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할 때마다 ‘딸각딸각’⋯요즘 대세 아이템 ‘키캡 키링’, 정서 안정에 정말 도움 될까
"제가 이걸 눌러야 심신이 안정돼서요. 너무 무서워요⋯."
쿠팡플레이 예능 'SNL 코리아 시즌 8' 속 코너 '스마일 클리닉'에 등장하는 MZ 신입 사원 안주미는 상사가 윽박지를 때마다 손에 든 키링을 정신없이 두드리며 이렇게 말한다. 키캡(키보드 스위치 위에 씌우는 덮개)들로 조합된 키링은 손가락으로 키캡들이 눌릴 때마다 불을 번쩍이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딸각딸각딸각딸각⋯.
안주미가 불안할 때마다 찾는 이 키링은 바로 요즘 MZ 세대에서 유행하는 인기 아이템 '키캡 키링'. 원하는 모양과 스타일로 키링을 꾸밀 수 있어 최근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이어 '키꾸(키캡 꾸미기)' 열풍이 일고 있을 정도다.
키캡 키링은 반복적인 행위를 유발하는 측면에서 피젯 토이(Fidget Toy)로 분류되기도 한다. '피젯팅(Fidgeting)'은 볼펜 뒷부분을 반복해서 딸깍거리기, 다리 떨기, 습관적으로 손톱 물어뜯기 등 안절부절 못하는 작은 움직임을 의미한다. 피젯 토이는 이런 움직임을 유도하는 장난감으로, 손으로 꽉 쥘 수 있는 말랑한 촉감의 스트레스볼, 볼펜을 돌리듯 계속 돌릴 수 있는 피젯 스피너 등이 그 예다.
피젯 토이를 찾는 사람들은 이런 장난감이 불안할 때 안정감을 준다고 말한다. 특히 키캡 키링은 "키캡을 누를 때마다 들리는 찰지고 경쾌한 소리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누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날아간다"는 후기로 가득하다.
실제로 반복적인 손가락 움직임은 불안을 어느 정도 잠재우는 효과가 있다. 불안을 느낄 때 특정 감각 자극을 통해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것이다. 《미국 작업 치료 저널(AJOT)》 게재 논문 등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손가락을 움직이는 등의 감각 활동은 뇌의 감각 처리 경로를 점유함으로써 불안 신호를 차단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피젯팅은 일종의 대체 자극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부정적 자극에 매몰되기 전 '딸각' 하는 명확한 촉각과 청각 자극을 가함으로써 심리적 환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과도한 생각이나 불안에 빠졌을 때 손가락 끝 감각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고민에 빠지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피젯 토이가 불안을 잠재우는 유일한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뉴욕 아동마음연구소(Child Mind Institute)의 임상심리학자 데이비드 앤더슨 박사 등 관련 전문가들은 피젯 도구가 일종의 '회피 기제'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피젯 도구로부터) 일시적인 위안에만 의존할 경우, 불안을 관리하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키캡을 지나치게 많이 두드리다 보면 손가락 관절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특히 엄지손가락을 많이 사용하다보면 엄지 밑단의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등 건초염이 생길 수 있다. 스마트폰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간혹 발생하는 이 같은 증상은 해외에선 '피젯 핑거(Fidget Finger)' 통증으로 불리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주변에 반복적인 소음에 민감한 동료가 있다면 아무 때나 키링을 두드렸다간 밉보이기 십상이다. 키캡 키링을 사용하는 사람에겐 통쾌하고 찰진 소리가 주변 사람에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키캡 키링으로 재미와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면 홀로, 혹은 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들과 놀이를 공유하는 편이 즐거움을 더해줄 것이다.
최지연 기자 (medlima@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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