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부엌에서 시작된 삶의 도서관'展

정회진 기자 2026. 5. 1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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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 남은 삶의 기록…도구에 스민 선조 지혜

옹기부터 깨뒤주까지 생활도구 선봬
영훈뮤지엄 내달 4일까지…총 4개 소주제
음식 문화 경험…김치담그기 체험도
▲ '옹기버선문독'.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옹기 표면에는 버선 모양의 문양이 그려져 있다. 선조들은 장을 담근 항아리에 잡귀가 들지 않고, 음식이 잘 익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문양에 담았다. 버선이 발로 액운을 걷어찬다는 믿음도 함께 스며 있다. 지난 6일 찾은 인천 남동구 영훈뮤지엄에서 만난 '옹기버선문독'이다.

영훈뮤지엄은 기획전시 '부엌에서 시작된 삶의 도서관(The Kitchen: A Living Archive)'을 내달 4일까지 선보인다.

전시는 부엌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안에 남겨진 흔적은 개인의 생활을 넘어 도시의 역사와 공동체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영훈뮤지엄은 이를 기록의 순환이라는 구조로 풀어내며, 일상의 사소한 행위와 생활 도구가 어떻게 문화와 역사로 축적되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총 4개의 세부 구성으로 마련됐다. 곡식을 담고, 음식을 만들고, 저장하던 부엌의 도구들은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 선조들의 경험과 지혜가 축적된 기록물처럼 놓여 있다. 자르고, 찧고, 갈고, 삶고, 말리고, 저장하는 과정 속에서 필요에 따라 변화한 형태들이 당시 생활 방식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놓인 '깨뒤주'도 그런 사례다. 많은 양의 곡식을 보관하던 일반 뒤주와 달리 깨를 담기 위해 크기를 줄여 만든 작은 뒤주다. 재료의 특성과 사용 방식에 따라 생활 도구의 형태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떡살, 신선로, 소쿠리 등 전시장에서 만난 도구들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이라기보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남긴 시간의 흔적에 가까웠다.
▲ '해주백자단지'.

대표 전시품인 '해주백자단지'도 눈길을 끈다. 황해도 해주 지역에서 제작된 이 백자는 전통 청화백자의 회화성과 근대 민간 소비문화의 장식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청화와 철화 안료를 함께 사용하고, 꽃무늬를 추상적으로 풀어낸 문양에서는 기존 백자의 절제된 미감과는 다른 자유로운 조형성이 드러난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2026 공·사립·대학 박물관 K-뮤지엄 지역 순회 전시 및 투어 지원사업'에 영훈뮤지엄이 인천 지역 유일 운영기관으로 선정되며 마련됐다.

전시는 인천에 이어 전북 익산 '솜리 문화의 숲'(6월 5일~30일), 완주 '복합문화지구 누에'(7월 1일~26일)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인천에서는 전시와 함께 '저장의 기록'을 중심으로 한 김치담그기 체험이 운영된다.

영훈뮤지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기록을 보존의 대상이 아닌 이동하고 확장되며 새롭게 생성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영훈뮤지엄 기획전시 '부엌에서 시작된 삶의 도서관' 전시품.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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