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생각 넘기기] 삶과 죽음 사이… 영혼 울리는 기탄잘리의 노래
타고르 산문시 103선 통해 삶 성찰
허한 마음 어루만지는 영원의 송가

요즘 새로 나온 시집을 읽어 나가다 보면 아주 가끔은 읽어 나가는 내가 피로감을 느끼고 지친다. 시는 시인의 창조물이고,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창조하려고 너무 애쓴 나머지 가슴으로 스미지 않을 때가 많다. 무슨 말을 하는지 차분히 귀를 기울여본다. 읽고 또 읽고, 겨우 느껴보려는 찰나에 피로감이 몰려든다. 이럴 때 읽으면 좋은 산문시집이 '기탄잘리'다.
'기탄잘리'를 읽는 동안 내 존재에 대한 충만함과 살아 있음에 대한 생동감과 경외감마저 든다.
기트(Git/Giti)는 '노래'라는 뜻이 있고, 안잘리(Anjali)는 '두 손 모아 바치는 봉헌'이라는 뜻이 있다. 기탄잘리의 뜻은 신에게 바치는 송가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쓴 '기탄잘리'는 1913년 아시아인 처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시집이다.
이 책은 '명시의 서재'에서 올해 명시의 재발견 시리즈로 밸행을 했다. 이 책에서 기탄잘리 103선(산문시)을 만날 수 있다.
"기탄잘리에서 지혜의 선물을 가장 잘 표현한 시 중 하나는 '영원의 문턱'이다. 이 시에서 타고르는 작고 비좁은 물질적 집과 신에게 속한 저택인 영적인 집을 비교한다. 하지만 이 확장된 비교를 통해 타고르는 창조주 신이 우리 인류를 위해 하늘과 자연 세계에서 집을 만들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온화한 상기시켜줌을 이미지에 엮어 넣는다. 리그베다에서 하늘조차도 신이 만들고 형성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기탄잘리를 내면서)고 한다.
'1. 당신은 저를 무한하게 만드셨으니, 그것이 당신의 기쁨입니다. 이 연약한 그릇을 당신은 끊임없이 비우시고, 늘 새로운 생명으로 채워주십니다.' 기탄잘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답게 읽히는 시는 60선이다.
"60선. 아이들은 모래로 집을 짓고 빈 조개껍데기를 가지고 놀며, 시든 잎으로 배를 만들어 넓은 바다에 미소 지으며 띄웁니다. 아이들은 세상의 바닷가에서 뛰어놀죠/ 그들은 수영할 줄도 모르고, 그물 던질 줄도 모릅니다. 진주조개잡이는 진주를 찾아 잠수하고 상인들은 배를 타고 항해하며, 아이들은 자갈을 모았다가 다시 흩어 놓습니다. 그들은 숨겨진 보물을 찾지도 않고, 그물 던질 줄도 모릅니다. (~) 끝없는 세상의 바닷가 아이들이 모인다. 길 없는 하늘에서는 폭풍이 휘몰아치고 자취 없는 물속에서 배들은 난파되고 죽음은 널려 있고 아이들은 뛰어놀고 있다. 끝없는 세상의 바닷가에는 아이들의 위대한 만남이 있다."
60선 일부의 내용이다. 이 시의 내용이 인생이다. 삶의 곁에는 항상 죽음이 놓여있다. 죽음을 인식하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날 찾아온다.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는 멋모르는 아이들처럼 천진하게 살아간다. 우리는 뭔가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지만, 살아가면서 배우고 배운 것을 가지고 산다. 아름답고도 빛나는 시문들이다.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인생을 참으로 아름답게 묘사했다.
'기탄잘리'를 읽어 나가면서 마음에 꼭 새겨두고 싶은 시문들을 일부분 소개한다. 숫자는 산문시의 번호다.
10. 교만함은 결코 네가 가장 가난하고, 가장 비천하고, 길을 잃은 사람들 가운데서 겸손한 옷을 입고 다니는 곳에 다가갈 수 없을 것이다.
12. 여행자는 자신의 집에 도달하기 위해 낯선 문마다 두드려야 하고, 가장 안쪽에 있는 신사에 도달하기 위해선 바깥 세계를 모두 헤매야 합니다.
58. 내 마지막 노래에 모든 기쁨의 곡조가 섞이기를 바랍니다. 풀이 무성하게 돋아나 대지가 넘실거리는 기쁨, 삶과 죽음이라는 쌍둥이 형제가 넓은 세상에서 춤을 추는 기쁨, 폭풍과 함께 몰려와 웃음으로 모든 생명을 흔들고 깨우는 기쁨, 고통이라는 활짝 핀 붉은 연꽃 위에 눈물을 흘리며 가만히 앉아 있는 기쁨, 그리고 가진 모든 것을 먼지 위에 던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기쁨.
102.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영원한 노래로 담았습니다. 비밀이 내 가슴에서 솟아나옵니다. 그들이 찾아와 묻습니다. "뜻을 다 말해보세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103 나의 신이시여, 당신께 한마음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내 모든 감각을 펼쳐 당신의 발아래 이 세상을 만져주소서.
'기탄잘리'는 늘 책상 위에 올려놓고, 마음이 허할 때 읽고 싶은 책이다. 신에게 바치는 송가이지만 삶에 바치는 송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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