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 종전안 답변 파키스탄에 전달…적대 행위 중단에 초점”

이완기 기자 2026. 5. 1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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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영 IRNA 통신 보도
전면적 합의 가능성은 아직 낮아
러시아·카타르는 중재 경쟁 돌입
푸틴 “농축 우라늄, 러 보관 가능”
알사니 총리는 밴스와 중동협력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차남 에릭 트럼프.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에 대한 답신을 주고받았지만 호르무즈해협에서는 교전이 거듭되며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틈에서 러시아와 카타르는 중재자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선점하려 나섰다. 이란은 앞서 러시아와 소통했고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반출을 눈감으며 두 나라 모두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미국은 러시아의 중재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카타르의 행보는 적극 받아들이면서 이란과 결을 달리했다.

10일(현지 시간)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미국의 종전안에 대한 답변을 파키스탄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해당 소식통은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은 역내 적대 행위 중단에만 전적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전면적인 합의 가능성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앞서 이달 6일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결과 핵 문제 해결의 큰 틀을 담은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백악관은 48시간 내 답변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그동안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에 처음으로 공식 답변을 전달한 셈이다. 다만 어떤 내용을 제안했는지 구체적인 답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란은 미국의 군사행동을 빌미 삼아 신중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알리 사파리 이란 외무부 대변인 고문은 아랍권 매체 알마야딘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을 “미국과의 신뢰 재구축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이란군이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만나 군사작전 수행과 관련한 새로운 지침을 전달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프랑스 LCI방송과의 통화에서 “매우 곧 소식을 듣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지만 이란은 미국의 초조함을 역으로 이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셈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시간표에 끌려가지 않고 최대한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의 버티기에 답답해진 미국은 압박과 외교를 병행하며 결단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젝트 프리덤 플러스’, 즉 ‘프로젝트 프리덤’에 다른 것들을 더한 형태가 될 것”이라면서 추가 조치를 시사했다.

중동 지역 내 군사적 긴장감은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이날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군과 미군 함정 간 산발적 교전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이란발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불안정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양측이 영구적인 평화 조건에 합의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지역 정세가 극도의 불확실성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이란이 한 차례 실패한 직접 협상에 신중하게 임하면서 러시아와 카타르가 협상의 플레이어를 자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전승절 열병식 이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의 최대 쟁점인 농축우라늄 처리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가 이를 받아 보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당시 이란의 저농축우라늄을 넘겨받아 자국 핵시설에 보관했던 전례를 다시 활용해 미국과 이란 사이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3월 이 같은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달 30일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나 집중하라”며 재차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카타르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은 미국을 찾아 J 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백악관 중동특사인 스티브 윗코프를 만났다. 회담 직후 루비오 장관은 “중동 전역의 위협을 억제하고 안정과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협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침 이날 카타르에서 LNG를 실은 유조선이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이란의 공격 없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면서 주목받았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알카라이티야트호는 이달 초 라스라판 수출 공장에서 선적된 후 해협을 빠져나갔다.

미국이 2015년과 달리 러시아의 중재를 거절한 배경에는 이란과 러시아의 밀착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에 따르면 전쟁 이후 페르시아만을 통한 물류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이란 북부 내륙해인 카스피해가 밀·옥수수·사료 등 물자를 교역하는 새로운 보급 통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 당국은 러시아가 이 경로로 드론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NYT는 “드론 부품 선적은 모스크바와 테헤란 간 긴밀한 방위 협력 관계를 보여준다”며 “러시아산 부품이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준은 아니더라도 이란이 드론 전력을 빠르게 재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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