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류지 실태 추적] 빗발치는 민원, 밀려나는 방재 원칙

박명호·박지우 2026. 5. 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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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류지가 체육시설과 생활편의 공간으로 바뀌는 과정에는 반복되는 공식이 있었다.

한 도시방재 전문가는 "저류지는 재해영향평가 등을 통해 조성된 방재시설인데, 이후 기능 변경 과정에서는 정작 기술 검토와 공론화 절차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활용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저류 기능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제한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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⓸저류지, 왜 계속 채우나
빈 공간 편의시설 활용 민원 빗발
정치권도 특조금 받아 사업 추진
본 기능인 방재·환경기능 후순위로
점점 잦아지는 국지성 집중호우에
저류지 기능 못해 피해 위험 지적
전문가 "기술적 검토·공론화 부족
저류기능 허용·제한 기준 세워야"
2025년 9월 건식화 사업을 하기 전의 현촌저류지모습. 비점오염물질 정화 등을 위한 수초가 빼곡하다. 박명호기자/

저류지가 체육시설과 생활편의 공간으로 바뀌는 과정에는 반복되는 공식이 있었다.

주민 민원이 제기되면 지방의원이 예산 확보에 나서고, 지자체는 별다른 공개 검토 없이 사업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류지의 본래 기능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10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은 저류지를 주민 편의시설로 활용해 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저류지를 '비어 있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평상시 활용도가 낮고 수초와 잡초가 자라면서 모기와 파리, 하루살이 등 해충, 악취 민원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시민민원은 지방의원과 국회의원을 거쳐 행정으로 전달된다. 일부 사업은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 확보로 이어진다.

배드민턴장과 농구장, 산책로, 반려견 놀이터 조성 요구가 대표적이다. 일부 저류지는 애초 습식으로 설계됐음에도 건식화 사업까지 추진되고 있다. 체육시설 등을 설치 하기 위한 것이다.
2026년 4월 습식의 현촌저류지를 건식화 하는 모습. 저류지 안에 성토가 되어 있다. 박명호기자/

평택시 현촌저류지가 대표적이다. 현촌저류지는 5천63㎡ 면적에 저류량 1만458㎡ 규모로 2014년도에 조성됐다. 평택시는 경기도 특조금 6억 원을 확보해 최근 습식으로 조성된 현촌저류지를 건식화하는 사업에 착공했다. 저류지면적 9천169㎡ 저류량 2만5천934㎡ 규모의 용죽저류지 역시 건식화 예산 6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용죽저류지의 경우 건식화는 체육시설 조성을 위한 전 단계 사업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저류지 기능 유지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숙의 과정도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재해영향평가 등을 거쳐 조성된 저류지의 기능을 변경하면서 기능 유지 범위나 안전성 검토, 대체 방안 등에 대한 공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습식저류지를 건식으로 바꿀 경우 단순한 공간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습식저류지는 집중호우 시 빗물을 저장하는 기능과 함께 비점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역할도 수행하도록 설계된다. 수초와 고여 있는 물 등을 통해 침전과 여과, 미생물 분해 등이 이뤄지는 구조다.
2026년 5월 현재 당초 습식으로 설계하고 설치한 것을 건식화로 바꾸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현촌저류지. 박명호기자/

하지만 건식화 과정에서는 이런 수질 개선 기능을 어떻게 유지하거나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는 충분치 않다.

결국 저류지를 생활편의 공간 중심으로 바라보면서 방재 기능과 환경 기능은 점차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집중호우 위험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시간당 80㎜ 이상 집중호우 발생 빈도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6~8월 시간당 80㎜ 이상 강수는 모두 31차례 발생해 2015년(8회)의 약 4배 수준으로 늘었다.

기상청은 1시간 강수량 50㎜ 이상이면서 3시간 누적 90㎜ 이상이거나, 1시간 강수량이 72㎜ 이상인 경우를 '극한호우'로 규정하고 있다.
습식인 용죽저류지에 건식화 사업을 거쳐 체육시설을 설치할 예정인 용죽저류지 모습. 박명호기자/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불안정이 짧은 시간 강한 비를 쏟아내는 국지성 집중호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처럼 극한 강우 위험은 커지고 있지만 그로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저류지는 점점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민원과 예산은 있는데 기준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도시방재 전문가는 "저류지는 재해영향평가 등을 통해 조성된 방재시설인데, 이후 기능 변경 과정에서는 정작 기술 검토와 공론화 절차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활용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저류 기능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제한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명호·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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