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동쪽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마을 세월을 이기지 못했네 [조문환의 연암루트2]
낙후된 농촌 같은 방균진
‘경동제일진’ 명색 무색
술맛 좋다는 계주 시장서
연암과 조우한 듯한 착각
함께 즐기는 도리 떠올려
여행은 편견을 지우고 빼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또 새로운 편견을 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더하고 지우고 쌓고 무너뜨리는, 밀물과 썰물의 무한 반복이 결국 어떠한 결정체로 남아 '나의 나'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행을 하든 안 하든 마찬가지겠다. 더하지도 말고 덜하지도 않은 그 상태로도 가능할까? 머리가 복잡하다.

내 편견은 결국 연암을 따르는 것으로 귀결
아, 나는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가진 무수한 허물과 편견을. 일들 속에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나는 편견을 토해내는 자동기계와도 같은 존재로 살아 움직였다. 편견은 나를 무너뜨리고 상대를 하대하거나 업신여겨 그를 그로 보지 못하고 기형적 인간으로 치부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나는 무수히 갈고 닦아, 할 수만 있다면 사람을 그 자체로 인식하고 무색무취의 존재는 아닐지라도 그를 그로 볼 수 있는 사람이길 갈망한다.

어제의 경동제일진이 오늘은 낙후된 농촌마을
옥전현에서 계주까지는 약 37㎞거리다. 계주에 근접할수록 세상이 밝아지는 느낌이다.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먼저 경동제일진이라 불리었던 방균진으로 달려갔다. 북경의 동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인데, 패루가 시장 중심지를 지키고 있다. 예전에는 패루가 서 있는 3차선 전체를 도로로 사용했지 싶지만 지금은 가운데 차선을 상가로 조성해 놓아 도로의 혼잡을 더했다.
너무 믿었던 탓일지 모른다. 방균진은 중국 농촌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단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해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102번 국도를 가운데 두고 좌우로 갈라진 상가들, 가장자리로 갈수록 조잡하고 빈 점포들, 닭 머리를 무거운 칼로 내리치는 식당 주인, 오물이며 쓰레기가 낭자한 시장거리, 패루에 걸려 있는 '경동제일진(京東第一鎭)'이 무색하게 만든 장면들이다. 모를 일이다. 연암이 이 길을 걸었을 때에는 경동제일의 고장이었을 수도. 그 산세와 화려하게 지어진 건축물들을 통해 연암은 신세계로 느꼈을 수 있다.
계주의 상징 독락사와 어양고루
어양은 계주의 옛 지명으로 독락사(獨樂寺)와 어양고루는 계주의 중심이자 상징성을 지닌다. 독락사의 관음각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누각식 건물이다. 높이가 자그마치 23미터, 이 관음각 내부에는 16.8m의 거대한 관음보살이 안치되어 있는데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막아 카메라를 꺼내지도 못했다. 안녹산이 이곳에서 처음 난을 모의했다는 곳으로 독락사 현판은 중국의 10대 간신이라 일컫는 엄숭의 글이라고 한다.
독락사는 안녹산과 엄숭의 열기와 간사함이 투영된 곳이다. 755년 안녹산이 20만 대군을 이끌고 장안을 점령하자 당 현종은 촉으로 피신하고 수도 장안은 함락되었다. 하지만, 763년 당군과 회족의 연합군에 의해 반란은 진압되었지만 이 탓에 당나라는 국력이 급격히 약화하고 중앙권력도 흔들리며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관동제일의 술 맛을 지닌 도시, 밤마다 야시장이 펼쳐지고
어양고루 앞은 광장이 잘 조성되어 있다. 원형의 대리석 마당은 저녁 5시가 되니 삼삼오오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여섯 시를 넘기면서부터는 광장은 삽시간에 인산인해로 변했다. 이윽고 시가지의 중앙대로 변이 점차 사람들로 차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야시장이 벌어졌다.
마치 주말이라서인지, 야시장은 말 그대로 불야성을 이뤘다. 병아리와 고양이, 온갖 동물들을 파는 사람부터 양고치와 부침개, 치킨과 같은 먹을거리가 주류를 이루는 대로변 시장이 적어도 1㎞가량 사람들로 가득 찼다. 우리는 인도에 놓인 작은 의자에 앉아 양고치와 몇 가지 음식을 시켜 놓고 계주시민들의 움직임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홀로 즐거움이냐 함께 즐거움이냐
김진겸이 독락재(獨樂齋)라는 집을 짓고 혼자 또는 친구들과 책을 읽으며 삶의 여유를 누리고자 했다. 이에 연암은 '천하 사람들과 함께 즐기면 여유가 있지만 자기 홀로 즐기자면 부족한 법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독락재기(獨樂齋記)'를 써 보냈다. 그러면서 연암은 자기 본성대로 행하고 자기 자신에 전념할 수 있다면 술 마시는 것으로도 평생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지만 밝은 창 조촐한 책상에서 낮이나 밤이나 글을 읽어 게을리하지 않는 자는 더 말해 무엇하겠느냐고 술과 글을 빗대기도 했다.

/조문환 여행 전문가·작가
필자소개 ☞ 작가, 시인. 하동 평사리에 산다. 현장에서 일하고 현장에서 내일을 본다. 상상한 만큼 성장한다는 말을 믿는다. 그 상상을 현장으로 가져오는 일을 하는 중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