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도시기본계획은 왜 외적 성장만 고집하나

정진욱 2026. 5. 1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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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각 시군이 수립하는 '도시기본계획'은 각 지역이 향후 20년 동안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최상위 법정 계획이자, 지침서다. 토지 이용, 교통, 주택, 환경 등 모든 하위 계획의 기본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 도시기본계획이 고질적인 인구 과다 산정과 그로 인한 계획의 실효성 저하 문제에 직면해있다.

본보가 살펴봤듯이 현재 도내 상당수 지자체의 도시기본계획은 목표 인구가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치나 실제 유입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돼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인구 규모가 곧 도시의 세(勢)이자, 국도비 지원 및 행정 기구 확대의 근거로 평가되기에 소위 '인구 뻥튀기'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 기반한 인구 산정은 단순한 수치상 오류에 그치지 않는다. 정확하지 않은 계획은 도시를 설계하고 미래로 나아가는데 오히려 발목을 잡는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한다.

과다 산정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많은 용지를 시가화 예정용지로 지정하게 된다. 이는 미개발지의 난개발을 부추기거나, 정작 개발이 필요한 곳에 자원이 집중되지 못하게 방해하면서 토지 자원의 낭비를 부추긴다.

인구 계획에 맞춰 설계된 도로, 공원, 상하수도, 공공시설 등의 사회기반시설(SOC) 과잉 공급은 인구가 채워지지 않을 경우 막대한 유지관리비 부담으로 돌아와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킨다.

더 큰 문제는 시민들의 정책 신뢰도 하락이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는 계획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시민들에게 왜곡된 시장 신호를 전달해 자산 가치 판단에 혼란을 준다.

이제 우리 사회는 저성장과 사망자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Dead Cross)'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에서 장밋빛 전망만 갖고 갈 수 없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기도 역시 서울에서의 인구 유입이 지속되고는 있지만, 일부 지역에 그칠뿐더러 그 속도는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더 큰 인구변화의 흐름은 옆 시군의 인구를 뺏어오는 '제로섬 게임'이 치열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절대적인 인구 감소 시대를 대비한 '콤팩트형 도시계획'이 절실한 이유다.

도시기본계획이 '실현 가능한 이정표'가 되려면 우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인구 추계 모델이 확립돼야 한다. 본보 취재진이 확인한 해외 사례를 보면 각 지역이 통일된 기준으로 인구 추계를 하는 반면 우리는 여전히 제 논에 물대기식 통계치 적용이 빈번하다.

지자체의 자의적 해석이 개입되면서 변수를 키우는 현재의 산정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통계청의 인구 산정을 기본으로 해 빅데이터와 AI를 접목한 생활인구 산출 등 객관적인 기준치의 법령화가 시급하다.

또 경제 여건 변화의 흐름에 맞춰 '성장'을 우선으로 하는 도시기본계획 설계에서 '관리'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더이상 도시를 넓히는 확장의 시대가 아니기 떄문이다. 이 정부의 정책 역시 새로운 기반시설의 확충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끄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관리 제도의 변화도 시급하다. 예측치와 실제 인구 추이의 괴리가 일정 수준 이상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시가화 예정용지를 조정한다거나 개발 우선순위를 변경하는 탄력적인 환류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그 만큼 중간관리자인 경기도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각 시군이 인접해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하는 가운데 특정 지자체가 인구를 높게 잡으면 인근 지자체의 계획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도 차원에서 시군 간 인구 배분을 조정하고, 중복 투자를 막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더불어 각 지역 도시기본계획 구축의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현실에 대해 이제 새로운 접근법이 실행돼야 한다.

도시기본계획의 숫자는 단순한 목표치가 아니라 시민들의 세금과 미래가 담긴 약속이다. 인구 감소라는 현실을 외면하고 여전히 과거의 성장주의 환상에 갇혀 있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제 경기도의 각 시군은 '얼마나 큰 도시가 될 것인가'라는 과제 대신 '얼마나 행복하고 효율적인 도시를 만들 것인가'라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도시기본계획 제도의 현실화를 위해 국회와 기초지자체, 경기도가 모두 나서야 하는 시점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관점은 시민의 삶의 질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 지다.
 

정진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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