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이란대사 소환 “미상 비행체 2기가 나무호 타격”

이민석 기자 2026. 5. 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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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손 부위 육안으로 확인” 이란 추궁하나
이란 공격 확인될 경우 외교 문제 비화할 듯
미상 물체에 의해 파손된 HMM 나무호./외교부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HMM 소속 화물선 ‘나무호’ 폭발 사고에 대해 우리 정부가 “외부 피격에 따른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외교부는 이 같은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이날 사이드 쿠제치 이란주한대사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초치했다. 그간 외부 공격 주장에 신중했던 우리 정부가 이란 대사를 부른 것을 두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란에 책임 추궁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나무호 화재와 관련해 현장 조사를 마무리하고 관계 기관 간 검토·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했었다.

첨부용 / 호르무즈 HMM 나무호

박일 외교부 대변인는 이날 저녁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 미상의 비행체 2기가 HMM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기관실 화재는 미상의 비행체 1차 타격으로 발화가 되고 이후 2차 타격으로 화재 규모가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보이며, 화재 원인은 선박 내부와는 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CCTV확인 및 선장 면담 결과 지난 4일 현지시간으로 오후 3시 30분쯤 미상의 비행체 2기가 나무호 선미 좌현의 평형수 탱크 외판을 약 1분 간격으로 두차례 타격한 사실이 확인됐다.

외교부는 이날 외부 공격으로 나무호 선체가 훼손된 사진도 공개했다.

외교부가 10일 공개한 나무호 선체 사진. 외부 피격으로 인해 선체가 파손돼 있다./외교부

이어 “선박의 엔진, 발전기, 보일러 등에서 특이점은 없었으며, 발화 지점은 평행수 탱크 상판, 천공된 지점으로 확인됐다”며 “사고 당시 선박은 해수면 보다 약 1m~1.5m 상단 부분이 파손되었고, 폭발 압력으로 인한 파손 패턴과 반구형 관통 형상 부위를 고려할 때 기뢰 및 어뢰에 의한 피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공격이 미상의 비행체가 탄두 교체를 통해 폭발력을 조절할 수 있는 이란의 샤헤드 등 이란 측의 소행인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외교부는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며 “현장 수거 잔해 등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잔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 공격 주체를 파악하지 못한 건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박 대변인은 “잔해는 감식 등의 정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현 단계에서 그것이 누구의 (공격인지), (공격) 주체가 누구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미상 물체에 의해 파손된 HMM 나무호 내부/외교부

이번 피격으로 선원 1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지만 외교부는 이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이란대사가 외교부를 찾은 데 대해 박 대변인은 “이란은 이것(나무호 폭발)의 관련국에 해당하기 때문에 우리의 조사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서 주한 이란 대사가 청사를 방문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관련국과 소통을 하고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 필요한 대응을 취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나무호 사고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발포가 있었다”고 했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아직 조사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었다.

당시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한국의 화물선을 포함해 (전쟁과)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고 했었다. 그러면서 한국에 호르무즈 통행 지원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 동참을 제안했었다. 그는 ABC 인터뷰에서도 “한국 선박을 겨냥해 다수 발포가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직 폭발의 원인은 알 수 없다. 피격인지 아닌지도 지금 분명치 않다”며 “일단 조사해 봐야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고 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뉴스1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 3명과 소방청 감식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정부 조사단은 지난 8일부터 두바이항에서 나무호에 대한 화재 원인 조사를 진행해왔다.

이와 관련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지난 6일 “해상 규정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새롭게 정한 해상 규정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이란이 무력(kinetic action)을 통해 자국의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신호”라고 했다.

앞서 주한 이란 대사관은 “나무호 폭발에 이란군이 연루됐다는 어떠한 주장도 단호히 부인한다”며 정반대 주장을 했었다. 하지만 UAE 움알쿠와인 해역에 정박해 있던 나무호에서 폭발·화재가 발생한 지난 4일 오전과 전날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 일대 해상에 있던 선박들에게 이동을 명령하는 무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우리 정부 조사로 한국 선박이 실제 공격 당했다는 것이 나타나면서, 이란의 공격이라는 것이 확인 될 경우 외교 문제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공세에 나섰다. 국회 국방위원장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이라던 대통령님!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과 생명이 위협받는 이런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다. 이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며 “대통령께서 지금 즉시 이번 사태에 대해 외교적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내시기 바란다. 우리 국민을 공격한 세력이 누구든지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고 입장을 명백하게 밝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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