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승절의 ‘유일한 외국군’ 북한, 5번째 행진…“북·러 동맹 상징적 장면”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러시아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에 북한군이 사상 처음으로 참여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시작된 북·러 군사 협력이 동맹의 형태로 상수화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러시아 타스통신과 북한 노동신문을 종합하면,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1주년 열병식에 북한군 부대가 참여해 행진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열병식 영상을 보면, 북한군 부대는 러·우 전쟁에 참전해 훈장을 받은 러시아 군인들에 이어 5번째 순서로 행진했다. 러시아가 북한군을 예우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육·해·공군 정복을 입은 북한군은 총을 들고 행진했다. 행렬 맨 앞에는 북한 인공기와 ‘조국의 무궁한 번영’ 등이 적힌 깃발을 든 기수가 섰다. 북한군이 등장하자 장내 진행자는 “이들은 쿠르스크 지역에서신나치(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일컫는 표현) 점령군을 몰아내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고, 그 과정에서 영웅주의와 자기희생, 용기를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신홍철 주러시아 북한대사가 귀빈석에서 손뼉을 치는 장면도 포착됐다.

타스통신은 북한군이 전승절 열병식에서 함께 행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올해 열병식에 참여한 외국군은 북한이 유일했다.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 전승절 당시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등 북한군 대표단 5명을 파견했지만 군부대가 직접 행진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북·러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관계를 과시하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불참하는 것으로 수위 조절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은 러시아의 유일무이한 동맹국인 것처럼 묘사됐다”며 “북·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운명 공동체 서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러시아의 핵심 동맹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한편, 파병에 따른 러시아의 반대급부 이행을 촉구하는 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러 협력이 일시적 수준을 넘어 사실상 군사동맹의 형태로 ‘뉴노멀’이 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도 10일자 1·2면에 관련 소식을 사진과 함께 배치해 비중 있게 보도했다. 신문은 “조선인민군 육·해·공군 혼성종대가 모스크바 승리 열병식에 참가했다”며 이는 러시아의 초청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또 최영훈 육군 대좌가 부대를 이끌고 행진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열병식이 끝나고 지휘관을 만나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지휘관을 직접 대면한 것은 북한군을 사실상 러시아 정규군과 동등한 동맹군으로 대우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승절 당일 평양에서는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 구성원들이 해방탑을 찾아 헌화했다. 해방탑은 1945년 북한 지역에서 일본군을 몰아내다 전사한 소련군을 추모하는 상징물이다.

김병관 기자 bg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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