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80년, 마산 현대사 고비마다 시민 동반자였다

최석환 기자 2026. 5. 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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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첫 시민사회단체로 시작해
노동·민주·소비자·환경 운동 앞장

■80주년 마산YMCA를 돌아보다

'경남 첫 시민사회단체' 마산YMCA 80년 역사는 지역사회 성장 과정과 맞닿아 있다. 군사독재 시절 마산YMCA는 청년과 노동자들이 모여 민주주의를 토론하던 공간이었고, 민주화 이후에는 소비자·환경·청소년운동 거점이었다. 시대마다 의제는 달랐지만, 지역 현안 해결에 시민 힘을 모으는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해방 이래 지역사회 변화 한가운데에는 늘 마산YMCA가 있었다. 마산YMCA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본다
1975년 크리스천 아카데미가 운영하던 경기도 수원 사회교육원 '내일을 위한 집'을 찾은 YMCA, YWCA 관계자들. 당시 박종석 마산YMCA 총무도 참석했다. 이 자리는 크리스천 아카데미 중간집단교육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주제는 '농촌사회' 중간집단교육이었다. /마산YMCA

경남 최초 시민사회단체 마산YMCA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지난 8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홀 국제회의장에서 기념식을 열고 "앞으로도 시민 곁에서 민주주의와 공동체 가치를 지키는 '살아있는 공동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신삼호 마산YMCA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1946년 5월 8일 해방 기쁨과 전국의 감격이 교차하던 역동적인 시기에 마산YMCA는 첫 함성을 울렸다"라며 "마산YMCA의 지난 80년은 곧 마산 현대사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이사장은 "변하는 시대 흐름 가운데서 본연의 가치를 잊지 않겠다"라며 "지역사회 신뢰관계 동반자로서 정의와 평화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계몽운동에서 청년 시민운동으로

마산YMCA가 문을 연 1946년 5월 8일은 지역사회 재건과 청년 계몽 필요성이 커지던 시기였다. 이런 이유로 초창기 활동은 문맹 퇴치와 야학, 청소년 교육, 시민 강좌에 집중됐다. 한국전쟁 속에서도 조직을 유지하며 지역사회 교육 기반 역할을 다졌다.

1950~1960년대에는 지역사회 재건에 힘썼다. 공민학교와 청소년 교육활동, 시민 강좌를 운영했다. 시민사회 활동 공간이 크게 위축되던 1970년대 유신독재 시기에는 단순 친목·종교단체를 넘어 사회참여형 시민운동 조직으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청년 조직이 하나 둘 생겨났다. 마산YMCA 최초 청년조직 '원 클럽'이 1975년 창립됐고, 청년들은 그 안에서 강연과 토론, 문화행사로 민주주의와 사회 문제를 고민했다. 3.15의거탑 참배와 주변 정화 활동도 계속하며 지역 민주주의 역사도 기억했다.

원 클럽을 시작으로 산악활동 중심 '산바래', 음악활동 중심 '메아리', 오락 중심 '늘벗', 요들송 교육 모임인 '요들 클럽' 등 여러 청년 조직이 만들어졌다. 이들 조직은 지역 청년운동 기반 역할을 했다. 출신 회원 상당수는 시민·노동·교육운동 활동가로 성장했다.
1975년 10월 4일 마산YMCA 최초 청년조직 '원 클럽' 창립총회 현장. /마산YMCA

사랑의Y노동형제단, 현장 노동운동 씨앗 되다

마산YMCA 활동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노동·민주화 운동이었다. 그 중심에는 '사랑의 Y노동형제단'이 있었다. 1980년대 마산YMCA가 청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교육과 조직화 활동을 벌이며 만든 노동자 연대 조직이다. 1981년 한일여자실업고등학교 독서토론 모임에서 출발해 일반사업장 노동자 조직으로 확대됐다.

마산YMCA는 교양강좌와 소모임 활동으로 노동자 교육과 조직화에 나섰다. 1980년대 민주화 강연과 노동문제 토론, 해고노동자 지원 활동까지 지원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시기 회원들은 노조 결성과 노조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노동운동 기반이 약했던 지역에서 노동자 연대 문화를 만든 선구적 활동이었다.

