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6G 속도 아닌 ‘AI 인프라’… 네트워크 분야 경쟁력 찾아야”
로봇·임베디드 AI 분야서 핵심 특허 선점하는 방식 바람직

장경희 6G 포럼 집행위원장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개인 서비스를 넘어 산업 전반의 인프라로 확장되면서 6세대 이동통신(6G)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5G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한 주요국들이 6G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의 경쟁력은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기업·산업 등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경희(사진) 인하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6G 포럼 집행위원장)는 10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4G(LTE)까지는 통화·문자·영상 전달에 머물렀던 개인 서비스 중심의 네트워크가 5G부터 사업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며 “6G는 인공지능(AI)이 작동하는 고속도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삼성종합기술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5G 전략위원 등을 거쳐 현재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통신 분야 전문가다.

지금까지 AI가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도구에 머물렀다면 6G에서는 AI 서비스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구조가 처음부터 그에 맞춰 설계된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데이터가 생성되는 단말과 클라우드 간 연산을 분산해 처리하는 역할까지 네트워크가 맡게 된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나 로봇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기가 늘어날수록 이 같은 수요는 더욱 커진다. 국내외 데이터센터 간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AI 산업 자체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같은 변화는 이동통신 기술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지점으로 꼽힌다. 장 교수는 “5G는 AI가 전면적으로 배치될 것을 생각하고 네트워크 구조를 잡은 게 아니었다”며 “6G는 처음부터 AI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는 만큼, 네트워크가 통신 인프라를 넘어 국가 디지털 경제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한국의 경쟁력이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표준화 경쟁에서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기술 제안과 특허 확보를 빠르게 늘리고 있고, 미국은 빅테크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관련 인력과 투자 규모 모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통신장비를 포함한 산업 생태계가 5G를 거치며 악화된 점은 뼈아프다.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면서 장비 공급망 기반이 약화됐고, 최근 AI 분야에 자원이 집중되면서 네트워크 분야 투자와 인재 유입도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기술 개발뿐 아니라 이를 실제 산업에 확산시키는 기반도 부족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교수는 “쓸 수 있는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AI 쪽으로만 집중하다 보면 네트워크 분야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정책 결정권자들이 AI에만 집중하면서 네트워크 분야가 정책적으로도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기보다 로봇이나 임베디드 AI처럼 6G와 밀접하게 연결될 분야에서 핵심 특허를 먼저 선점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유스케이스 기반으로 특정 도메인을 먼저 장악하면 표준 논의에서도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며 “통신사뿐 아니라 플랫폼과 장비, 서비스까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협력도 강점으로 꼽았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미국·중국·일본·유럽·인도 등 주요 6G 협력체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보기 드문 나라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양쪽과 협력할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이런 포지션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선 기자 hsle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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