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쟁 마무리 단계”…젤렌스키엔 “모스크바 와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공개 발언했다. 러시아 최고 지도자가 전쟁 종결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모스크바로 와야 한다”고 말해 러시아 주도의 협상 구도를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2차 세계대전 승리기념일(전승절) 81주년 열병식 직후 열린 크렘린궁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가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러시아와 싸워왔다”며 “러시아와의 대립 수위를 계속 끌어올렸지만 이제는 마무리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직접 회담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나는 한 번도 대화를 거부한 적이 없다”며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모스크바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회담의 성격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정상회담은 이미 합의된 평화조약에 최종 서명하는 마지막 단계여야 한다”며 새로운 협상 테이블로 활용될 가능성은 차단했다. 모스크바 외 제3국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장기적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동안 전쟁 중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번 발언은 미국 주도의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미국 중재 아래 9~11일 휴전하고 양국 포로를 1000명씩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아직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며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제안에 우크라이나가 응답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과의 별도 대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앞서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유럽연합(EU)이 러시아·우크라이나와 각각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EU 측 협상 파트너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거론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푸틴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이사직을 맡아 독일 내 친러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러시아가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필요할 경우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가 넘겨받아 보관할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는 이미 2015년에도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넘겨받은 경험이 있으며 같은 방식을 반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과 미국, 이스라엘 모두 우라늄 반출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미국이 이후 우라늄을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입장을 바꾸자 이란도 강경해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말 러시아 측으로부터 이란 우라늄 문제 지원 제안을 받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에 집중하라”는 취지로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일방적인 휴전을 선언했지만 교전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전승절 기간인 8~11일 휴전을 선언했고, 우크라이나도 지난 6일 별도의 휴전을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휴전 직전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을 가했고, 우크라이나 측은 이 공격으로 최소 27명이 숨지고 12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로스토프나도누 항공관제센터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서로의 휴전 선언을 “선전용”이라고 비판하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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