마산YMCA는 민주화 운동 합법 대중 공간 역할도 맡았다. 교양강좌와 민주시민대학으로 민주주의와 노동 문제를 토론했다. 또한, 중등교육자협의회를 중심으로 교육민주화 운동도 전개했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회원과 실무자들은 거리 시위와 시민집회에 참여하며 지역 민주화 운동 거점 역할을 했다.
사랑의Y노동형제단 남해 송정 하계캠프. /마산YMCA
Y노동형제단 소모임. /마산YMCA

시민중계실·환경운동까지 활동 확장

1980년대 후반부터는 소비자운동이 본격화했다. 마산YMCA는 1989년 시민중계실을 열어 소비자 피해 상담과 권익 보호 활동에 몰두했다. 상담 건수는 1986년 21건에서 1990년 928건으로 늘었다.

시민중계실은 마산YMCA 소비자권익운동 중심축으로 기능하며 피해 사례를 교육과 홍보, 제도개선 요구로 연결했다. 세입자 보호조례 제정 운동, 삼성생명 21세기 암보험 피해구제 활동, 마라톤대회 참가비 환급 규정 마련 운동, 헤나 염모제 피해구제 활동 등을 전개하며 생활 속 소비자 피해 해결에 앞장섰다.

1990년대 후 마산YMCA는 지방자치와 시민참여운동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공명선거운동과 후보자 정책토론회, 의정모니터, 지방자치학교 등을 통해 시민 참여 문화를 확산했다.

동시에 환경운동에도 힘을 쏟았다. 마산YMCA는 낙동강 수질 악화와 식수 오염 우려 속에 영남권 시민사회가 반대했던 위천공단 문제, 그리고 1991년 낙동강 페놀 사건 여파로 수질 문제 대응 활동에 참여했다. 그 뒤 최근까지 시민 환경감시단을 비롯해 창원물생명시민연대 활동이 이어졌다. 하천 생태조사와 생태하천 복원, 탄소 중립·탈 플라스틱까지 운동 영역을 다변화했다.
1989년 7월 21일 시민중계실 개소식에서 허정도 당시 시민사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마산YMCA

시민 권익 지키며 미디어·청소년 운동 전개

1991년에는 '좋은 방송을 위한 TV 모니터 교육'을 열며 경남 최초 언론 미디어운동도 시작했다. TV 끄기 운동과 스크린 OFF 운동으로 활동을 확장했고, 시내버스요금 인하와 대중교통활성화 운동, 한국은행 공원 만들기 운동 등 도시 공공성 운동도 함께 전개했다.

청소년운동 역시 마산YMCA 핵심 사업 중 하나였다. 이 사업은 단순 보호나 계몽을 넘어 청소년 스스로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청소년YMCA는 1997년 '문화유산의 해' 기념 토론광장에 참여해 지역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 문제를 주제로 토론하며 사회 현안을 직접 고민했다. 청소년 참정권 운동과 모의투표 활동으로 지역 청소년 사회참여 기반을 늘렸다.

마산청소년문화의집을 운영해 청소년 자치활동과 문화 프로그램도 지원했다. 또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위카페다온, 창원시 여자단기청소년쉼터 오로라 운영으로 학교 밖 청소년 상담과 자립, 가정 밖 여자청소년 보호와 생활 지원 역할을 했다.
TV 모니터링 방법 교육 현장에 모인 주부모임 '우리는' 회원들. /마산YMCA

80년간 유지한 민주주의 가치

마산YMCA 80년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는 결국 '시민'과 '민주주의'다. 단체는 시민들이 배우고 토론하며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구심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은진 경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지역 기독교계는 다른 종교계와 달리 과거부터 민족주의적·선구자적 역할을 했었고, 마산YMCA는 창립 후 오랜 기간 꾸준하게 지역에서 사회운동을 이어오고 있다"라면서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온건한 시민운동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시민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 이런 시민사회단체는 많지 않고, 유지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며 "시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단체 한 곳 정도는 지역에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마산YMCA가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산YMCA에서 1975년부터 51년째 활동 중인 허정도 역사편찬위원장은 "마산YMCA는 민주화운동이 필요했던 시기에는 민주화운동을,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이 필요했던 시기에는 그 역할을 맡으며 시대가 요구한 시민사회운동에 최선을 다한 단체"라면서 "단체 활동 이슈는 결국 사회가 던져주는 것이다. 앞으로도 사회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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