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와 동행할 반려동물 산업 [이형주의 비인간동물사]

한겨레 2026. 5. 1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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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애니멀 케어 엑스포'에 참가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동물보호와 산업을 반드시 대립 관계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동물보호와 반려동물 산업이 여전히 충돌하는 관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보호소에는 입양을 기다리는 동물이 넘쳐나는데도 충동 구매와 파양은 계속되고, 최근엔 돈을 받고 파양동물을 인수하는 신종 산업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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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애니멀 케어 엑스포’ 현장. 동물 사료, 의료, 동물 구조보호 장비, 정보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이형주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지난 4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애니멀 케어 엑스포’에 참가했다. 국제기구인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Humane World for Animals)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동물보호 실무 콘퍼런스 가운데 하나다. 1990년대 초 미국 내 동물보호 업무 종사자를 위한 교육 행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정부·학계·산업계·비영리단체 관계자 등 3천명 규모의 국제 행사로 성장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동물보호와 산업을 반드시 대립 관계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료·의료·행동훈련·정보기술 분야 기업들이 참여해 보호소 동물의 건강관리, 입양 촉진, 행동 개선, 데이터 기반 보호소 운영 등과 관련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했다. 전시장에는 보호소 켄넬(우리), 이동식 구조 차량, 실종동물 추적 장치처럼 동물복지와 유실 방지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 보호동물 데이터베이스 관리 프로그램이나 입양자와 동물을 연결하는 플랫폼 같은 기술 기반 서비스도 눈에 띄었다. 산업과 기술이 동물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반대로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질수록 기업 역시 새로운 방향과 기회를 찾는 구조였다.

지역 보호소 동물의 입양 홍보와 반려동물 놀이터 용품 홍보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놀이 공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하지만 한국에서는 동물보호와 반려동물 산업이 여전히 충돌하는 관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번식장과 펫숍, 체험형 전시시설 등에서 반복되는 동물 학대 문제에 산업 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커졌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어나는 것을 산업 성장의 기회로 바라보는 시각은 강하지만, 유기동물 증가나 동물보호센터 포화 같은 문제는 상대적으로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보호소에는 입양을 기다리는 동물이 넘쳐나는데도 충동 구매와 파양은 계속되고, 최근엔 돈을 받고 파양동물을 인수하는 신종 산업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산업계에서 시장 활성화를 이유로 더 많은 동물이 생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갈등의 원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시민, 정부, 기업 등이 함께 유기동물 감소나 책임 있는 돌봄 문화 확산을 논의하는 공론장은 부족했다.

이동식 치료와 중성화 수술이 가능한 차량 등 동물 구조와 보호에 관련된 용품이 전시의 주를 이룬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이번 엑스포에서는 미국 아칸소주 캐벗시 시장과 공무원들이 동물보호 정책 강화가 지역사회와 경제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 사례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도시는 기존의 민원 처리 중심 행정에서 벗어나 동물보호 업무를 우선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동물보호센터 시설을 개선하고 이동식 중성화수술 등 20개가 넘는 지역사회 지원 사업을 시행한 결과, 보호소 입소 동물 수가 68% 감소했다고 한다. 유기동물 발생과 안락사 비율이 줄어들면서 시 정책 전반에 대한 시민 신뢰도 높아졌다고 했다. 나아가 동물보호센터 주변에 상권이 형성되고, 시가 아칸소주 최초로 수의과대학 유치에 성공하면서 1억5400만달러 규모의 경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와 산업이 제로섬 관계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동식 치료와 중성화 수술이 가능한 차량 등 동물 구조와 보호에 관련된 용품이 전시의 주를 이룬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은 앞다퉈 ‘동물 공약’을 내놓고 있다. 과거에 견줘 내용이 다양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공약은 반려동물 산업 육성이나 인프라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려동물 테마파크와 관광시설, 산업 클러스터 조성 역시 의미 있는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동물을 소비와 성장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사회에서는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고, 관련 산업 역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동물을 기르는가’보다는 ‘동물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회인가’를 정책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이 마지막까지 존중받고 돌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구축할 때, 동물보호와 산업 성장 역시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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