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쪼개고 봉쇄조항 놔두고…‘양당 기득권’에 정치개혁 역행하는 지방선거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된 가운데 중대선거구 확대 공약에 역행하는 2인 선거구로의 쪼개기가 영남 등 특정 정당 강세 지역을 중심으로 반복됐다. ‘봉쇄 조항’ 완화나 인구 비례 회복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도 무시하는 거대 양당 중심의 기득권 정치 구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헌법소원에 더해 지방선거 집행 자체를 막아달라는 가처분신청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지난달 24일 본회의에서 ‘구·군의원 정수 등에 관한 일부 개정 조례안’을 수정 통과시켰다.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안에서 4인 선거구 8곳 중 7곳을 2인 선거구로 쪼개는 내용이다. 이로써 대구는 국회가 중대선거구 시범 지역으로 지정한 수성구 바선거구(4인)를 제외하고는 4인 선거구가 전부 2인 선거구로 쪼개졌다. 국민의힘이 압도적 다수(32명 중 30명)인 대구시의회는 출석 의원 32명에 찬성 27명, 반대 3명, 기권 2명으로 이를 확정했다.
대구에서 국민의힘 쪽이 2인 선거구를 늘린 건 ‘독점 강화’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정당의 지방의회 독식을 막고 소수정당에 진출 기회를 주기 위해 중대선거구 확대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2인 선거구는 거대 양당이 의석을 나눠 먹거나 한 정당이 독식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구에서 2인 선거구가 늘면 특정 선거구에 배정된 2석을 모두 가져가 기초의회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키우는 데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국민의힘이 강세인 경북에서도 노골적 2인 선거구 늘리기가 이뤄졌다. 경북도의회는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시·군의회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출석 의원 32명 중 찬성 27명, 반대 3명, 기권 2명으로 수정 통과시켰다. 포항시 2인 선거구는 4개에서 7개로 늘었다. 반면 3인 선거구는 7개에서 5개로 줄었다.

2인 선거구 늘리기는 국민의힘 쪽이 대구·경북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강세인 호남에서도 일부 이뤄졌다. 전남도의회는 기존 4인 선거구인 여수시 마선거구를 2인 선거구 2개로 쪼개는 조례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확정했다. 소수정당들은 반발했다. 여찬 진보당 여수시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은 이를 두고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의 1당 체제를 견제하려는 소수정당들의 의회 진입을 막는 꼼수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광주시당위원장인 서왕진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정치 개혁 합의문이 나오기 전 기존 중대선거구로 돼 있는 곳은 후퇴시키지 않겠다고 소수정당들에 확인해줬지만 정작 선거구가 쪼개질 땐 손을 놨다”고 지적했다.
2인 선거구 유지·확대는 국민 평등권과 선거권도 침해한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지방의회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3 대 1을 넘은 것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같은 의회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곳과 가장 적은 곳의 인구 수가 3배 이상 벌어지면 표의 등가성이 너무 훼손된다는 뜻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를 근거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전북 장수군 선거구 획정이 위헌이라고 결정하기도 했다. 이 문제를 풀려면 의원 정수를 크게 늘리거나 중대선거구제를 확대해야 한다. 예산 등을 고려하면 중대선거구제 확대가 현실적 해법이지만, 양당이 이를 외면하면서 헌재 결정 뒤에도 위헌적 선거구 획정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에 ‘위헌적 선거구’가 29곳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다.
위헌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헌재는 지난 1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비례 의석을 할당하지 않는 ‘봉쇄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 조항은 “새로운 정치 세력의 원내 진입을 차단하고 거대 정당의 세력만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취지다. 이를 근거로 지방선거 비례대표 5% 봉쇄 조항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난달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주도해 통과시킨 ‘정치 개혁 법안’에는 그런 내용이 빠졌다. “반헌법적 직무유기”(진보정치 연대)라거나 “정치개혁 열망 배반한 기득권 양당정치”(민주노총 제주본부)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기득권을 유지·강화하려는 행태에 맞서는 헌법소원과 가처분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전남과 대구·경북 시민사회단체는 헌재가 정한 인구 편차 기준을 위배한 선거구 획정이 이뤄졌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지방선거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은 지난 6일 “거대 양당은 수없이 논쟁하고 대립하면서도 지방선거 문제만 올라오면 약속이나 한 듯이 선거제도 개혁을 막아내고 위헌적 선거구 획정에는 일치단결을 반복한다”고 비판했다. 노동당·녹색당·정의당은 지난 2월에 지방선거 5% 봉쇄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특정 정당 강세 지역에서 선거구를 밀실 결정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양당 체제에선) 선거법 개정을 위한 합의나 제도적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언론과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준희 김규현 기민도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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