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이란 공습에 예상밖 ‘중대 피해’…“방어체계·대응전략 새로 짜야”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과정에서 중동 주둔 미군이 입은 피해 규모가 당초 미국 정부 발표보다 훨씬 광범위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군의 방공 체계와 중동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이란은 드론과 미사일을 활용해 중동 전역의 미군 시설을 정밀 타격했으며, 상당수 핵심 장비와 생활·지원 시설까지 손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유지해온 공중 방어망이 저비용 드론과 정밀 타격 전술 앞에서 취약성을 노출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군의 작전 개념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자체 위성 이미지 분석을 통해 이란의 공격으로 중동 7개국에 걸쳐 최소 18개 미군 관련 시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미국 정부가 공개한 내용보다 훨씬 넓은 범위다. 이란은 전쟁 기간 내내 “미군 기지를 초토화했다”고 주장해왔고, 반대로 미국 측은 “전반적 작전 수행에는 큰 지장이 없다”며 피해를 축소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NYT는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전수 분석해 실제 피해 지점을 추적했고, 그 결과 이란의 공격이 단순한 선전 차원을 넘어 상당한 수준의 군사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지난 6일 위성사진 128장을 분석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바레인 등 중동 지역 미군 시설 15곳에서 최소 228개의 건물과 장비가 손상 또는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격납고와 병영, 연료 저장시설뿐 아니라 레이더·통신장비·위성 안테나·패트리엇 방공체계 등 핵심 군사 자산도 포함됐다. 체육관과 식당, 숙소 같은 생활 시설까지 광범위하게 공격 대상이 됐다.
특히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의 타격 정확도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시언 선임고문은 “무작위로 빗나간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는 이란이 목표물을 정밀하게 겨냥하는 수준의 타격 능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WP는 러시아가 미군 관련 표적 정보를 이란 측에 제공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 실전 경험을 축적한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 협력이 실제 전장에서 위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미군의 피해는 무엇보다 미군 방어체계의 구조적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저고도로 침투하는 드론은 기존 패트리엇 체계나 고고도 중심 방공망으로는 탐지·요격이 쉽지 않다. 실제로 쿠웨이트의 전술작전센터는 방호 시설과 위장 체계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공격을 받았고, 사우디 프린스술탄 공군기지의 조기경보통제기 E-3 센트리는 반복적으로 동일한 노출 지점에 배치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형 군사기지 중심의 운용 방식이 정밀 드론 시대에는 치명적 취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데커 에블스 부연구원은 WP에 드론이 “미사일보다 탐지가 어렵고 훨씬 정확하게 비행할 수 있어 미군에 더 큰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이란제 드론을 대규모로 운용하는 장면을 지켜봤음에도 실제 중동 방어 전략에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 측은 피해 규모와 별개로 전체 작전 수행 능력은 유지됐다는 입장이다. 일부 고가 장비는 사전에 이동시켰고, 중요도가 낮은 시설을 의도적으로 노출해 이란의 공격을 유도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군은 전쟁 초기 상당수 병력을 공습 범위 밖으로 재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미 합참은 이번 충돌로 최소 14명의 미군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WP는 부상자가 400명을 넘는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이 중동에서 유지해온 군사적 우위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론과 미사일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첨단 방공망과 고정 군사기지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미군은 향후 기지 분산 배치와 이동형 방공체계 강화, 드론 탐지 기술 개선 등 대응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중국과의 잠재적 충돌까지 고려할 경우, 이번 중동 경험은 미군 전체의 미래 전쟁 개념을 재설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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