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의 선한 영향력으로 피어난 예술

장수현 (재)부산문화회관 문화융합팀 과장 2026. 5. 1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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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현 (재)부산문화회관 문화융합팀 과장

국내 기업의 연간 문화예술 후원 규모가 어느덧 2000억 원대를 상회하며 예술 생태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부산에서도 기업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사회공헌에 투입하는 향토 기업의 헌신이 예술의 숨통을 틔워주는 중이다. “우리 기업의 이익이 지역 예술가들의 창작 기반이 되고, 그 결과물이 다시 시민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선순환.” 최근 필자가 문화 현장에서 만난 한 기업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과거의 기업 사회공헌(CSR)이 단순한 기부나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면, 이제는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무자로서 필자가 마주하는 현장은 늘 치열하다. 공적 예산만으로는 지역 예술가들의 넘치는 창의성과 실험적인 시도들을 모두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역할은 단순히 예산을 집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자원을 발굴하고 연결하여 예술인들이 자생할 수 있는 ‘판’을 까는 데 있다.

필자는 지난 2025년, 지역 화랑과 신진 작가들을 연결하는 ‘ART WALK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기업 메세나의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공적 예산의 한계를 넘어 기업의 적극적인 후원이 결합할 때, 지역 예술인들은 안정적인 전시 기회를 얻고 화랑가에는 새로운 활기가 돌았다. 당시 전시장에서 만난 한 청년 작가는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기업의 재원이 단순한 소비가 아닌, 지역 문화의 ‘자생력’을 키우는 소중한 마중물이 된 순간이었다.

이러한 성공적인 민관 협력의 마중물은 2026년 ‘ART BNK 프로젝트’로 이어지며 더욱 견고한 결실을 맺는다. 올해 프로젝트는 부산은행의 사회적 가치 실현 의지를 바탕으로, 공공과 민간이 어떻게 지역 상생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전형적인 전시실을 벗어나 시민 발길이 가장 많이 머무는 금융기관 로비를 일상 속 갤러리로 탈바꿈시켜 예술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역 미술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을 촘촘히 연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5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릴레이 전시는 지역 예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청년 기획자들의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낭만시간연구소(상환 작가)를 시작으로, 글로벌 예술 플랫폼인 어컴퍼니(이창진 작가), 그리고 지역 현대미술의 깊이를 탐구하는 갤러리 재희(김민정·김유경 작가)가 참여해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여기에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할 미광화랑(신홍직 작가)은 근대미술의 아카이빙과 중견 작가의 묵직한 예술 세계를 공유하며 지역 미술의 정수를 시민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처럼 신진부터 중견까지, 그리고 대안 공간부터 전통 화랑까지 아우르는 구성은 지역 예술계 전체가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2026년의 발걸음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한층 진화된 ESG 모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장장애인복지관과 협업한 장애 예술인 기획전 ‘C-Art 씨앗’은 문정배 박준수 안예린 황성재 작가의 순수한 열정을 통해 편견 없는 예술 가치를 실현한다. 남구시니어클럽과 함께 도입한 ‘시니어 도슨트’ 프로그램은 노인 일자리 창출과 전문적인 전시 해설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며, 기업의 사회공헌기금이 문화 후원을 넘어 사회적 연결망을 회복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BNK부산은행과 같은 지역 대표 기업이 예술을 매개로 보여주는 선한 영향력은 부산을 더욱 매력적인 문화 도시로 만드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재)부산문화회관은 기획과 운영 전반을 총괄하며 이 귀한 기금이 작가들에게는 성장의 기회로, 시민에게는 일상의 영감으로 치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업과 공공기관, 그리고 예술인이 맞잡은 이 손이 지역 미술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시민의 삶을 예술의 향기로 채우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우리의 기분 좋은 동행이 계속되는 한, 부산의 문화 예술은 시민의 일상 속에서 더욱 밝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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