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안보 파고, 동북아로… 전략적 무게중심 이동하나 [이종윤의 밀리터리 월드]

이종윤 2026. 5. 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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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이란, 중동 자산의 동북아 재배치... '트럼프 2기'의 구도는
미·중 정상회담 앞둔 '남중국해 기싸움', 군사연구소들의 정세 전망
러 용병 원조 자금 '30조 원, 北 전군(全軍) 드론화 추진 분석·관측
대대급까지 파고든 北 무인기 위협, 우리 군 안티 드론 체계 갖춰야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간) 시작된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작전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장대한 분노)'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지능형 AI(인공지능) 킬체인망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것이다. '메이븐'은 JADC2라는 거대한 신경망 체계 내에서 실전 타격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핵심 플랫폼 역할을 수행했다. 케티이미지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창끝이 다시 동북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의 안보 지형으로 향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선 작전 개시 이틀 만에 '프로젝트 프리덤'이 멈춰 섰다. 그 직후 발생한 이란의 미군 기지 공습은, 중동을 넘어 배후의 세력 전이와 국제 안보 지형 재편의 격랑을 예고했다.

세계 최강 미국조차 다자 안보 체제로 실전 판을 짜는 냉혹한 안보의 현실 속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한국의 '세계 군사력 4강'이라는 수식은 우리의 재래식 군사력에 자신감을 고취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안보를 결정짓는 전략적 판단에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측면에선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대전의 핵심 변수인 비대칭 전력과 핵 투사 능력을 배제한 GFP(글로벌 파이어파워) 등의 정량적 수치에 경도돼선 안 된다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동발 안보 파고가 동북아로 급격히 전이되는 결정적 전환기에 북한이 예고한 '드론 전면전'이라는 실체적 위협 앞에 선 우리의 응전 태세를 짚어본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새로운 '대테러 전략' 표지. 16페이지로 구성된 이 문건의 핵심은 '미국 본토 방어(Homeland First)'로의 전면적인 전환이다. 기존의 해외 중심 테러 대응에서 벗어나 사이버 수단을 포함한 국경 안보와 마약 카르텔, 국내 극단주의 세력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명시하고 있다. 미 백안관 홈페이지 캡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026 대테러 전략'
지난 6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2026 대테러 전략'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향하는 '힘을 통한 평화'의 실체적 청사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2기 미 백악관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과 올해 1월 미 전쟁부가 이를 구체화해 발표한 '2026 국방전략서(NDS)'에 이어 이번 문건은 미 '국가 안보 아키텍처'를 완성하는 핵심 프로세스에 해당한다.

가장 큰 특징은 테러의 범주를 이슬람 극단주의를 넘어 중남미 마약 카르텔과 안티파 등 폭력적 좌익 극단주의자로 대폭 확장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안보 위협을 본토 방어 중심으로 재정의하고, 필요시 군사력을 직접 투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동맹국의 역할 변화다. 보고서는 "미국이 모든 전역에서 동시에 작전을 수행할 수는 없다"며 파트너 국가들의 '부담 분담 및 이전'을 명시했다. 특히 한국을 일본, 호주와 함께 아시아의 핵심 대테러 파트너로 최초 명시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향후 호르무즈 해협이나 홍해 등 주요 해상 교통로 보호에 있어 한국 해군의 역할 확대를 강요하는 압박 기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사이버 공격을 공식적인 대테러 수단으로 규정하며, 기술적 우위를 통한 압박과 동시에 동맹의 자강과 실질적 기여를 요구하는 트럼프식 실용주의 안보관의 투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의 직접 개입은 줄이되 동맹을 레버리지 삼아 중국·러시아·북한 등 위협의 본체에 집중하겠다는 '요새 미국(Fortress America)' 구축의 서막이라고 분석했다.

중동발 안보 파고, 동북아로… 전략적 무게중심 이동하
■이란의 변화, 미·중 정상회담 앞둔 총력전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압박은 호르무즈 통제권 무력화를 겨냥한 '프로젝트 프리덤'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작전은 개시 이틀 만인 지난 5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의 대이란 강한 압박 지속 요구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진전'을 명분으로 중단을 선언하며 휴지기에 접어들었다. 중동 안보 전문가들은 정작 이란 측의 실질적인 태도 변화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이번 결정은 이란이 석유 저장·비축의 임계점에 몰린 상황에서도 강경파 이란 혁명수비대(IRGC) 측에 '전략적 오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8일과 9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미군 구축함 3척을 향해 기습적인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했다. 미 중부사령부도 즉각 이란 내 미사일 및 드론 발사 기지, 지휘 통제 시설 등을 공습했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휴전 상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등 해외 군사 전문 연구소들은 이란의 이번 태도 변화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의 '지정학적 안전 보장' 신호에 따른 계산된 도발로 분석했다. 특히 지난 6일 베이징에서 열린 이란·중국 외무장관 회담 직후 도발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제한적 보복과 협상 지연 전술이 미·중 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와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세를 흔들려는 미·중 양국의 치열한 수면 아래 기싸움이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6일(현지 시간) 필리핀 북부 파오아이에서 열린 연례 다국적 연합 훈련 '발리카탄'(어깨를 나란히)에 참여한 일본 자위대가 88식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P·뉴시스
■미·중 정상회담…인-태 사전 포석
다가오는 미·중 정상회담은 포스트 중동 이후 미국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중국을 정조준하기 전 벌이는 탐색전이 될 전망이다.

