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경남 6곳 영업중단, 노동자도 입점업체도 막막
직원·입점업체 망연자실
인근 점포 전환배치 실효성 의문
고령자 등 소비자 불편 예상

홈플러스가 내린 강제 휴업을 하루 앞둔 9일, 창원시 진해구 홈플러스 진해점 입구에는 10일부터 마트 영업을 잠정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고객들은 안내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기도 한다. 마트노동자들은 카트에 개인 물품을 담아 끌고 가거나 매대 위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평소처럼 고객을 응대했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어제는 다들 충격에 빠졌고, 오늘은 포기한 분위기예요."
홈플러스 진해점에서 만난 강혜정(56) 씨는 이곳 마트노동자 34명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영업 중단 통보를 어떻게 받아들였느냐는 질문에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강 씨는 8일 오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회사 공문을 보고 처음 소식을 알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게시판에도 공식 공지가 올라왔다. 직원 대상 설명회나 개별 면담은 없었다고 했다.
홈플러스는 8일 전국 104개 매장 중 37개 매장 영업을 7월 3일까지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경남에서는 마산점, 진해점, 김해점, 밀양점, 진주점, 삼천포점이 대상이다. 이번 조치로 당장 일터를 잃거나 휴업에 들어가는 경남 지역 노동자는 모두 567명에 이른다. 사업장별로는 김해점 157명, 진주점 91명, 마산점 88명, 진해점 86명, 밀양점 76명, 삼천포점 69명이다.
노동자들은 사측이 제시한 휴업수당 지급과 희망자 전환배치 약속을 그대로 믿지 못하고 있다.
강 씨는 "4월 임금도 아직 받지 못했는데 70%를 준다는 말도 믿기 어렵다"며 "최저임금에 맞춰 생활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마저 깎이면 어디서 메워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전환배치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남에서 영업을 계속하는 홈플러스 점포는 창원점과 거제점뿐이다. 진해점 노동자들이 출퇴근 가능한 곳으로 보는 점포는 사실상 창원점이다.
강 씨는 "창원점도 인원이 많다고 하면 갈 수 없을 수도 있다"며 "공문에는 전환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회사가 말한 '잠정 중단'이라는 표현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번 조치를 구조조정의 시작으로 보는 분위기다.

마트노동자만 불안한 것은 아니다. 매장 안에 입점한 임대매장과 협력업체들은 영업 중단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마트 문이 닫히면 손님 발길이 끊길까 걱정하고 있다.
진해점 1층 가구판매 협력업체 직원 ㄱ 씨는 "처음에는 모르고 올 수 있어도 두 달이 지나면 손님 발길이 끊길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 매장은 부산에 본사를 둔 별도 업체 소속이다. ㄱ 씨는 최근 계약 기간도 3개월 단위에서 1개월 단위로 짧아졌다고 했다.
3층에서 안경매장을 운영하는 ㄴ 씨도 걱정이 크다. ㄴ 씨는 진해점과 맺은 계약 기간이 4개월가량 남은 상태다. 사측 사정으로 마트 영업이 중단됐지만 별도 보상은 받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고객들이 장을 보는 김에 안경도 맞추는데, 우리도 사실상 영업 중단 상태와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강 씨는 미화·보안·구내식당 하청노동자들도 갑작스럽게 일터를 잃게 됐다고 우려했다.

진해점을 이용하던 고객들도 휴업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온라인 쇼핑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불편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진해구 경화동에 사는 ㄷ(70) 씨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진해점을 찾는다고 했다. 매장에서 차로 10분 이내 거리에 사는 그는 주로 휴지 등 공산품을 이곳에서 샀다.
ㄷ 씨는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며 필요한 물건을 샀는데 그게 없어진다니 편리성이 많이 떨어질 것 같다"며 "직원들도 어려운 시기에 경제적으로 고통받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 씨는 끝으로 "회사가 노동자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우리를 직원이라고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렇게 하루아침에 내팽개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정말 날벼락이다. 눈물 흘린 사람도 많았고, 화가 나도 어떻게 하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종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