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같은 AI 폭발 영상"… JTBC 나무호 뉴스 '사실성' 논란

김예리 기자 2026. 5. 1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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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AI 폭발 영상에 현업 기자들 우려 "확인 안 된 장면 실사처럼 보여줘"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2026년 5월5일 JTBC '심장부 기관실 타깃 삼은 공격? “피해 최소화, 위협 최적지”'에 쓰인 AI 영상 보도화면 갈무리

JTBC 뉴스룸이 최근 선박 폭발 사고를 다루며 AI 생성 영상으로 보도한 리포트가 저널리즘 윤리 논쟁으로 번졌다. 실제 확인되지 않은 정황과 추정을 사실적인 AI 영상으로 재현해 시청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JTBC 뉴스룸은 지난 5일 리포트 <'심장부' 기관실 타깃 삼은 공격? “피해 최소화, 위협 최적지”> 제하 기사로 HMM 나무호 폭발 사고 원인을 다뤘다. 보도는 “가만히 서 있던 배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기관실이 공격받으면 가장 효율적으로 배를 멈출 수 있기 때문에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공격한 게 아닌가”라는 익명 해운업계 관계자들 인터뷰를 함께 전했다.

문제는 해당 리포트가 폭발 장면을 AI 생성 영상으로 사실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보도엔 선체에서 폭발이 발생한 기관실 위치를 형상화해 보여준 뒤, 선체 해수면 위 좌현 선미에 폭발과 화염이 발생하고, 검은 연기가 솟으며 불길이 선박 갑판 난간까지 번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담겼다. 총 2분10초가량 보도에서 두 구간에 걸쳐 17초가량 'AI 재구성'으로 표시된 영상이 보도됐다.

그러나 당시 기준, 해수면 위 타공이 있는지와 외부로 화염과 불꽃과 불길이 번졌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됐다. YTN은 해당 보도 뒤인 지난 9일 “사실상 해수면 아래 잠겨 있다 보니 선체 손상 여부를 물 밖에서 맨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JTBC의 경우 지난 6일 “외부적 요인이라면 대체로 파공이 있어야 선박 내부적으로 화재가 발생 가능한데, 일단 제가 보고 받기로는 파공은 없다고 하고 침수도 되지 않았다”는 전정근 HMM해상노조 위원장의 인터뷰를 인용 보도했다.

▲2026년 5월5일 JTBC '심장부 기관실 타깃 삼은 공격? “피해 최소화, 위협 최적지”'에 쓰인 AI 영상 보도화면 갈무리

영상 기자들 “AI 영상, 뉴스 의미 자체 약화”

현직 영상 기자들 사이에선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개정된 한국영상기자협회의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AI로 실사풍 영상이나 이미지를 만들어 사용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최연송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10일 “(해당 리포트의) AI 영상은 그 직전과 직후 제시된 자료화면보다 더 좋은 화질과 현실감을 준다. 정부도 어제 조사에 들어갔는데, 정확한 팩트 체크 없이 AI 생성 영상을 이용해 보도하면서 실사처럼 묘사하면 아무리 AI라고 표시했더라도 시청자들은 이 영상이 정확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고 했다.

현직 영상기자인 선상원 KBS 기자는 “실제 촬영한 자료화면과 AI 영상을 교차 편집했는데, 이 경우 시청자 입장에서는 더욱 둘 사이를 구분하기 어렵다”며 “방송 뉴스 영상은 실제 촬영한 현장이라는 사실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해왔는데 이것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영상이 문제냐 아니냐를 떠나, 뉴스 화면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인식이 생기는 순간 뉴스의 존재 의미 자체가 약화된다. 영상기자로서 가장 두려운 지점”이라고 했다.

선 기자는 “기존에도 화재나 항공기 사고 등 촬영본이 있기 어려운 재난 상황에선 그래픽 재구성을 활용해왔다. 인간이 만든 그래픽 재현에도 문제제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AI 영상이 실제 영상처럼 구현되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문제를 낳는다”고 했다.

이와 달리 오세욱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AI로 영상을 재구성한 것과 관련한 고지가 좀 더 명확하면 좋았겠으나, 아직은 완전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기관실과 폭발 위치를 알려주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어 보인다”며 “인간이 그래픽을 제작한 것과 유사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최연송 회장은 “두루뭉술한 자료화면을 쓰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조사된 사실까지만 보도하는 것이 정확한 영상 저널리즘”이라며 “사실 확인 없이 AI 영상을 뉴스에 남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TV 뉴스의 신뢰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의 경우 2023년 8월 AI가 생성한 사진·영상·오디오는 AI가 만든 자료 자체가 기사의 주제가 아닌 경우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JTBC 뉴스룸 측은 10일 관련 입장을 묻는 질의에 저녁 7시 기준 답변하지 않은 상태다.

SBS를 비롯해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일부터 HMM 나무호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미상의 비행체가 HMM 선박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됐던 수중 드론이나 부유 기뢰는 아닌 '미확인 비행물체'에 의한 충격으로 가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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