후 조정은 강제력이 없는 절차다. 만약 이 절차마저 결렬되고 실제 총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정부는 더 적극적인 역할을 검토해야 한다. 그 수단 중 하나가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이다.
긴급조정은 쟁의행위의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해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정할 수 있는 제도다. 긴급조정 결정이 공표되면 쟁의행위는 즉시 중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가 개시된다. 이는 노사 간 극단적 충돌을 일시적으로 멈추고 다시 협상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다.
물론 긴급조정은 신중해야 한다. 노동3권에 대한 제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조업 차질이 국가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사후 조정 결렬 이후에는 긴급조정 요건이 충족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쟁점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요구를 어디까지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이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배분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이익 처분, 재투자, 유보, 배당 등 경영상 판단과 직접 충돌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는 근로조건 개선 요구와 경영권의 본질적 영역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안을 단순히 근로조건을 둘러싼 갈등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영업이익 배분 방식이 향후 다른 대기업과 산업 전반의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까지 검토해야 한다. 노조 역시 글로벌 기업의 구성원으로서 자신들의 요구가 회사의 미래 투자, 협력업체, 주주, 국가 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 그 상대방인 노조 역시 글로벌 기업의 노조에 걸맞은 책임 의식을 보여야 한다. 정당한 권리 주장과 공동체 전체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도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노사 간 교섭이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라면, 국가 전략 자산인 반도체 산업이 내부 갈등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 기반한 해법을 신속히 제시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노사 자율 교섭을 최대한 존중하되, 국민경제에 중대한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가 공정한 조정자로서 책임 있게 개입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파업 위기 앞에서 긴급조정은 성급한 결론이 아니라, 사후 조정 결렬에 대비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마지막 안전장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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