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상 비행체 2기 나무호 타격”…외교부 방문 이란 대사 ‘묵묵부답’

김병관·김윤나영 기자 2026. 5. 1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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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의 비행체 2기의 타격으로 HMM 나무호 좌측 선미 외판에 발생한 폭 5m, 길이 7m의 파공. 외교부 제공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박 중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한 HMM 나무호의 사고는 미상 비행체 2기의 타격에서 비롯됐다고 10일 발표했다. 외교부는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초치 성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관련국과 소통을 하고 있으며 필요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오후 3시30분쯤 미상의 비행체 2기가 나무호 선미 좌현 평형수 탱크 외판을 약 1분 간격으로 두 차례 타격했다”며 “타격 충격 후 진동을 동반한 화염과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나무호 좌측 선미 외판이 폭 약 5m, 선체 내부로 깊이 약 7m까지 훼손됐으며 선체 안 프레임은 내부 방향으로 굴곡됐고 선체 외판은 외부 방향으로 돌출·굴곡됐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를 확인하는 데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관실 화재는 미상의 비행체 1차 타격으로 발화되고 이후 2차 타격으로 화재 규모가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화재 원인은 선박 내부와는 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선박의 엔진, 발전기, 보일러 등에서 특이점은 없었으며 발화 지점은 평행수 탱크 상판 천공된 지점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나무호 화재 발생 현장. 외교부는 “발화 지점은 평행수 탱크 상판 천공된 지점”이라며 “1차 타격으로 발화되고 이후 2차 타격으로 화재 규모가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외교부 제공

박 대변인은 “사고 당시 선박은 해수면 보다 약 1~1.5m 상단 부분이 파손되었고 폭발 압력으로 인한 파손 패턴과 반구형 관통 형상 부위를 고려할 때 기뢰 및 어뢰에 의한 피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조사 결과에 대해 관계부처가 참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위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또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쿠제치 대사는 이날 청사를 나서면서 조사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는 취재진에게 “우리는 단지 이 사고(accident)에 관한 일반적인 이슈 일부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군이 선박 화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이란 정부의 여전한 입장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란) 외교부에 물어보라”고만 답했다.

외교부는 조사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초치 성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란 대사를 부른 게 책임 주체라는 걸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외부 공격이 있다면 이란이 가장 높은 가능성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관련국과 소통을 하고 있으며, 정부는 앞으로 필요한 대응을 취해 나갈 예정”이라며 “미국과도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또 “금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추진함으로써 우리 국민 안전 확보에 정부는 만전을 기해 나가고자 한다”며 “미국의 해양자유구상(MFC)을 비롯한 미국 측 구상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간 나무호 피격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화재 초기에 피격 가능성이 거론된 적 있지만 정보를 추가 검토해보니 피격이 확실치 않은 것 같았다”며 “(선박에) 침수나 기울임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가 사고 초기 원인을 피격으로 판단하지 않은 데 대해선 “당초 선원이나 인근 선박을 통해 파공을 식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무호 선박에 발생한 반구형 관통 형상. 외교부 제공.

지난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안쪽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나무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지만, 미국과 이란이 불안정한 휴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 선박이 이번 분쟁에서 처음으로 피해를 보게 됐다.

정부는 지난 7일 자력 운항이 불가능한 상태인 나무호를 UAE 두바이항으로 예인했고, 이날까지 사흘간 화재 원인 조사를 진행했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 3명과 소방청 감식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정부 조사단은 나무호의 블랙박스인 항해기록저장장치(VDR)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포함한 자료를 확보하고, 선원들의 증언 청취, 현장 감식 등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나무호가 미국 주도의 해방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항해하다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주한이란대사관은 이 사건에 이란군이 개입하지 않았다며 부인한 바 있다.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지난 3월1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이후 현지에는 나무호를 포함해 26척의 한국 운용 선박이 정박해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박 중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한 HMM 나무호가 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항의 수리조선소 ‘드라이 독스 월드 두바이’에 접안해 있다. 정부 조사단은 HMM 나무호에 승선해 화재 원인 조사를 실시했다. 연합뉴스

김병관 기자 bgk@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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