전초전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필리핀 등에서 진행된 '발리카탄 2026' 훈련이었다. 미국과 일본·필리핀군을 주축으로 호주·프랑스·캐나다·뉴질랜드 등 7개국(외 총 17개국 참관)이 1만7000여 명의 병력과 전력을 투입했다. 중국을 정면 겨냥한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급 실전 연합훈련을 실시힌 것이다.

이번 훈련은 루손섬 북부 대만 접경지에서 하이마스와 미국의 최신형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인 '타이폰(Typhon) 지대함 미사일을 동원한 '적 함정 격침' 및 '해안 상륙 저지' 실탄 사격을 성공시키며 역내 화력 투사 능력을 입증했다. 특히 일본 자위대가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전투 병력을 파견해 주도적 작전 축을 형성한 것은, 남중국해의 안보 주도권이 재편되었음을 선언한 결정적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중국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항공모함 전단을 동원한 고강도 대응 훈련과 실사격 연습을 감행하며 배수진을 쳤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8일경까지 실시한 훈련에서 중국의 첫 번째 항모 랴오닝함을 주축으로 최신형 055형 대형 구축함과 052D형 미사일 구축함 등 핵심 수상 전투함들로 대규모 함대를 구성, 우리나라 동해로 북상했다. 이후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사이의 쓰가루 해협 또는 북단 소야 해협 등 주요 공해상 통로를 통과했다. 사실상 일본 열도를 포위하는 원거리 기동을 실시하면서, 특히 동해와 서태평양 일대에서는 J-15 함재기를 동원한 이착함 훈련 및 해상 실전 전투 초계(Patrol)를 전개했다. 이때 러시아 해군 초계함과 잠수함, 예인선도 합류했다. 북한도 지난 8일 원산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수발을 발사하면서 호응했다.

이 같은 중국의 강경 대응은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중국은 중동에서 미국의 발을 묶고 태평양에서는 무력시위를 전개함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 안보 체제의 틈새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이 전면 충돌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인하는 동시에, 패권 장악을 위한 전략적 물밑 겨루기가 될 전망이다.

미국 해군의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USS 조지 H.W. 부시호와 전함들이 곧 중동에 파견되어 미군 항공모함으로는 세 번째 중동 파견이 될 것이라고 지난 3월 31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지가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4월 1일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CVN 72)에서 F/A-18E 슈퍼 호넷 전투기가 착륙하는 장면. AP·뉴시스
■한반도 ‘드론 전면전’ 가시화
현대전의 승패는 포성이 울리기 전 사이버·전자기 등 전 영역에서 결정되는 ‘킬웹(Kill Web)’ 시대로 돌입했다. 그 실전은 드론전 양상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등 해외 군사 전문 매체들은 최근 북한이 러시아 용병 파병 등의 대가로 확보한 약 30조 원 규모의 자본과 실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군 구조를 급속히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방 군단급에 '다목적 무인기 대대'를 신설한 것은 드론을 단순 정찰용이 아닌 군단급 핵심 타격 전력으로 전면 배치했음을 의미한다. IISS는 북한 지역의 AI 위성 분석 결과, 북한은 이미 수개월 내 전군을 드론(무장)화할 수 있는 대량 생산 체계까지 갖출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우리 군의 안티 드론 체계 구축 노력이 북한의 변칙적인 진화 속도를 보다 압도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한국군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적의 물량 공세에 대비한 실전적·실무적 대응책을 더욱 빠른 속도로 촘촘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24년 11월 14일 무인항공기술연합체 산하 연구소와 기업소들에서 생산한 각종 자폭 공격형무인기들의 성능시험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24년 8월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찾아 최근 개발한 무인기들의 타격시험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24년 8월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찾아 최근 개발한 무인기들의 타격시험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 김정은이 지난해 3월 25~26일 새로 개발·생산하고 있는 무인항공기술연합체와 탐지전자전연구집단의 국방과학연구사업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24년 8월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찾아 최근 개발한 무인기들의 타격시험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24년 8월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찾아 최근 개발한 무인기들의 타격시험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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