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당담] 소싸움의 본질은 ‘갬블(도박)’이다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 2026. 5. 1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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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는 1999년부터 매년 소싸움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소싸움 대회는 지난달 29일부터 닷새간 마금산온천지구에서 열렸다.

'창원시가 세금을 들여 소싸움 대회를 여는 것'에 반대한다는 답변이 76%가 나왔다.

대통령이 참석한 1969년 진주 남강댐 준공식에는 정부가 직접 소싸움대회를 주최해 경남 전역에서 황소 60여 마리를 그러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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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놀이라는 기록 찾을 수 없는 소싸움
동물권 인식 높아진 오늘날엔 맞지 않아

창원시는 1999년부터 매년 소싸움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소싸움 대회는 지난달 29일부터 닷새간 마금산온천지구에서 열렸다. 시예산 1억 7000여만 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소싸움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행사다.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가 지난달 창원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소싸움에 대한 창원시민 인식' 여론조사를 벌였다. '창원시가 세금을 들여 소싸움 대회를 여는 것'에 반대한다는 답변이 76%가 나왔다.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하면서 금지하지만 '민속경기 등은 제외한다'라는 예외 조항을 뒀다. 소싸움은 이 '민속경기'로 인정받아 예외 적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과연 소싸움은 민속경기일까?

공동체 놀이로서의 소싸움에 대한 기록은 일제강점기 때 처음 발견된다. 조선총독부 소속 야마구치 토요마사가 쓴 <조선지연구>(1911)와 무라야마 지준이 쓴 <조선의 향토오락>(1941)에 비교적 상세하게 소싸움 이야기가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조선시대에는 소싸움을 민속놀이로 기록한 사례가 없다는 사실이다. 민속화에도 일하는 소는 자주 등장하지만 싸우는 소는 발견되지 않는다. 19세기 초중반에 기록된 <열양세시기>(1819)와 <동국세시기>(1849)에도 투석전, 윷놀이, 차전놀이 등 10여 가지 민속놀이가 소개되지만 소싸움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공동체놀이로서의 소싸움은 구한말 즈음에 탄생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성장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소싸움은 '만들어진 전통'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소싸움 대회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 진주 개천예술제 부대행사로 열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대통령이 참석한 1969년 진주 남강댐 준공식에는 정부가 직접 소싸움대회를 주최해 경남 전역에서 황소 60여 마리를 그러모았다. 이 행사를 계기로 1970년 '한국투우협회'가 만들어졌고 1980년대 들어 지역별 투우협회가 여럿 결성됐다.

소싸움 대회의 질적인 변화는 1995년 다시 시작된 지방자치제와 함께 일어났다. 경북 청도군의 첫 민선 군수가 소싸움을 지역을 먹여 살릴 레저산업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게 출발점이다. 그의 비전은 "소싸움을 경마장처럼 상설화하는 것"이었고, 진짜 관심은 현찰이 오가는 '베팅'이었다. 합법적으로 베팅하려면 국회 입법이 필요했다. 청도군 지역구 국회의원이 베팅 허용이 포함된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을 발의해 2002년 통과시켰다. 법이 통과되자마자 청도군은 상설투우장을 건설해 소싸움을 '갬블(도박)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다수 민간사업자들이 청도군과 손을 잡았다. 모르긴 해도 제2의 강원랜드를 꿈꿨을 것이다.

탐욕이 앞서면서 특혜시비와 뇌물수수, 주관사의 우회상장 시도 등 각종 부정부패 의혹이 이어졌고, 상설경기장은 착공한 지 11년이 지난 2011년 9월에야 문을 열었다. 그 사이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동물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과 감수성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 따라 소싸움을 할 수 있는 지자체는 11개 시군이다. 그중에 여섯 군데는 지난해부터 소싸움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 여전히 소싸움 대회를 예산(세금)을 써서 열겠다고 발표한 지자체는 창원시를 포함해 다섯 군데다.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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